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성추행이 만연했던 글로벌 게임기업의 민낯...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제기된 성차별 소송

등록일 2021년07월30일 20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캘리포니아 주 공정고용주택부(Department of Fair Employment and Housing, 이하 DFEH)로부터 고소를 당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추행 및 성차별 문제가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회사 전반에 대한 운영 문제로 불거지며 블리자드 내 노사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22일, DFEH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대상으로 한 지난 2년간의 조사를 통해 보상, 발령, 승진, 해고 등 다양한 고용여건에서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한 차별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이를 경영자들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관리상의 책임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고소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사실상의 무법지대였던 블리자드, 기나긴 진실 공방이 시작되다
DFEH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고소하면서 공개한 혐의는 너무나 다양했다. 여성들을 상대로 한 업무상 불이익, 성추행, 성폭행, 직원대상 보복, 직원 간 인종차별, 직원 간 폭행, 마약 등 하나의 회사에서 모두 발생한 것이라고 믿기 힘든 광범위한 위법행위가 발생한 것.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해당 사실이 공개된 직후 즉시 대변인을 통해 “업무의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조치가 이루어졌다(중략). 하지만 DFEH가 공개한 일부 내용은 왜곡되고 또 거짓말이 담겨있다”며 DFEH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으며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임원인 프랜 타운샌드도 “(DFEH의 조사 결과가)왜곡되고 무책임한 거짓말이다”라며 DFEH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후 한 외신에 의해 공개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임직원들의 화상 회의 내용을 보면,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문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지만 가해자 및 피고인에 대한 그 어떠한 관용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중략)DFEH의 소송에 대해 적극적인 항소를 하겠다”라며 기나긴 진실공방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공식 대변인의 발언이 공개되자 블리자드의 내부 직원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회사의 공식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면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해당 글을 올린 직원들 대부분은 “나는 고용주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 고용주들의 의견도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 이들의 의견이 내가 생각하는 견해와 감정, 핵심 가치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이 모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여성 직원들과 연대해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ActiBlizzWalkout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9일 오후에는 해당 운동에 동참하는 직원(약 300명)들끼리 모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및 해결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공동 설립자인 마이크모하임과 크리스 멧젠 부사장도 자신의 SNS를 통해 직원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 멧젠은 “우리가 (직원들에게)실망을 안겼고, 죄송하다”며 장문의 사과글을 게시했으며 마이크 모하임 전 대표 역시 “28년 동안 블리자드에서 일하면서 모든 성별과 배경의 사람들이 안전하고 환영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그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중략). 결국 많은 여성들이 학대를 당했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실망시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사과했고 앞으로 직원들을 돕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두 임원의 글은 게시직후 곧바로 직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당 글을 인용한 조시 알렌은 “그들은 (성추행과 성차별)이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직 임원들이 내놓은 글은 100% 헛소리이고 나는 그것에 대해 분노한다. 블리자드의 이 같은 문화는 단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고 밝혔으며 과거 블리자드에 있었다고 밝힌 크리스틴 역시 “그들이 이 같은 문화를 몰랐을리 없다. 해당 발언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게임 내로 번진 시위의 물결
블리자드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공개된 고소 내용에서 가장 많이 언급 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렉스 아프라샤비에 대해서는 “경악스럽다”는 반응까지 나타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렉스 아프라샤비는 여성의 몸을 더듬거나 자신의 방으로 초대했꼬 또 여성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등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으며, 지난 블리즈컨 2013에서 그가 머무는 스위트룸은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남긴 강간범 Bill Cosby의 이름을 딴 ‘Cosby Suite’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문제가 있었음에도 회사 차원에서의 제지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사실상 크리스 멧젠의 후계자로 평가받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황금기를 이끌어간 그가 회사 내에서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일삼았던 것.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는 유저들은 크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유저와 호흡하며 게임을 이끌어 간 개발자에 대한 큰 배신감이 주된 이유다.

 

게임 내에서 지속적인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Fence Macabre 길드 역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이번 사태를 규탄하는 게임 내 농성을 진행함과 동시에 자선단체인 black Girls CODE를 위한 모금을 시작해 8,000달러 이상의 모금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다양한 중, 소규모 길드들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잘못을 규탄하는 시위를 자발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일부 유저들은 게임 내 알렉스 아프라샤비를 모티브로 하는 야전사령관 아프라샤비 NPC(얼라이언스의 NPC로 스톰윈드의 붕괴의 최종 흑막인 검은날개둥지의 최종보스 네파리안의 목을 효수해 업적을 기리는 사령관 NPC)에 대한 무차별적인 킬링 및 교체를 요구하는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 역시 “소외된 집단을 보호하고 이들을 위협한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저희 팀이 해결할 사안이며, 아제로스에도 즉각적인 조처를 하여 우리의 세계에 적합하지 않은 요소들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해당 작업은 진행 중이며 앞으로 며칠 내로 어둠땅과 WoW 클래식에서 여러 변화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는 답변을 했고 문제가 되는 NPC, 아이템 등에 대한 삭제 및 교체 작업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야전 사령관 스톤브릿지라는 NPC로 바뀐 상황이다. 

 



 

일부 유저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현재 상황이 블리자드 내부 개발팀이 처한 현실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여파 때문이라는 공식 입장이 있었지만 기존의 확장팩의 볼륨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의 콘텐츠를 유저 이탈이 시작되고 난 한참 뒤인 약 9개월 만에 내놨다는 점 때문.

 

또 유저들의 피드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지난 확장팩부터 지금까지 유저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계속되고 있는 게임 내 핵심 NPC인 실바나스의 스토리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전개 등 워크래프트 27년의 역사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이유가 직원들 사이의 갈등과 만연한 성범죄 등으로 인해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 때문에 낮은 완성도의 콘텐츠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

 

국내기업들도 예외 아냐,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태에서 교훈 얻어야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사태는 지난 2018년 라이엇 게임즈의 성차별 소송으로 인한 美 정부의 전반적인 조사결과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 진행중인 글로벌 게임사 유비소프트에 집단 소송 역시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유사한 사례가 많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대표이사의 직원 성추행 사건
 

 

국내에서는 해외처럼 조직적인 성범죄 문제가 크게 불거지진 않았지만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한 게임 회사와 계약한 성우가 해고되고 작업물이 전면 교체되는 등의 성평등 논란, 사내 계약직 여직원에 대한 일부 직원의 괴롭힘 및 성추행, 대표에 의한 성추행 등 미투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기업 내 성평등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나설 정도로 인권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됐지만 최초로 문제가 불거진 2016년부터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정부의 요구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기업도 사회구성원의 하나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게임 이용자의 부당한 종사자 퇴출 요구에 동조하지 않거나, 혐오표현 및 부당한 종사자 퇴출 요구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혐오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이 관련 업계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게임업계 종사자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성 종사자의 숫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지 않다

 

2020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게임 산업의 종사자 수는 총 89,517명으로 이중 남성은 70.3%, 여성근로자의 수는 29.7%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이후부터 종사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성보다 남성근로자들이 월등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이번 사고가 발생한 액티비전 블리자드 역시 DFEH가 전체직원 약 10,000명 중 20%도 되지 않는 여성 직원들의 성비 불균형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성평등 지수는 필리핀, 라오스 등 보다도 낮은 102위에 머물러 있다

 

국내 학자들 역시 게임업계의 성차별 문제를 보다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도록 성비 불균형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 등에서 설립된 노조를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권 침해 논란을 겪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이번 소송을 통해 국내 기업들 역시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한시라도 빨리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사내 문화에 대한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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