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게임업계 규제 법안으로 알려진 '강제적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주무부처들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대신, 기존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다루고 있던 '선택적 셧다운제(게임 시간 선택제)'를 개선하여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힘쓴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와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 이하 여가부)가 25일, 시행 10년 째를 맞이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를 발표하고, 청소년들의 건강한 게임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함께 공개했다.
문체부와 여가부는 2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부, 문체부, 여가부 등 관계부처가 협동으로 마련한 '셧다운제' 폐지 및 게임 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을 통해 주무부처들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 시간 선택제'로 일원화 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청소년과 보호자, 교사 등에게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 및 여가활동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게임 업계 10년 옥죄었던 '강제적 셧다운제'... '마크' 사태로 폐지 여론 급물살
'강제적 셧다운제'는 2011년 청소년의 수면권, 건강권을 보호하고 건강한 게임이용습관 형성, 게임 과몰입에 따른 역기능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막고 게임 산업 발전에 저해를 일으킨다는 지적에도 법안은 결국 통과되어 10년 동안 게임 업계를 옥죄이는 대표적인 규제 법안으로 존재해 왔다. 또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이미 가정에서 게임 이용 시간을 청소년과 합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선택적 셧다운제'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이중 규제' 논란도 있어 왔다.
'강제적 셧다운제'와 관련해, 지난 10년 동안 실효성 측면에서 꾸준히 연구가 이루어져 수면 시간 증가 및 게임 이용 시간 감소 등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 또는 폐지는 요원한 상황이었다. 19대, 20대 국회에서도 이러한 '강제적 셧다운제'의 강제성 완화를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끝내 개정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해 7월 경,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12월 부터는 '마인크래프트'를 성인들만 즐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여론이 공론화되면서 폐지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유아동 및 청소년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이자 교육용 게임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는 '마인크래프트'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막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인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질 뻔한 것이다.
이에 '강제적 셧다운제'와 이를 관장하고 있던 여성가족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짐과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강제적 셧다운제'의 개선 내지는 폐지를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법안을 발의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렇게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폐지 여론이 형성되고 난 뒤, 여성가족부는 국무조정실의 '규제챌린지' 과제 선정에 따라 관계부처 및 업계, 학계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25일 주무부처들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청소년들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건강한 게임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자율권 보장 위해 '게임 시간 선택제'로 제도 일원화
먼저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심야 시간(0시~6시)에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다루고 있던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로 게임 이용시간 제한 관련 제도가 일원화된다.
또한 일원화 된 '게임시간 선택제'의 인지도와 편의성을 높이고, 게임이용시간 제한을 원하는 가정(보호자)과 청소년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을 확대하여 청소년의 게임 이용 조절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다양한 매체를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강화한다.
가정 및 교사 등 보호자에 대한 게임 이해도 높이기 위해 지원 나선다
또한 가정(보호자), 교사 등의 게임 이해도를 높이고 게임을 이용하는 방법을 지도하는 교육을 확대한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는 '게임 과몰입'이 포함되어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게임과 관련된 갈등이 있을 경우 따라할 수 있는 '게임 지도 지침'을 10분 이내의 영상으로 제작 및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많이 즐기는 인기 게임에 대한 내용과 특징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 및 배포해 이해도를 높이고, 기존에 콘텐츠 사업자 및 플랫폼 사업자가 마련해 놓은 자녀보호기능 활용을 안내하는 '게임이용지도서'를 교육청과 함께 보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등급분류 업무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물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해, 청소년 유해게임물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후관리시스템을 개발 및 도입한다.
이와 함께 ▲게임을 활용한 교육(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지원을 위한 교육용 게임 개발 및 유통 지원 ▲게이미피케이션 수업 모델 개발을 위한 교사연구회 지원 강화 등 게임을 통한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도 마련한다.
청소년의 게임 등 미디어 이용에 대한 사후지원 및 상담도 지원
이 외에도 매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되는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를 통해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을 상담 및 치유하도록 지원하며, 게임 과몰입 실태조사를 고도화해 게임 이해력과 게임 이용문제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진단도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학생이 희망하는 경우 위(Wee)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연계해 미디어 이용 전반에 대한 상담을 지원한다. 또한 문체부, 게임문화재단,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협업해 운영중인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통해 검사 및 상담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게임 외에도 다양한 여가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학교, 지역 단위의 문화예술 교육과 스포츠 클럽 활동을 지원하며, 웹툰과 1인 미디어 등 새로운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동아리 및 프로그램도 함께 지원한다.
문체부 황희 장관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 이용,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 지원할 것"
문체부 황희 장관은 “청소년에게 게임은 주요한 여가생활이자 사회와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게임 과몰입 예방제도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가정 내 교육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며 “청소년들이 게임을 건강하고 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가부 정영애 장관은 “청소년 보호 정책은 매체 이용 환경 변화에 대응해 실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이번 개선 방안이 궁극적으로 입법까지 이어지도록 적극적으로 국회 논의를 지원하는 한편, 온라인에서의 청소년 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관계부처 협조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청소년이 스스로 결정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청소년이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력해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의 매체(미디어)와 게임이용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건전한 게임환경 조성과 청소년의 다양한 여가활동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5일 공식 입장을 통해 "강제적 셧다운제는 그동안 실효 부족, 청소년 권리 침해, 산업 경쟁력 약화 등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옥죄어왔다”며 “협회와 회원사는 국내 대표 ‘갈라파고스’ 규제인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하며, 관련 법안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업계는 앞으로 게임 내 자녀보호 기능 시스템 등을 널리 알리고 선제적으로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 나가겠다”며 “문화와 산업의 영역에서 게임을 바로 알리고 게임 인식 개선에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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