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폭력, 그리고 사랑을 소재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 모음집 '러브, 데스 + 로봇'은 분명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성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하고, 넷플릭스에게 있어서는 또다른 시장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기에 차기 시즌 제작은 이미 따놓은 당상. 2019년 시즌1 공개 이전부터 이미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고 마침내 5월 14일, 시즌2가 공개되었다.
시즌1의 설렘을 가득 안고 목욕 재개 후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시즌2를 시청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가 없었다. 지난 시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시즌2에서 '러브, 데스 + 로봇'이라는 타이틀을 따로 떼고 봐도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실사를 방불케 하는 고 퀄리티의 3D 애니메이션이나 각 단편 별로 확연하게 드러나는 개성 넘치는 비주얼에 대해서는 호평을 내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시리즈의 의의는 그 이상의 것에 있지 않겠는가.
비록 단편이라고 할지라도 기승전결, 그리고 여운이 남았던 시즌1의 단편들과 달리 시즌2의 작품들은 말 그대로 프롤로그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짧은 시간 안에 주제를 욱여 넣고 또 매력적인 설정과 캐릭터들을 선보였던 시즌1과 비교하면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의 각 단편들은 그저 장편 애니메이션의 어느 한 부분을 떼어놓은 수준으로 깊이가 부족했다. 그저 예고편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였는데, 그렇다고 장편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극장까지 찾아가 보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가뭄에 콩 나듯이 젊어지는 시술이 성행하고 출산이 금지된 미래를 그린 '팝 스쿼드', 그리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황야의 스노'를 제외하면 나머지 6작품은 기승전결도 부족하고 작품 하나의 깊이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단순히 작품의 분량 문제만은 아닌 것이, 시즌1에서도 길이가 짧은 작품들은 있었지만 그만큼 압축된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특유의 적나라한 표현들을 덜어냈는데, 전반적으로 지난 시즌에서 호평을 받았던 것은 전부 빼고 그 자리를 불청객들이 채웠다는 느낌이다.
시즌2를 제작하면서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시청자들이 알 길은 없다. 대신 우리가 마주한 것은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것은 전부 빼고 짧은 러닝타임과 얕은 깊이로 점철된 프롤로그 뿐. 물론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2년 만에 찾아온 새 시즌이 지난 시즌의 반 만도 못한 분량과 재미라는 점은 실망하기 충분하다. 제목은 '러브, 데스 + 로봇'이건만, 막상 시즌2를 보고 나니 남는 생각은 “그래서, 어쩌라는 + 이야기일까” 뿐이더라.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이, 넷플릭스 관련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도 시즌2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더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미 시즌3도 공개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시즌3 공개에 앞서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시리즈의 제목은 왜 '러브, 데스 + 로봇'이며 또 시청자들은 왜 시즌1을 좋아해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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