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언제까지 침묵 할 것인가

등록일 2012년02월10일 19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작년에 시행된 ‘셧다운제’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건만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연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정부부처의 강도 높은 규제책과 일부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에 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신음만 할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아니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괜히 나섰다 정부와 주류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부담감도 한 몫 했으리라.

확실히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획기적인 이론을 근거로 한 정부의 창의적인 규제책 발표는 여러모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느 것이던 과하면 독이 되는 것이고 통제가 되지 않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법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하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짐승으로 표현하는 등 사회적으로 게임업계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혹자는 이미 죽을 만큼 죽어버린 만화산업과 비교하기도 한다.

영화와, 음악시장과 달리 게임 시장의 역사는 극히 짧다. 수많은 우여 곡절을 겪으며 성장한 이들 산업과는 달리 게임산업은 정말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냈다. 1세대 개발자들로 불리는 국내 여러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게임시장의 터전 위에다 게임 산업이라는 거대한 성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게임 산업이야 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칭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금알에 눈이 멀어 기둥 없는 모래성 마냥 내실 없이 덩치만 부풀려 온 게임 산업은 규제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산업 전체의 위상과 입지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왜 그런 것일까?

온라인 게임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 많은 업계들이 치열해질 대로 치열해진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공법 보다는 변칙적인 방법들을 쓰기 시작했다. 여자 캐릭터는 점점 옷이 얇아졌고 남자 캐릭터들은 점점 더 잔인해져갔다. 심지어 최근에는 집과 차, 성형수술비 까지 마련해 준다며 말도 안되는 이벤트로 유저들을 유혹한다.

선정성과 사행성이 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요즘엔 이러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게임인  ‘와우’, ‘리프트’, '리그오브레전드‘는 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위와 같은 논리로 개발에 접근했던 게임들이 하나같이 실패의 쓴 맛을 봤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게임 산업과 동반 성장을 하고 있는 PC방 업주들 역시 문제다. 어린 아이들이 18세 이용가의 게임을 하도록 방치한다. 어떤 경우엔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라며 두둔하기도 한다. 사용료만 지급받는다면 애들이 무엇을 즐기던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산업은 성장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라고 언급해도 좋을 만큼 그 수준 역시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축적되고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성공을 위해 달렸던 것이다. 결국 산업은 성장했고 이에 업계들은 앞 다투어 게임 한류에 자신의 게임이 일조했다며 각종 성과발표에 열을 올린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렇게 산업이 덩치를 키우며 많은 작은 게임회사들이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수익 우선의 기본적인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틀리지는 않다. 기업 역시 이윤이 있어야 운영이 되는 곳이다.

게임회사는 분명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私企業)이지만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산업을 대표하는 대표선수로서의 자격을 갖는다. 때문에 자신의 산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 및 부정적인 사회적 현상에 대한 책임 의식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부정적인 여론에도 침묵했으며 방관했다.

물론 모든 업계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 일례로 엔씨소프트의 야구단 창단을 꼽을 수 있다. 야구단 창단의 당위성을 떠나 기업으로 성장한 게임업체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대외적으로 알렸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하나의 회사가 움직인다고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업계 스스로가 게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당당해져야 할 때인 것이다.

현재 많은 언론들이 게임 역기능 알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모든 것이 맞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틀리지도 않았다. 업계가 머뭇머뭇 하는 사이 일반인들은 게임의 역기능만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업계가 힘을 합쳐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게임의 부정적 인식 제고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게임의 순기능과 문화콘텐츠로써의 가치를 일반인들에게 각인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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