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정성 논란의 '2022 MSI'... 이런 운영이 과연 최선이었나

등록일 2022년06월10일 15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라이엇 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상반기 글로벌 e스포츠 대회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2022 MSI)'이 지난 5월 29일 RNG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MSI는 전 대회와 비교해 특히 이슈가 많은 대회였다. 2년 만에 유관중 오프라인 방식으로 개최됐고 개최 전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독립국가연합 소속 팀의 대회 참가가 불발되기도 했다.

 

특히, 대회 개최 전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 강화로 인해 직접 오프라인으로 대회에 참여하려 했던 중국 LPL 소속 RNG는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른 4팀 중 유일하게 중국의 현지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LoL 국제전 정통의 강호 한국, 중국, 유럽, 미국의 활약이 돋보였으며 게임 내적으로는 블루 진영과 레드 진영의 밸런스 붕괴도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종합하자면, 2022 MSI는 대회 내내 선수들이 보여준 훌륭한 경기와 퍼포먼스 및 오랜만에 팬들과의 소통을 대하는 태도, 팬들의 관람 문화 등은 e스포츠의 긴 역사만큼 성숙해졌음을 느끼게 했지만 대회의 전반적인 운영을 비롯해 e스포츠의 특징이자 한계는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 채택을 시작으로 정식 스포츠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e스포츠가 과연 정식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은 코인 토스로 정해진 우승팀

 



LoL에서 블루 진영에서 경기하는 팀이 레드 진영에서 경기하는 팀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은 이제는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맵의 구조와 인터페이스 때문에 가려지는 부분이 레드 진영에서 더 불편하고 스킬 방향 조정 및 후반에 영향이 큰 바론 지역 장악도 블루팀이 유리하다는 것 등 많은 유저들이 블루 팀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실제로 2020년 해외 유저에 의해 블루 진영의 대포 미니언이 레드 진영 미니언보다 사거리가 20정도 긴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버그는 라이엇 게임즈도 인정하며 블루 진영이 레드 진영보다 유리했다는 사실이 실제로 밝혀진 것이다.

 

물론 이번 대회를 이야기 할 때 이런 고리타분한 진영의 유불리로 인해 코인 토스에서 승리한 RNG가 블루 진영에서 3번 경기를 진행해 우승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블루 진영이 가진 지형적 유리함이 아니라 현재의 메타와 밴픽의 상관 관계다. 

 

현재 메타에서는 경기에 영향을 주는 0티어 사기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루시안'을 포함해 여러 사기 챔피언들이 다수 존재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초반 선픽을 뺏기는 레드 진영 입장에서는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루시안을 먼저 밴하고서 밴픽을 시작하는 편. 이 때문에 양팀에 주어지는 밴 카드는 5장이지만 실제로 레드 진영 입장에서는 밴 카드가 4장 밖에 없는 상대적 불균형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초반 밴이 끝나고 블루 진영이 챔피언을 하나 선택하는데 이 때 최근 메타에서 무상성 급으로 분류되는 강한 챔피언을 하나 선택한 다음 레드 진영에서 고르는 2개의 챔피언을 보고 그와 극 상성을 가진 챔피언을 두개 가져가는 등 현재의 사기 챔피언이 많은 메타는 블루 진영에 매우 유리한 편이다.

 

물론 2022 MSI 기간 동안 레드 진영에서 이긴 경기도 많은 편이지만 이 때의 경기들을 생각한다면 대체적으로 약팀이 블루 진영이고 강팀이 레드 진영인 경우가 많았다. 선수 상성이 진영의 유리함을 누른 것.

 

특히 선수간 밸런스가 가장 맞았다고 평가 받는 RNG와 T1전을 예를 들면 두 팀은 럼블 스테이지와 결승전 5경기를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총 7번의 경기를 진행했고 각자 상대 전적은 4:3을 기록했다. 재미있는 점은 양팀이 서로를 상대로 승리했을 때의 진영은 모두 각자 블루 진영이었을 때라는 것.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이번 대회에서 16경기를 치루고 똑같이 6승 10패를 기록한 공동 5위팀 PSG 탈론과 SGB(사이공 버팔로) 양팀의 상대 전적 또한 1:1이었고 모두 블루 진영을 가졌을 때 승리했다.

 

이 외에도 비슷한 전력의 팀이 맞붙었을 경우 블루 진영의 승리 비율이 레드 진영의 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가운데 RNG의 KenZhu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블루 진영이 유리하다 생각하나 대처법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서 RNG가 T1을 상대로 레드 진영에서 승리 방법을 찾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대회 에서는 끝까지 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T1이 블루 진영을 가져갔다고 100% 우승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이번 결승전, 특히 5경기의 밴픽은 의아한 점이 여럿 있었으나 선수 인터뷰 당시 인터넷 문제로 인해 한국 기자들은 T1 선수들에게 경기에 대한 질문 하나 할 기회조차 없었기에 의문은 그저 의문으로 남겨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러 정황 상 1경기 블루 진영을 T1이 가져 갔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고 이는 LoL 공식 글로벌 대회가 선수의 기량이 아닌 블루 진영을 정하는 코인 토스로 인해 우승팀이 가려졌다는 불명예와 함께 현재 LoL이 가진 밸런스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다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단 LoL 뿐만 아니라 많은 게임들이 업데이트에 따라 게임의 메타가 크게 변화하는데 과연 동일 버전에서 경기가 진행되어야 하는 글로벌 오프라인 대회에서 버전 및 메타 차이로 인한 상대적 불균형 발생 시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하나의 팀만 온라인으로 리그 참여, 과연 최선이었나
2022 MSI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최초로 개최되는 유관중 오프라인 글로벌 대회였다. 지금까지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리그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현장에 경기 관중을 모으고 진행하는 글로벌 대회는 2년 만이었으며 한국 입장에서는 최초로 개최하는 MSI였다.

 

글로벌 오프라인 대회는 해외 선수들의 시차 적응과 음식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홈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홈팀이 어웨이팀보다 어드밴티지를 갖고 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개최된 2022 MSI에서 홈팀은 T1 하나였지만 홈팀이 아님에도 또 하나의 홈 어드밴티지를 받는 팀이 등장했다. 바로 강화된 중국의 방역 정책으로 인해 이동이 불가능해진 RNG가 중국의 숙소에서 온라인을 통해 리그에 참여하면서 또 다른 '홈팀'이 된 것. 리그의 일정을 감안할 때 실제 홈팀보다도 더 많은 어드밴티지를 갖는 어웨이팀이 등장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2022 MSI의 그룹 스테이지와 럼블 스테이지는 하루에 여러 경기가 진행되며 한 팀이 같은 날 여러 경기를 치루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 경기장 대기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팀과 숙소에서 편히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팀 중 어떤 팀이 경기에 더 유리할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또한 리그 참가 선수는 경기 종료 후에도 인터뷰와 리그 행사와 관련된 영상 촬영 등 실제로 온전히 연습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반해 중국 숙소 현지에 있던 RNG 이런 스케줄에서도 자유로웠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키보드나 마우스 등의 장비는 선수가 준비한다지만 스피커를 포함한 PC 장비 등은 대회 주최 측이 제공하는 제품을 쓰기 때문에 연습 환경과 100% 다른 상황에서 리그를 참여해야 하는 선수들과 달리 RNG는 100% 자신들의 연습 장비 세팅 그대로 리그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해외에서 리그에 참여하는 RNG와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부산에 있던 팀들은 35 핑이라는 익숙치 않은 게임 내 환경에서 경기를 치뤄야하는 하는 규칙까지 생겼다. 일반 유저도 핑 차이로 인해 스킬 샷이 실패하는 일들이 부지기수인 것을 생각하면 이 같은 결정은 오히려 부산 현지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에게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RNG의 KenZhu 감독은 이번 대회 참여에 대해 “RNG가 숙소에서 리그 참여하는 것에 대해 특혜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특혜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축구와 야구 혹은 다른 정통 스포츠에서 무슨 이유가 됐건 경기장에 직접 나오지 않은 팀에 경기 참여 기회를 준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지만 만약 있다고 해도 그것은 엄청난 특혜일 것이다.

 

어쩌면 중국 RNG는 자기들이 리그 참가 자격을 가진 팀이고 이번 현장 불참은 그들의 뜻이 아닌 원치 않은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으며, e스포츠는 일반적인 스포츠와 달리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경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다른 e스포츠 종목들에서는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경기에 모든 참가 팀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진행할 때의 이야기다. 스포츠의 전제 조건은 그 무엇도 아닌 공정한 경쟁이기 때문. 공정한 경쟁이라는 전제조건 하에 홈 어드밴티지와 같은 승부의 변수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수들이 경쟁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를 자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대회 운영이 보여준 e스포츠의 한계
스포츠는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규칙을 지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부를 가리는 것이지만 이번 대회로 인해 e스포츠의 LoL 종목은 이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동일한 환경, 동일한 조건에서 게임을 하지 않은 팀에게 우승컵을 주는 선례를 남겼고 특히, 경기 내내 "공정한 환경"이라는 라이엇 게임즈의 공지 외에 그들의 개인 캠이나 숙소 장면은 관객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그들이 실제로 공정한 경쟁을 했는지 관객들은 알수 조차 없었다. 

 

특히,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21 MSI에서도 중국의 방역 정책을 이유로 1위의 어드밴티지 중 하나인 녹아웃 스테이지 첫날 경기를 당시 1위였던 담원 기아와 상의도 없이 멋대로 중국 RNG 경기로 편성한 바 있다.

 

결국 이번 2022 MSI에서 오프라인 무대에 참여하지 않은 RNG가 우승을 하고 라이엇 게임즈가 이를 인정하는 선례를 남기는 바람에 차후에 진행되는 국제 대회에서 다른 국가의 다른 팀도 자국내 사정을 이유로 개최국을 방문하지 않고 자신들의 숙소에서 경기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하면 라이엇 게임즈는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전 세계 최고 권위의 스포츠 대회인 올림픽에서 이런 운영이 가능할까를 생각해보면 이번 대회의 운영이 얼마나 정통 스포츠의 그것과 동떨어진 결정이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열린 언택트 시대. 어쩌면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언택트 시대의 e스포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운영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가 2년 연속 특정 국가에 유리하게 대회의 방식, 룰을 바꾸면서 공정하게 대회를 운영할 것이라는 팬들의 신뢰와 믿음은 약해졌다. 과연 라이엇 게임즈는 앞으로 있을 수 많은 대회에서 팬들의 믿음과 신뢰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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