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불완전 연소 좀비 신파극,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미 오브 더 데드'

등록일 2021년05월28일 09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넷플릭스를 통해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장편 액션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가 공개되었다. '데이브 바티스타'를 필두로 한 용병들이 좀비로 가득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 침투해 금고를 턴다는, 소개만 들어도 재미없기 어려울 것 같은 예고편과 설정으로 많은 좀비물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바 있다.

 

기대가 무색하게 영화는 좀비물로서도, 액션 영화로도 낙제점이다. '새벽의 저주' 당시와 비교해도 물론이고, 좀비에 대한 묘사나 액션 연출 그리고 각 등장인물의 서사 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언제나 그러하듯, 속편을 위시한 듯한 복잡한 설정과 복선만이 영화의 빈자리를 채웠다.

 

'아미 오브 더 데드'를 기다렸고, 그리고 수 많은 시청자들처럼 실망한 게임포커스의 두 기자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리뷰라기보다는 한탄에 조금 더 가깝지만 말이다. 

 

※본 리뷰에는 '아미 오브 더 데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음표만 가득했던 러닝 타임, 엉성한 마무리까지
 


 

이혁진 기자(이하 이) :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인 잭 스나이더 감독의 신작, 여기에 좋은 배우들, 그리고 “핵폭탄이 떨어지기 직전, 좀비로 가득한 라스베가스 카지노 금고에서 돈 빼 오기”라는 설명 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은 설정 까지…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볼 생각에 주말이 기다려졌다.

 

치킨에 콜라까지 준비하고 보기 시작했다. 초반 좀비 설정과 유혈신 등이 그럴 듯 해서 최소 평타는 치겠다 싶었는데, 갈수록 뭔가 이상해졌다. 캐릭터들이 때로는 클리셰대로,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이어가는데 이게 극을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퀘스쳔 마크가 생기고 '뭐야'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방향으로만 사용된다. 

 

기대했던 좀비들도 이상하다. 말타고 망토를 휘날리는 좀비킹은 그럴듯했는데 부하들은 허무하게 죽어나가고 좀비킹은 그렇게 강해보이더니 결정적인 순간엔 힘을 못쓴다. 제목은 좀비군단인데 좀비군단은 좁은데서 한마리씩 나와 머리에 총을 맞고 죽거나 자동소총 난사에 우르르 쓸려나가고... 굳이 좀비군단이나 빠른 좀비, 지능이 있는 좀비 같은 설정이 필요했나 싶다.

 


 

백인석 기자(이하 백) : 영화를 돌이켜보니 적어도 '팀 결성' 파트까지는 좋았던 것 같다.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매력적인 설정과 등장인물들일텐데 서로가 어우러질 시간조차 없이 센 불에서 단숨에 볶아버린 것이 화근이 아니었을까? 이정도로 등장인물들이 많았다면 누군가 하나쯤은 기억에 남을 법도 한데,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서사 구조를 부여 받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어나갔다. 영화에 제대로 된 줄거리나 갈등 구조도 없으니, 늦게 가던 천천히 가던 죽는 순서와 무관하게 비중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성을 가진 좀비, 신체 능력이 월등한 좀비 등 온갖 슈퍼 좀비들이 즐비한 가운데 '아미 오브 더 데드'의 설정도 자칫 매력적일 “뻔” 했다. 호랑이 좀비인 '밸런타인'이나 좀비들 간의 조직 체계가 잡혀 있다는 설정들도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영화에서 이를 제대로 조명해주지 못했다. 그나마 알파 좀비가 나서 좀비들의 체면을 살려주는가 싶지만, 최종전에서도 김이 빠지는 건 매한가지. 이제는 단순히 빨리 뛰고 똑똑한 좀비가 나오는 것만으로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힘들어졌다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야 했다.

 

영화의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K-영화 못지 않은 신파를 자랑한다. 극 전반에 걸쳐 부성애와 부녀 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싶다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그 애정의 대상이 영화 내내 곱게 보이지만은 않던 것이 문제 아니겠는가. '그 녀석'만 아니었더라도 카지노에서 돈도 잘 빼내고 다들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살아도 될 사람은 다 죽고 죽어야 할 사람만 살아남았다.

 

잭스나 감독 3시간 이상 영화 금지령, 넷플릭스 간섭도 때로는 약이다
 


 

: 극중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초반 동면 중인 좀비 떼를 통과하는 부분으로 클라이막스는 너무 힘이 빠진다. 좋은 설정과 배우들의 열연이 이렇게 빛을 발하지 못하다니, 잭 스나이더는 3시간 이하의 영화는 제대로 못 만드는 것일까 싶을 정도인데... 영화와 함께 공개된 메이킹 영상이 더 재미있을 정도이다.

 

물론 악평을 적었지만 영 꽝은 아니고 좀비들과 총격전 벌이고 호랑이 좀비가 사람 물어뜯는 신 등 괜찮은 부분도 있으니 주말 킬링타임 영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나 싶다.

 

: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제작비만 지원하고 작품에 대해서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는데,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비롯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의 퀄리티를 보면 비용 지원을 넘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풀어놓은 것은 많은데 정작 주워담는 것은 없는 잭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버릇도 여전하다. 알파 좀비의 탄생 비화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두부로 정말 치즈케이크까지 만들어볼 수 있는지 등 영화를 보고 난 뒤 오히려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물론 속편이 나올 리가 없기에 이 모든 설정에 대한 뒷이야기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머리 속에만 남아있겠다. 이야기할거리가 많다는 것만이 자랑이 아니다. 그걸 제한된 시간 안에 잘 담아내는 것 역시 감독의 역량이다.

 

주말, 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보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상태가 영 좋지 않은데 양질의 콘텐츠를 엄선하기 보다는 과거 비디오 대여점 시절처럼 그저 선반 채우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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