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발매를 앞두고 있는 블리자드의 최고 기대 신작 ‘디아블로 4’의 최신 빌드를 체험해볼 수 있는 비공개 엔드 게임 베타(Closed End Game Beta)가 진행됐다.
디아블로4는 ‘핵&슬래시’ 게임의 대표주자인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유저들은 ‘릴리트’에 의해 격동의 시대를 맞이한 성역 역사의 가장 어두운 암흑기를 경험하게 된다. 역대 시리즈 중 가장 광활한 성역이 구현됐으며 유저들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지역을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다.
이번 비공개 베타 테스트는 디아블로 4의 전체 스토리를 미리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디아블로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소에 대한 여러 피드백을 반영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게임의 초반부 및 핵심 주요 콘텐츠 플레이 테스트를 중점으로 진행됐다.
2019년 이후 약 4년 만에 진행된 비공개 테스트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25레벨로 제한된 이번 엔드 게임 베타를 즐기며 느낀 장단점을 분석했다.
*블리자드의 리뷰 가이드에 의해 게임의 스토리, 주요 콘텐츠에 대한 세부적인 리뷰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알립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공개된 스토리를 포함한 게임의 모든 콘텐츠는 추후 정식 서비스에서 변경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
어두워진 성역, 증오로 뒤덮힌 사람들…릴리트의 강림의 여파를 볼 수 있는 초반부
이번 테스트 버전에서는 디아블로4의 첫 도입부라고 할 수 있는 ‘조각난 봉우리’를 시작으로 1막 마지막까지의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약 25레벨까지의 싱글/멀티 콘텐츠가 공개됐다.
캐릭터는 ‘야만용사’, ‘원소술사’, 도적’ 등 3가지 직업이 공개됐으며 단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인게임 시네마틱이 추가돼 사실상 밸런스, 최적화 부분을 제외한 게임의 막바지 버전의 콘텐츠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게이머들을 반겨주는 것은 바로 음울하고 어두운 세계관이다. 4년전 블리즈컨 현장에서 체험했던 알파빌드 체험 당시보다 더욱 진보된 광원효과가가 적용됐다. 사실상 전작 ‘디아블로3’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성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인류의 90%가 사망한 ‘어둠에 잠식을 당한 세계’를 묘사하는 만큼 캐주얼한 느낌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전작에 비해서 확연히 시작부터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달라진 모습은 필드뿐만이 아니다. NPC, 몬스터 등 디아블로 4의 핵심 테마인 ‘증오’에 뒤덮힌 세상의 광기어린 모습이 잘 묘사됐다. 단순히 피칠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혈, 신체훼손의 정도가 적나라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를 불편하게 여기는 유저들에게 있어 상당한 호불호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나리오의 극 초반부터 릴리트가 강림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전개되는데 이는 역대 보스들 중 가장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임펙트를 보여준다. 공식 시네마틱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게이머라면 분명 이와 같은 호러에 가까운 게임의 묘사 방식은 게임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디아블로 4를 통해 적용된 오픈필드의 경우 테스트에 참여한 인플루언서, 기자들 사이에서도 ‘초반부 분위기와 대치될 정도로 분위기가 너무 밝다’와 ‘충분히 만족한다’로 의견이 나뉠 만큼 다양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기획 방향에 따라 달라질 포인트가 많아보였다.
개인적으로 많은 유저들을 만날 수 있는 게임에서 몇 안되는 소셜 콘텐츠이자 동시에 이러한 요소를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연계된 시스템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면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가벼워지는 무게감 사이에서 개발팀이 어떤 기조를 유지할지가 궁금하다. 지금까지는 한 마디로 ‘여러 사람과 함께하니 아무것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데 ‘여럿이 함께 해도 어둠고 무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로 다듬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니아들에게 환영 받을 전투 시스템, 하지만 모두를 만족하는 방향성은 지켜질까?
게임의 핵심인 전투 시스템은 여태까지의 디아블로 시스템에서 보았던 모든 전투 시스템 중 가장 복잡하고 다양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유저들에게 익숙하다 못해 이제는 당연한 스틸 트리 시스템도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투 디자인을 갖도록 설계됐다.
바바리안을 예로 들면 시작부터 4가지의 전투 특화 스킬을 찍게 된다. 크게 공격속도, 출혈, 대미지, 기동성을 강화 시킬 수 있으며 이들 중 한가지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전투 스타일이 크게 변하게 된다. 이는 흡사 ‘패스 오브 액자일’의 노드 시스템을 떠오르게 하는데 이러한 자유도를 갖추면서도 각각의 스킬들이 외면 받지 않도록 밸런싱에 신경쓴 것이 눈에 띈다.
사실상 튜토리얼이라고 할 수 있는 초반부 중간 몬스터를 상대로는 이와 같은 구조에 따른 전투 방식의 차이가 크게 와닿지 않지만 캠페인을 진행하고 지역을 열어갈수록 각 트리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클래스를 선택하면서 오는 전투 방식의 차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유저들에게 끊임 없이 ‘지금 가진 스킬을 강하게 만든다’ VS ‘지금 가진 스킬의 유틸리티 성을 강하게 한다’를 물어보는 스킬 트리 방식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다.
물론 스킬 트리 강화를 통한 스킬 능력의 변화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전작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위력’을 중심으로 하는 전작과는 달리 디아블로 4의 특성 시스템은 스타일 자체를 바꾼다는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각 특성이 보여주는 대미지 자체는 유저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처럼 유저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부여하기 위해 대미지 밸런싱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디자인한 부분은 분명 다양한 플레이를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아이템 시스템도 많이 변화됐다. 아이템의 옵션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는데 디아블로3를 지금까지 즐기는 유저라면 잘 알고 있을 ‘천사의 도가니’, 디아블로2의 룬 시스템이 별도의 콘텐츠 없이 전설 아이템에 추가돼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때문에 아이템을 사용해서도 굉장히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단순히 몬스터 타격시 추가 효과를 일으키는 아이템부터 스킬의 효과를 강화하거나 심지어는 내가 아직 스킬 포인트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상위의 스킬이 부여되어 있는 아이템을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관련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많은 시간이 할애된 테스트가 아닌 만큼 모든 전설 아이템을 얻지 못했지만 이러한 효과를 얻는 아이템들을 얻는 것만으로도 전투 스타일을 변경하거나 강화 시킬 수 있는 옵션이 사실상 무한대로 늘어난다는 점은 인상 깊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50레벨 달성 이후 추가되는 정복자 시스템에서는 50 이후 얻어지는 정복자 경험치를 통해 다양한 타일을 해금할 수 있는데 타일 하나를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캐릭터의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설계됐고 전설 타일을 개방하는 것으로 전설 능력 하나를 얻는 만큼 스킬 트리, 아이템, 정복자 시스템을 통한 3가지 성장 방식을 통한 ‘정답이 없는 나만의 캐릭터’ 육성 방식은 결국 블리자드가 얼마나 밸런스 개선에 공을 들이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황금 밸런스’ 꿈꾸는 디아블로4, 진정 자유로운 게임으로 만들어질까
디아블로4가 보여주는 게임의 방향성은 ‘어둠의 세계를 구하는 나만의 용사 만들기’로 귀결된다. 이전 시리즈처럼 캐릭터가 가지는 ‘위력’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의 전투 방식을 지양한다는 점, 캐릭터의 강함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개발팀의 철학은 분명 게임에 대한 기대를 끌어내는 좋은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상론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개발팀의 개발철학이 오히려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30년 가까이 사랑받고 있는 디아블로2, 거듭된 시즌 패치로 이제는 완성형에 다다른 디아블로3 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진정한 나만의 캐릭터 육성’이라는 목표가 결코 쉽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효율을 찾는 유저들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개발사의 기싸움은 항상 효율성을 강조하는 유저들의 승리로 돌아갔고 너프를 중심으로 하는 밸런스 조절 방식은 결국 캐릭터의 특색을 퇴색시켜 게임의 전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게이머들은 수도 없이 봐왔기 떄문이다.
25레벨로 제한된 이번 테스트에서는 전반적인 방향성만 엿볼 수 있는 수준이었고 때문에 블리자드가 추구하는 게임의 핵심 가치를 살펴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제한된 테스트 속에서도 역대 시리즈의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살려나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디아블로4는 ‘기다려지는 게임’으로 평가 받기에는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개발팀의 철학만큼이나 모든 디아블로 프렌차이즈 중 가장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고 있는 디아블로 4. 2023년 출시를 앞둔 게임의 다음 테스트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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