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 히어로'와 '캐리온', '데스 도어'와 '카타나 제로', '인스크립션' 등 특색 있는 명작 인디 게임들을 퍼블리싱하는 디볼버 디지털이 이번에는 '트렉 투 요미(Trek to Yomi, 요미(황천)를 향한 여정)'를 선보였다.
'트렉 투 요미(Trek to Yomi, 요미를 향한 여정)'는 레오나르드 멘키아리(Leonard Menchiari)와 플라잉 와일드 호그(Flying Wild Hog)가 개발한 신작 시네마틱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레오나르드 멘키아리 디렉터는 영화 감독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독특한 설정의 '이터널 캐슬'과 '라이엇' 등의 게임으로도 알려져 있다.
게임에서는 주인공 '히로키'의 모험과 '요미(Yomi, 황천)'에서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트렉 투 요미'는 디렉터의 영화 감독 경력이 증명하듯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뛰어난 카메라 워크와 흑백 필터가 깊은 인상을 남기며, 게임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으나 최근 출시된 게임들 중에서는 자신만의 특색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흑백으로 표현된 한 편의 영화 같은 게임
'트렉 투 요미'는 일본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이 아님에도 그 어떤 게임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일본의 봉건시대에 대한 이해도와 디테일이 돋보이며 이를 표현하는 솜씨도 뛰어나다. 이미 '고스트 오브 쓰시마' 등의 수준 높은 '자포네스크' 게임이 있지만 이에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특히, 단 한 줌의 채도도 없이 오로지 흑백으로만 표현되는 게임 내 그래픽은 사실상 이 게임의 모든 것이자 정체성이다. '7인의 사무라이' 등의 고전 영화로 유명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사실상 '구로사와 아키라 팬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름마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허락을 받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구로사와 모드'는 말 그대로 '모드'이기 때문에 켜고 끌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트렉 투 요미'는 관련 옵션이 없으며, 인게임부터 컷신까지 흑백 풍의 노이즈 낀 그래픽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트렉 투 요미'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하게 내세우고 싶다는 개발사의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롱테이크와 다양한 시점의 활용... 영화적 기법이 인상적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카메라 워크도 매우 뛰어나며 또 인상깊다. 최근 몇 년 동안 즐겨본 게임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수준 높다. 특히나 횡스크롤 게임이 갖는 단점, 즉 항상 같은 구도에서의 플레이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인 롱테이크 기법과 다양한 카메라 뷰, 절제된 미장센 등 영화적인 연출 기법으로 극복하고 있다.
전투는 주로 횡스크롤 형태로 진행되지만 이 또한 절묘하게 활용된 소품과 조명 그리고 각도로 색다름을 자아낸다. 흑백 필터와 카메라 워크가 조화를 이루기에, 사실 게임을 플레이 한다기 보다는 한 편의 흑백 고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이러한 비주얼과 카메라 워크는 초반 마을 배경부터 중후반의 '요미'까지 모두 적용된다. 새로운 장소에 갈 때마다 늘 새로운 시점과 카메라 워크가 플레이어를 반기기 때문에, 흑백 색감이 지루할 수는 있어도 카메라로 인한 지루함은 느끼지 못했다.
사운드 측면에서도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컷신과 이동 시 출력되는 성우들의 열연은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주인공 '히로키'를 비롯한 주연들의 연기는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어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전투부터 이동까지 각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음악과 효과음들도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장치다. 작게는 상대의 칼을 튕겨내는 소리나 칼을 휘두르는 소리, 쏟아 붓는 빗소리와 장작 타는 소리, 실내와 실외의 미묘한 차이, 오래된 필름을 재생했을 때 들리는 잡음 등이 매우 세심하게 구현되어 있다.
영화적 장점은 잘 흡수했지만… 전형적인 스토리는 마이너스 요소
다만 게임 자체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클래식하고 정석적인, 나쁘게 이야기하면 흥미롭지 못한 스토리는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적 연출과 고전 흑백 영화의 비주얼적인 특징은 잘 흡수했지만, 스토리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주인공 '히로키'는 사랑과 의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주인공' 스타일의 캐릭터다. 과거의 실수로 인한 후회와 죄책감을 극복해 나가는 무난한 플롯에 '요미(yomi, 저승)'에서의 모험과 고군분투라는 신화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게임은 후반부에 접어들면 플레이어로 하여금 선택지를 제공한다. 그 고민까지의 과정이나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꽤나 드라마틱하게 연출되지만, 전달되는 메시지나 내러티브 자체가 흥미를 유발하지는 못한다. 한마디로 연출은 좋지만 스토리는 전형적이다.
1회차를 마무리한 후 빠르게 다회차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쉬운 난이도가 해금되나, 다회차 플레이를 하거나 다른 선택지의 전개가 궁금해질 정도는 아니었다. 수집품 또한 그 종류가 챕터마다 다수 준비되어 있고 잘 숨겨두었지만, 업적 달성을 원하거나 설정을 보다 자세히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적다.
패링과 스턴, 그리고 마무리 공격 일변도… 아쉬운 게임성
다양한 무기가 등장하기 어려운 일본의 봉건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게임의 플레이 스타일 또한 지루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우선 패링과 약공격, 강공격, 회피, 스턴과 마무리 공격 등 기본적인 구색은 갖췄다. 활 등의 원거리 무기로 변주를 주거나 템포를 뺏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투에서의 깊이는 부족한 편이며, 기술은 많지만 전부 활용할 필요도 없다.
적들은 마치 액션 영화처럼 한 명씩 정직하게 공격해 오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난이도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체크포인트도 굉장히 촘촘하게 설정되어 있어 재도전에 부담도 없는 편이다. 하지만 검격 액션 게임임에도 쉽다는 것은 그만큼 파고들 만한 매력도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뛰어난 비주얼과 사운드, 다소 아쉬운 게임 플레이가 조합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 하는 내내 게임보다는 영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플레이를 하면서 게임 측면에서의 색다름 보다는 연출과 비주얼에 보다 신선함을 느꼈다.
아마도 개발사에서는 말 그대로 '영화처럼' 전투를 직접 연출해가며 플레이 하기를 원했을 지도 모르겠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적들을 멋있게 처치하고, 마지막에는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칼집에 칼을 집어넣는 그런 연출 말이다.
비주얼과 연출이 너무나도 준수하기에 게임성과 스토리를 조금 더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혹은 게임이 아닌 영상 등의 미디어로 나왔다면 조금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볼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될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트렉 투 요미'는 단순히 게임이 게임다운 재미를 주는 것 외에도,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이어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과 연출을 흑백 필터로 감상하는 심미적인 체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떠오르게 하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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