"무슨 축제가 열리고 있는 건가요?"
"축제가 아니라 장례식입니다"
게임에 시작이 있듯이 으레 끝도 있다.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는 대규모 마케팅,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임의 이용자 수가 점차 감소하고 결국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을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사라지는 것은 게이머와 게임사 모두가 예상하는 당연한 결말이겠다.
조금 색다르게 서비스 종료를 준비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2019년 8월 국내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약 639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5월 31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는 모바일 수집형 RPG '방주지령'이 그 주인공. 오픈 초기의 성과에 비해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 수가 점차 감소하다가 중국 개발사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서비스 종료가 결정된 것까지는 여느 모바일 게임과 다를 바가 없지만, 게임의 국내 서비스 버전을 즐기던 이용자들을 위해 이레적으로 '섭종(서비스 종료)' 기념 마지막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했다.
기자에게 있어서도 '방주지령'은 꽤나 각별한 타이틀이었다. 국내 출시 이전 첫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계기로 게임의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대영 현 히든몬스터 대표와 게임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고, 또 게임을 원래 서비스하던 디앤씨오브스톰의 갑작스러운 게임 사업 종료 이후 서비스사를 이관하고 결국 '히든몬스터'라는 독립된 회사를 차리면서까지 '방주지령'의 이용자들과 끝까지 함께 하려는 모습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어떻게든 국내 이용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더 하려고 했던 국내 서비스 팀과 조금이라도 유지 비용을 아끼고자 했던 개발사 간의 줄다리기가 그동안 '방주지령'의 행보이기도 했다.
업계에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섭종' 기념 방송 역시 게임을 즐겨줬던 국내 이용자들에게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김대영 대표의 바람으로 성사되었다. 자칫 서비스 종료에 대한 국내 서비스 및 운영 측의 책임 회피를 위한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국내 이용자들을 한번이라도 더 만나고 게임에 대해 좋은 추억을 남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을 진행한다는 것이 '방주지령'의 마지막을 대하는 국내 운영 팀의 마음가짐. 각별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자 역시 마지막 방송을 함께하게 되었는데 사실 방송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비스 종료로 잔뜩 화가 난 이용자들로부터 어떤 말들을 들을 것인지에 대해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마지막 방송은 순수하게 '방주지령'을 추억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축제처럼 진행되었다. 국내에서 여러 사정으로 인해 성사되지 못한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또 그간의 서비스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풀어놓으면서 운영 측과 게이머들 모두 '방주지령'에 대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준비했던 이야기, 그리고 방송의 순서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뒤에도 쉽게 "안녕"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운영 측과 이용자 모두 게임을 소재로 그동안 정말 많은 추억들을 쌓아온 것이 아닐까. 분노한 게이머들, 그리고 연일 고개를 숙이는 게임사의 모습으로 점철되었던 올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방주지령'의 마지막 모습은 분명 각별한 추억으로 남을 듯 싶다.
문득 앞으로 게임업계에서도 더 많은 '섭종' 기념 방송들이 성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용자와의 부단한 소통, 게이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운영은 지금까지 수 많은 게임사들이 내세웠던 정책이지만 게임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고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게임의 문을 닫는 것이 지금까지 게임업계의 관행 아닌 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게이머들의 성숙도가 올라가고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게임사의 전반적인 행적을 함께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시작 못지 않게 끝도 잘 맺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까지 게임에 대해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섭종' 기념 방송은 게임, 그리고 게임을 그동안 즐긴 이용자들을 위해 게임사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비록 '방주지령'은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지만, '방주지령'을 위해 독립된 회사까지 세운 히든몬스터와 김대영 대표를 주축으로 한 '머영 팀'은 게임업계에서 활약할 준비를 마쳤다. '방주지령'에서의 경험을 교훈 삼아, 다음 타이틀에서는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의 보다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 김대영 대표의 생각. 서비스 종료 일자인 5월 31일에는 다시 한번 방송을 켜고 서버를 내리는 순간까지 카운트 다운을 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니 '방주지령'만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번 더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