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판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한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감염의 우려로 인해 외출이 자제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IT기술 역시 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급변했다.
IT기술과 홈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게임 산업도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가정용 게임 기기인 콘솔 게임의 판매량이 치솟았으며 ‘모여봐요 동물의 숲’ 출시와 홈 트레이닝 열풍이 불며 닌텐도 스위치 대란이 생겨났다. 콘솔 뿐만 아니라 온라인게임의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개인용 노트북과 데스크톱 판매량 역시 큰 폭의 판매 상승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게이밍 시장의 상승세로 e스포츠 시장도 기회를 맞이했다. 전세계에 팬을 보유하고 있는 NBA, EPL, NHL 등의 정통 스포츠 리그가 코로나19사태로 중단되면서 e스포츠 시장이 이른바 언택트 산업의 유망 산업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시장조사업체 뉴주가 지난해 공개한 글로벌 e스포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업계는 2020년 한해 10억 6000만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의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언택트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 되면서 올해는 전년보다 약 15% 증가한 약 16억 달러(한화 약 1조 8800억 원)의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e스포츠 시장의 발전은 게임을 받아들이는 세대의 증가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 이후 게임이 단순한 오락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세대들도 폭넓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뉴쥬가 33개의 시장 7만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조사에서 Z세대 게이머의 약 81%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밝혔으며 일주일 평균 7시간 20분을 게임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V나 영화, 음악 등 전통적인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소비 성향이 강한 X세대와는 달리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부터는 여가 시간을 게임에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Z세대의 약69%, 밀레니얼 세대의 약 70%가 게임에 지출을 한다고 밝혔으며 PC와 콘솔, 모바일 중 모바일에 더 많은 지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만할 만한 부분은 해당 설문에 응답한 Z세대 게이머들의 약 75% 이상이 게임을 즐길 뿐만 아니라 게임 관련 비디오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이용한다는 것에 있다. 게임을 개발하거나 혹은 게임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게임을 즐기지 않아도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게임플레이를 관전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와 소비자의 성향이 맞물리며 게임 시장 및 게임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하는 ‘보는 게임’, 특히 e스포츠 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e스포츠 게임 개발사, 협회, 구단, 선수들을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e스포츠 시장에 대한 다양한 변화를 짚어봤다.
코로나 시대 e스포츠 시장, 콘텐츠의 가치와 특성이 재조명되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조사한 모바일게임 인구수는 2021년 약 15억8000만 명으로 PC와 콘솔을 합친 전세계 게임 인구는 약 29억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성장한 게임 산업은 동반 산업인 e스포츠 시장에도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으로는 조사에 응답한 모두가 온라인으로의 변화를 꼽았다. e스포츠 자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성장한 대표 산업이기도 한만큼 다소 의외에 답변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온라인으로의 변화는 바로 제작과 진행, 관중을 중심으로 하는 모든 부분을 온라인화 시키는 환경적인 변화다.
e스포츠가 발전했던 초기에는 온라인 기반인 e스포츠도 전통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즉 관람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게 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관중 중심의 e스포츠 관람 문화가 정착하는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지며 전통 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e스포츠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전통적인 기성 스포츠가 이렇다할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리그가 중단되거나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는 등 종목의 존폐의 위기에 몰린 반면, e스포츠 산업은 위기에 유연히 대응하며 체제 변환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랐다. 코로나 초기에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코로나 판데믹이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산업과 경쟁하기 위해 갖춰놨던 기반을 다시 스스로 걷어내는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거나 일정부분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발생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기존에는 동일한 조건의 PC와 네트워크 환경에서 시합을 펼쳤지만 각각의 팀 연습실 혹은 개별 장소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경기에서는 경기용 PC의 스펙과 설정, 네트워크 속도, 모니터 크기, 데스크 높이, 조명 및 온도, 소음 등이 제작기 다른데서 생기는 경기력의 차이를 간과할 수 없었고, 여기에 심판 및 운영인력을 직접 현장에 파견시키고 달라진 환경에 맞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종목을 운영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환경적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스폰서십 프로그램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으며 오프라인, 무관중 오프라인, 전면 온라인 등 정부 당국의 방역 지침에 따라 수시로 리그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했다.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각 팀 숙소에 필요한 모든 인원을 파견할 수 없어 발생하는 콘텐츠 부족 문제도 감내해야만 했다. 자연히 e스포츠 팬들도 자주 바뀌는 시스템과 환경에 혼란스러워 했다.
그러나 e스포츠 산업 전체가 이런 부작용과 피해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보완해야될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달라진 환경에 맞춰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에 나선 e스포츠의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전통 스포츠의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야구 게임 ‘MLB 더 쇼20’의 이벤트 경기를 MLB 네트워크로 중계해(선수들이 각팀을 직접 플레이했다) 야구 팬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인 라리가에서는 축구 게임 ‘피파 20’으로 경기를,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사이클대회 ‘투어 오브 플랜더스’ 등의 일부 스포츠 종목은 온라인 가상현실 경기로 진행됐으며 프로 모터 스포츠 선수와 일반인이 참가하는 심레이싱 대회는 높은 참가율 기록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대면과 비대면 시스템, 모든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비대면 시대를 맞이한 e스포츠 시장은 e스포츠의 접근성을 더욱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 관람인원에 따른 경기 시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특히 공간과 거리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관람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경기를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시스템적으로도 비자, 항공, 숙박 등 사람의 이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리스크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코로나19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e스포츠 리그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은 큰 수확이다.
물론 외부 변수의 영향없이 정상적으로 리그가 진행되는 것은 비대면시스템의 장점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비대면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생한 느낌을 전달받기 위해 현장 직관을 하고 싶어하고, 혹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보고 싶거나 나와 같은 팀을 응원하는 다른 팬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유 등 각자의 이유로 현장 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이들에게 비대면 관람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일 뿐 완벽한 대체제가 아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의 기술로는 이런 경험을 온라인을 통해 완벽히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나 구단에게도 비대면 리그 진행의 단점은 생각보다 크다. 단순하게는 선수와 팬들의 교감의 문제로만 볼 수 있지만 해외 팀에 소속이 되어 있는 한국 선수 혹은 한국 팀에 소속된 외국인 선수들이 사실상의 고립상태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에 프로무대에 데뷔를 한 선수들의 경우 연습실에서 지속적인 대회 일정을 소화하면서 실제 경기장에서 대회를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 성취감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스포츠 시장 전체로 봐도 비대면 상황의 장기화로 인해 고민할 것들이 많아졌다.
‘LOL’이나 ‘오버워치’ 등 이미 시장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게임들의 경우 적응 방식의 문제를 고민하면 되지만 신규 종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초반 분위기를 주도할 팬이나 관중 확보가 어려워 굉장히 가혹한 경쟁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현재 비대면 e스포츠 경기는 코로나 이전 e스포츠 경기와 비교해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만들거나 오프라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할 기술 및 콘텐츠 개발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산업적 가치가 증명된 e스포츠 시장, 게임이 당연하고 e스포츠는 특별해지는 세상이 온다
외부적인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적응력으로 코로나 시대에 정상적으로 진행된 거의 유일한 스포츠였기에 e스포츠는 전세계 모든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았다.
e스포츠가 기성 스포츠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최근 종료된 LCK서머의 담원 기아와 T1의 결승전의 온라인 최고동시접속자는 350만 명으로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며 전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리는 도쿄올림픽과 일부 기간이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시청률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전세계 8개 언어(스페인어,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독어, 불어, 이탈리아어)로 생중계됐던 리그의 해외 시청자 비율이 50%를 넘어섰다는 부분인데 이는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유일하다.
이와 같은 인기로 PC 및 IT기기를 후원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기업 스폰서십 외에도 최근에는 MZ세대를을 타겟으로 한 대기업들의 스폰서십이 크게 증가했는데 스폰서십이 풍부해지면서 e스포츠 시장을 산업적으로 끌어나가기 위한 인적 자원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편, 해외에서 e스포츠는 이미 주류 교육의 한 가지 과정으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대학교들이 e스포츠를 정식 교육 과정의 하나로 채택했으며 e스포츠 교육을 위한 전용 교육관을 설립하고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운영하는 등 양질의 인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업 운영, 관리, 방송 및 콘텐츠 제작, 코칭, 건강, 법률, 네트워킹 등 세분화된 교육 과정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2004년 개교한 전라북도 완주군에 있는 국내 최초의 게임 특성화 고등학교인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전국의 다양한 고등학교, 대학교과 e스포츠 관련 학과나 게임 개발 교육과정을 신설해 미래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유소년 시절부터 철저하게 관리가 되어 육성되는 기성 스포츠 종목에 비교한다면 e스포츠 전문인력을 육성해 나가는데 필요한 전체적인 사회적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 e스포츠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구단을 운영중인 팀들이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실력있는 선수와 감독 발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의 인적 자원을 활용한 e스포츠 산업 전체를 발전시키는 개척자들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인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e스포츠는 게임이라는 뿌리에서 나왔지만, 조금 다른 형태로 자라날 것이다”며 “(중략) 코로나19가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가운데,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해서는 마냥 부정적인 작용만 있던 것은 아니다. e스포츠는 복합적으로 연결된 산업인 만큼, 경기나 대회를 넘어 즐거움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할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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