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PG는 일본과 서구권에서 꾸준히 많은 타이틀이 나오는 장르이지만, 고전 JRPG 스타일의 도트풍 그래픽을 채택해 작은 규모로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를 제외하면 연출이나 볼륨을 제대로 갖춘 게임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며, 그래픽과 연출보다는 각본과 높은 난이도의 전투를 장점으로 승부하는 게임이 많다.
카도카와 게임즈에서 로봇들이 전투를 펼치는 SF 소재 SRPG를 만든다고 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심경으로 기다리다,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CLE)의 협력으로 출시 전 한발 먼저 플레이해 봤다.
플레이 전 상황, 기대 < 우려
카도카와 게임즈의 SRPG라고 하면 '갓워즈'가 바로 떠오른다. '갓워즈'는 기대에 비해 조금 실망스러운 게임이이었다.
SRPG 마니아로서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플레이 해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획득했지만 트로피 작업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영 못할 게임은 아니었고, 규모있는 SRPG가 잘 나오지 않는 요즘 SRPG 마니아라면 한번쯤 해봐도 괜찮다 싶은 게임이었지만 꼭 해보라고 추천할 만한 게임은 아니었다.
SRPG 장르를 포기하지 않고 SRPG 차기작을 만든다고 해 응원하긴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갓워즈'는 일본 고대사에 기반한 세계관을 보여줬는데 차기작은 무대가 180도 바뀐 '우주'가 된다는 점, 로봇과 미소녀를 내세운 점에서 그래도 나오면 한번 해봐야겠다 정도의 기대감으로 기다려 왔다.
그리고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플레이해 본 '리레이어'는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SRPG였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로봇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 미래 시대,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해 암흑우주를 불러오려는 수수께끼의 적 '리레이어'가 침략해 오자 별의 의지가 깃든 소년, 소녀들(대부분이 소녀이다)이 로봇에 타서 리레이어에 대항한다. '지구'의 의지가 깃든 주인공 '테라'는 리레이어에 맞서 싸우며 리레이어 편에 붙은 여동생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설정만으로도 젊은 시절 한 오타쿠 했던 기자의 다 죽은 줄 알았던 중이병 감성을 자극한다.
여기에 고대 기술을 독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대기업들에 우주해적, '우주는 인류의 것이다'라며 리레이어와 별의 의지가 깃든 소녀들을 모두 적대하는, '성계의 문장'에서 묘사된 인류통합체 같은 세력이 끼어들고 리레이어 측에서도 배신자가 나오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이 될 것인지 예측하기 힘든 스토리가 전개된다.
적, 아군 주요 캐릭터가 모두 미소녀에 캐릭터성, 관계성도 잘 짜서 넣어뒀다. 아군은 전원 전용 로봇을 타고 등장하는데 병종마다 화려한, 제대로 힘준 전투연출을 담아놨다. 플레이하며 '등신대 슈퍼로봇대전 외주를 여기 주면 되는 것 아닐까', '건담 IP를 줘서 건담 SRPG 만들게 해라' 같은 생각을 자주 하게 만들었다.
높은 전투난이도, 하지만 레벨을 올리면 어떨까
전투 난이도는 이지, 노멀, 하드 3단계를 지원하는데 SRPG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이지를 골라 플레이하자. 노멀만 가도 초반부터 다수의 적에게 집중포화를 맞고 게임오버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SRPG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집중공격, 각개격파, 스킬(슈퍼로봇대전의 정신기)을 적절히 사용하면 노멀 난이도는 무난할 것이다.
하드 난이도는 꽤 어려웠는데, 레벨이 오르면 스테이터스 전반이 상승해 전투가 쉬워지므로 프리배틀에서 레벨을 올리면 하드 난이도도 클리어가 너무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적을 공격하거나 격파하면 경험치를 얻는데 회복을 하면 전투보다 더 큰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으므로 회복 스킬을 적극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프리배틀은 전투 경험치만 제공하지만 메인 미션은 클리어 경험치를 꽤 많이 주므로 동료들을 고루 키우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스킬 트리는 2갈래로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 스킬은 못 배우지만, 같은 병종의 동료가 복수 있으므로 고루 골라서 필요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트로피 조건 중 '모든 캐릭터의 모든 스킬트리를 다 찍기'가 있는데, 1회차에선 안 되고, 회차 반복 플레이로 해결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아쉬운 점 많지만, 차기작 기대돼
메인 스토리와 전투에는 음성이 들어가지만 서브 스토리는 음성지원이 없는 점이나, 대화 시 캐릭터 입이 움직이지만 입만 움직여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점 등 캐릭터와 스토리를 강조한 게임답지 않은(?) 점은 플레이하는 내내 아쉽게 느껴졌다.
전투 부분에서도 병종, 무기에 따라 사정거리가 정해져 있어 공격 범위가 굉장히 한정된다는 점, 협동공격이 근접 공격에만 발동된다는 점, 백어택 발동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적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아군을 배치하고 공격해야만 발동한다) 등 비교적 단순화한 전투를 좀 더 복잡해보이도록 꼬아둔 디자인은 '꼭 이래야 했나' 싶게 만들었다.
캐릭터성, 관계성을 흥미롭게 구성해 두고 활용을 너무 안한다는 점도 아쉬웠던 부분이다. 서브 이벤트 수도 캐릭터 수에 비하면 적고, 코미디와 진지한 쪽 모두 하려면 더 많이,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적당한 지점에서 타협하고 더 나아가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점을 몇가지 나열했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던 '리레이어'가 기대 이상의 잘 만든, 재미있는 게임이라 더 좋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것으로, '갓워즈' 다음에 이 정도를 보여줬으니 차기작엔 더 큰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
총평, 그리고 트로피
할만한 SRPG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사는 SRPG 마니아들에게 '이거 한 번 해보라'고 권할만한 정도로 나온 것 같다. 그래픽을 포기하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승부하는 게임들에 질려가던 차에 심플한 전투시스템에 연출을 강조하고 미려한 일러스트로 캐릭터를 표현한 게임을 오랜만에 만났다.
스토리나 전개, 로봇 디자인이 모 유명 로봇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은데, 서브컬쳐, 로봇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도 SRPG에 거부감이 없다면 플레이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트로피 면에서 리레이어는 '갓워즈' 만큼은 아닐 것 같지만 쉬운 게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모든 캐릭터의 모든 스킬트리를 채워야 하고, 모든 보급품 상자를 다 열어야 하며 도서관 항목을 모두 채워야 하는데, '갓워즈'가 70~100시간 걸렸던 것에 비해 조금 줄어든 50시간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 난이도 트로피는 없으니 시간을 많이 들여야하는 것 말고는 난관이 없어 보인다.
카도카와 게임즈는 어드벤쳐 장르에서도 '루트 레터'로 충격을 준 뒤 '루트 필름'으로 '아니 이렇게 잘 할 수 있으면서 왜...'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며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리레이어'에서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자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와 'G 제네레이션' 시리즈 모든 게임의 트로피를 획득한 상태인데, 카도카와 게임즈가 '리레이어' 정도로 SRPG를 꾸준히 만들어 준다면 SRPG 갈증이 좀 해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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