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야심작 '디아블로 이모탈'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등록일 2021년05월28일 15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님폰없"이라는 조롱섞인 표현으로 무시당했던 블리자드의 새로운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이 게이머들의 여론을 바꿔가고 있는 모양새다.

 

블리자드가 5월 20일부터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도 '디아블로 이모탈'의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게임을 앞서 체험해본 게이머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때문에 자동 사냥, 성장 자체에 집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이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블리자드의 대표 액션 RPG 시리즈 '디아블로'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중국 게임사 넷이즈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 중이다. 작년 12월 중 게임의 첫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올해 5월부터는 국내 및 글로벌 각 지역을 대상으로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실시하고 게임의 전반적인 콘텐츠 구성 및 엔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하는 중이다.

 


 

마침내 한국어를 지원하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국내 테스트 버전을 플레이했다. 이미 여러 번 반복하고 있는 초반 성장 과정이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이 지향하는 모바일 액션 RPG로서의 방향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플레이 과정에서의 경험보다는 성장을 통한 결과에 집중하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은 분명 독특한 게임이다. 문제는 이 독특함이 마니아 층을 넘어 대중성까지 담보할 수 있느냐겠다.

 

전투 '과정'의 재미에 집중,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로도 낮추는 것이 관건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던 부분이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에는 자동 사냥이 없다. 

 

성장하는 것이 RPG를 즐기는 게이머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은 맞지만, 그 못지 않게 게임을 붙잡고 사냥을 하는 과정 자체를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 '디아블로 이모탈'의 철학이다. 공언한대로, '디아블로 이모탈'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작은 화면 안에서도 시리즈 특유의 "베고 써는" 재미 하나는 제대로 담아낸 게임이다. 몰이 사냥 자체는 재미있지만, 강적과의 1대 1 전투는 조금 힘이 빠지기도 하는데, 타격감을 조금 더 가다듬으면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되겠다.

 

우려하는 지점은 게임이 향후 정식으로 출시되고 서비스가 장기화되기 시작하는 때이다.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 당시 일주일 정도 게임을 플레이하고 어느정도 일련의 흐름에 익숙해진 뒤에는 일일 단위의 소위 '숙제' 콘텐츠가 말 그대로 숙제처럼 느껴지는 문제가 있었다. '현상수배' 임무는 그 종류가 단순하고, 각종 연출이나 구조로 인해 지루하게 느껴지는 던전도 클리어해야 했다. 여기에 아무리 흥미롭더라도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조작 피로도가 높은 모바일 게임이기에 플레이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비공개 알파 테스트 버전에서는 여러 콘텐츠를 배치해 게임 플레이가 단조로워지는 것을 막고자 했지만, 역시 게임을 어느정도 플레이하다 보면 반복되는 구조에 지칠 수밖에 없더라. 북미 테스트 버전을 2주간 플레이했고, 그리고 다시 국내 비공개 테스트 버전을 반복하면서 게임 자체에 대한 흥미가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 당시만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 비공개 테스트도 일주일 차에 접어들었는데, 본인 스스로 라이트 게이머라고 생각하거나 스마트폰을 그리 오랜 시간 붙잡고 있을 수 없는 경우에는 '현상수배' 임무를 전부 완료하고 균열을 몇 번 도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렇다고 보상의 수준을 높이자니, 코어 게이머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수동 전투라는 길을 택한 '디아블로 이모탈'의 숙제가 되겠다. 앞으로 모바일 게임 특유의 장기적인 플레이 루틴 아래에서 플레이어의 피로감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요행이 아닌,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성장 구조

 



 

기자가 '디아블로 이모탈'에 기대를 거는 이유 중 하나는 성장 구조다. 24시간 게임을 켜놓고 플레이해도 겨우 전투력 한 두자리의 성과만 얻어갈 수 있는 많은 모바일 RPG와 달리, '디아블로 이모탈'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투자한 시간 만큼 성장으로 보답하는 "노력형" 성장 구조를 채택했다. 과장이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플레이어는 분명히 그 시간에 대응하는 무언가를 얻어낸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성장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24시간 자동 전투를 돌려 놓고도 소득(보잘 것 없는 경험치 및 곧 분해해서 사라져버릴 아이템을 제외하고)이 없을 수도 있는 '자동 전투' 지향 모바일 게임과 달리,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사냥을 통해 쓸모없는 장비를 획득해도 이를 분해해 얻는 재화를 장비 강화에 고스란히 투자할 수 있다. 장비의 강화 수치는 아무런 제약 없이 새로운 장비에 옮길 수 있어 얼마나 꾸준히 사냥을 하고 장비들을 갈아넣느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전투력은 분명히 강해진다. 

 


 

여기에 비공개 알파 테스트 버전을 기준으로, 육성 요소는 더욱 늘어났다. 현상수배나 균열을 통해 전설 등급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부적을 획득하는 등 아이템 자체의 성장에 집중했던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 버전에 비해, 비공개 테스트 버전에서는 특정 재화를 투입하면서 성장하는 '지옥성물함'이 추가되었으며 엔드 콘텐츠에 해당하는 '투쟁의 주기'를 통해서도 해당 기간 동안 플레이어의 활동 내역에 따라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 

 

게임을 켜놓고 거점에서 멀뚱멀뚱 서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플레이어가 게임의 투자한 시간은 곧바로 전투력으로 직결된다. 

 

이 과정에서 소위 '확률형 아이템'에 의거한 요행이란 없었다.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10+1 장비 소환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균열'을 열심히 돌거나 일일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물론 균열에서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인장'이 게임의 핵심 과금 요소지만, 이 역시 결실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인장' 유무에 따른 성장 격차가 결국 'P2W(Pay to Win)'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금 없이도 충분히 '인장'을 얻어낼 수 있기에 테스트 버전을 기준으로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싱글 플레이처럼 시작해 결국은 MMO로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 버전을 플레이하고 '디아블로 3'와 '디아블로4'의 중간 지점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게임의 분위기, 그리고 구성 대부분은 '디아블로3'에 기대고 있지만 MMO 요소 도입을 예고한 '디아블로4'처럼 '디아블로 이모탈'은 혼자만 즐기는 것으로는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게이머의 호불호에 관계없이, 게임 역시 플레이어로 하여금 넓은 MMO 필드에 나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과 제대로 교류할 것을 추전하고 있다.

 

게임 초반의 경험은 싱글 플레이에 집중되어 있기에 '디아블로3'와의 차이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지만, 어느정도 성장 궤도에 올라서는 45레벨이 되고 나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멀티 플레이 게임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낸다. 균열 역시 혼자 도전하기보다는 여러 플레이어들과 함께 협력해 도전하는 것이 보상 및 효율 측면에서 훨씬 좋으며, '디아블로' 시리즈 최초의 진영간 대립 콘텐츠인 '투쟁의 주기'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MMO 요소이다. 

 

새롭게 추가된 엔드 콘텐츠 '투쟁의 주기'는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다. 게임사가 특정 기간을 정해두고 그동안 PvP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직접 '불멸단'과 '그림자단'으로 그 세력을 나눠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펼치게 된다. 시작은 있지만, '불멸단'이 함락되기 전까지는 임기가 이어지는 것. 한번 구성된 '그림자단'도 시즌 종료 이후에는 다시 뿔뿔이 흩어지게 되기에 알파 테스트 기간 동안에도 두 집단 간의 치열한 세력 다툼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이 다른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게임 체인저 될까

 


 

"님폰없"은 이제 정말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20일부터 '디아블로 이모탈'의 국내 테스트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호평에 힘 입어 알파 테스트 인원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긍정적인 여론이 더 많이 전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발 더 나아가 향후 '디아블로 이모탈'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가진다. 

 

하루 종일 게임을 켜두는 것은 기본이고, 그 긴 시간을 투자해도 막상 게임 내에서 얻어낸 소득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았던 기존 모바일 RPG와 달리 '디아블로 이모탈'은 1~2시간 만이라도 온전히 게임에 투자하고 또 그 시간 만큼의 확실한 보상을 얻어낼 수 있는 성장 구조를 채택했다. 확률형 상품을 배제하고 '파밍'이라는 핵심 정체성을 고집하고 있는 '디아블로 이모탈'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독특한 승부를 띄운 셈이다.

 

관건은 '디아블로 이모탈'이 내세우는 이 독특함이 대중까지 사로잡을 수 있느냐다. 기존에도 수동 전투를 고집했던 게임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성장의 효율성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로도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동 전투'의 당위성에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블리자드도 '디아블로 이모탈'에 진지한 상황이다. 자사 IP를 앞세운 첫 모바일 단독 게임인 동시에, 예전같지 않은 자사 IP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게임인 셈. 그렇기에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개발하고 선보일 예정이라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재미있냐고 물어보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작이고, 정식으로 게임이 출시된 이후에도 집중해서 즐겨볼 생각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이 정형화된 수익 모델과 콘텐츠 구성에 매몰되어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인지, 남은 알파 테스트 기간은 물론 정식 출시 이후의 행보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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