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개봉한 초콜릿 처럼 달콤한 이야기 '웡카'

등록일 2024년02월14일 09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 이 기사에는 영화 '웡카'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05년 개봉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초콜릿 공장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에서 꿈만 같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던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의 사장인 '윌리 웡카'가 주인공인 영화 '웡카'가 지난 1월 31일 개봉했다.

 

웡카는 초콜릿 공장을 세우기 전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인 윌리 웡카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의 가게를 열고자 도시로 오고 나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미 웡카가 마법사라는 설정부터가 2005년 영화와는 다소 차이가 보이는데 실제로 웡카는 2005년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아닌 그보다 앞선 1971년 개봉한 영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 세계관을 바탕으로 윌리 웡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

 

웡카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대다수의 국가에서 12월에 개봉해 호평을 받은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그보다 한달 이상이 늦은 1월 31일에 개봉해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이는 초콜릿 소모가 가장 많은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개봉한 것도 있지만 실제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찰리가 골든 티켓들 가지고 웡카의 공장에 방문한 것이 2월 1일이어서 이를 염두에 두고 개봉일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찰리가 골든 티켓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에 방문한 것처럼 나 또한 2월의 첫 주 설레는 마음으로 웡카 영화 티켓을 들고 극장에 방문에 영화를 관람했고 그 감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조니 뎁의 윌리 웡카와는 확실히 다른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

 



우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윌리 웡카가 2005년 개봉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조니 뎁이 연기한 윌리 웡카의 과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것이다.

 

실제로 2005년 조니 뎁의 윌리 웡카와 2024년 웡카 속 윌리 웡카는 외모, 성격은 물론 과거 설정까지 모든 것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외향적인 설정의 차이는 헤어와 의상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윌리 웡카 역살을 맡은 조니 뎁과 티모시 샬라메 두 배우 모두 잘생긴 배우인 것은 맞지만 두 배우는 윌리 웡카의 스타일링과 표정 연기 등에서 완전히 다른 윌리 웡카를 연기한다.

 

죠니 뎁의 윌리 웡카는 스트레이트 단발이라는 일반적인 남성과는 차이가 나는 헤어 스타일링을 선보였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는 자연스러운 곱슬머리를 선보이며 유니크함을 강조한 죠니 뎁과는 차별화된 윌리 웡카의 외향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적인 의상 디자인의 색감과 구성은 두 윌리 웡카가 유사하지만 죠니 뎁의 윌리 웡카는 세계적인 공장을 가진 부호이기에 고급적인 옷감으로 제작한 의상이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는 이제 막 도시에 온 가난뱅이 초콜릿 메이커의 느낌을 준다.

 

여기에 죠니 뎁의 윌리 웡카는 초콜릿 공장 사장이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는 초콜릿 메이커에 마술사라는 설정이 더해지며 모자 소품을 이용한 마술을 접목한 퍼포먼스를 여러 번 선보이며 눈을 즐겁게 했다.

 

두 배우의 표정도 꽤나 차이가 큰 편이었다. 대체적으로 죠니 뎁의 윌리 웡카는 냉소에 가까운 웃음을 많이 짓거나 의뭉스러운 표정을 많이 지었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의 웃음은 세상 무해한 듯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또한, 두 윌리 웡카는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두 윌리 웡카의 과거와 연관이 있다.

 

본격적인 과거 설명에 앞서 2005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선보인 윌리 웡카의 과거는 원래 소설이나 원작 영화에 있던 설정이 아닌 감독의 상상이 더해진 오리지널 스토리이며 이번 영화 속 윌리 웡카의 이야기도 오리지널 상상이 많이 추가된 것이라고 밝히고 싶다.

 

2005년 죠니 뎁 윌리 웡카의 과거는 암울했다. 강압적인 치과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간식 한번 제대로 먹을 수 없었으며 우연히 발견한 초콜릿을 하나 먹었다는 이유로 부자 간의 다툼 끝에 아버지와 이별하게 됐다.

 

이로 인해 죠니 뎁의 윌리 웡카는 가족간의 애정에 대해 시니컬한 성격이 됐으며 가게 운영 과정에서 믿었던 직원들에게도 배신당해 결국에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 됐을 정도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찰리의 가족들을 보며 바뀌는 것이 영화의 엔딩이었다.

 

반면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의 과거에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나온다. 애초에 아버지가 치과 의사여서 유복한 가정 환경이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죠니 뎁의 윌리 웡카와 달리 티모시 샬라메는 편모 가정에서 꽤나 가난하게 산 것으로 보이며 초콜릿은 아주 가끔 어머니가 직접 해주셔서 먹을 수 있던 것으로 나타난다.

 

초콜릿 메이커가 된 계기 또한 양쪽에서 차이가 있었다. 죠니 뎁의 윌리 웡카가 처음으로 먹은 초콜릿에 반한 마음 반, 강압적으로 반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 반의 마음으로 초콜릿에 대한 연구를 하고 직접 초콜릿을 만들었던 것과는 달리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초콜릿을 만들었다.

 

티모시 샬라메는 어린 시절 누구보다 초콜릿을 잘 만들었던 어머니가 말해 준 최고의 초콜릿을 만든다는 달콤백화점에서의 나만의 초콜릿 가게를 연다는 꿈과 네가 만든 초콜릿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자리에 내가 있겠다는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의 약속을 믿으며 초콜릿을 만들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먼저 협업을 제안하면서 행복한 초콜릿을 만드는 메이커가 됐다.

 

아무래도 시작부터 다소 부정적인 의도와 가게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배신을 당하며 고립을 선택한 죠니 뎁의 윌리 웡카와 가난한 가정에서 시작했지만 꿈을 가지고 이제 막 도시에 입성한 티모시 샬라메의 윌리 웡카의 완전히 다른 기본 설정은 당연히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완벽한 뮤지컬 영화로 탄생한 웡카
앞서 말했다시피 극의 주요 인물인 윌리 웡카의 설정이 다르다 보니 극 전체의 분위기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05년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소재와 전체적인 내용은 아동용 영화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을 계속 곱씹어 볼수록 시니컬한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 움파룸파 족들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웡카가 금지하는 행동을 하고 위기에 빠질 때마다 등장하는 움파룸파 족들의 노래는 흥겨운 음악과 댄스와는 달리 가사 자체는 시니컬하게 아이와 부모를 조롱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다소 과격한 편이다.

 

마치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재밌다고 보던 나홀로 집에를 어른이 되고 보면 “저거 고문 아니야?”라고 느끼는 것처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면 볼수록 어린이를 상대로 너무 가학적인 해결 방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의 움파룸파족의 노래는 화려한 비주얼과 음악으로 귀를 사로잡지만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것은 움파룸파족으로 등장하는 딥 로이 뿐이어서 등장인물 대부분이 노래를 하고 극의 중심이 되는 뮤지컬 영화라는 느낌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웡카의 경우 윌리 웡카 역의 티모시 샬라메와 움파룸파족인 휴 그랜트 등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 심지어 엑스트라까지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가사 자체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리듬감을 더해 설명하는 식으로 평범하게 바뀌었지만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상당한 편이어서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웡카가 뮤지컬 영화로 제작 되면서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노래 장면에 CG를 굉장히 강하게 사용해 화려함을 강조했다면 웡카는 뮤지컬 동작과 동선, 노래에 더 포커싱해 시각적인 화려함은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런 연출은 오히려 웡카의 세트 배경과 뮤지컬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영화 속 뮤지컬 장면을 보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을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노래 자체의 시니컬함이 없어지면서 잔잔한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요소로서의 역할은 확실히 한 것 같다.

 


 

초콜릿의 역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초콜릿 공장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데는 비주얼로 보여진 초콜릿의 영향이 가장 컸다.

 

공장 내에서 폭포로 초콜릿을 섞고, 초콜릿 나무에는 사탕 열매가 달리며 공장 내의 잔디마저도 먹을 수 있는 캔디이고 다람쥐가 상한 호두를 걸러내는 등 소설 속 상상력이 담긴 장면을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영화에 등장한 세트에 사용된 대부분 과자들이 식용 가능한 과자였다는 점은 유명한 비하인드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에서 초콜릿의 비주얼은 다소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비록 웡카가 선보인 하늘을 나는 초콜릿이나 미니 공장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장면도 화려하기는 했고 웡카의 가게에도 초콜릿 나무 등을 구현했지만 이마저도 꽤나 짧은 장면이었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작품 내내 원색 가득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눈을 계속 사로잡은 것과 비교한다면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초콜릿이 주는 의미 자체는 이번 작에서 더 강화된 느낌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초콜릿은 가난한 찰리의 집에서 찰리의 생일에 유일하게 줄 수 있는 선물이자 그 작은 것마저도 가족끼리 함께 나누는 찰리의 마음이 담긴 즉 가족끼리의 사랑을 상징하는 메타포의 역할을 했다.

 

그 메타포의 역할은 이번 작에서도 이어지고 의미도 확장됐지만 무엇보다 초콜릿은 이번 작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웡카에서의 초콜릿은 권력의 도구로 사용된다. 빌런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뇌물로서 초콜릿을 사용하는데 이 초콜릿을 얻기 위한 일부 인물들의 행동은 빌런들이 초콜릿에 마약이라도 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맹목적이고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초콜릿은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을 주거나 아이디어 생성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도 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은 실제 초콜릿, 정확히 말하면 당류의 장단점을 정말 정확하게 잘 표현한 부분이어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이 간식을 많이 먹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꾸는데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마지막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마찬가지로 웡카에서도 초콜릿은 사랑을 나타내는 도구로 등장한다. 어린 웡카에게 초콜릿은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는 사랑이 담긴 존재였다. 그렇기에 성인이 된 웡카는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초콜릿을 차마 먹지 못하고 때때로 꺼내며 어머니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라이막스가 지난 후 이 초콜릿을 함께한 동료들과 나눠 먹는 장면은(그 장면을 보며 몇 년이 지난 초콜릿을 먹어도 신체에 위험은 없는가 하는 현실적인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가정에서 받은 사랑을 아이가 성장해 학교 또는 사회에서 알게 된 이들과 우정과 사랑의 형태로 나눈다는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나름 해석을 해보기도 했다.

 


 

사실 웡카를 보기 전에는 이번 영화 속 웡카가 단순히 2005년 윌리 웡카의 과거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고 관람했기에 그 때와 비교해 많은 설정적 차이점을 발견하고 놀랐던 것은 사실이다.

 

굳이 말하자면 그 때의 윌리 웡카와 지금의 윌리 웡카는 멀티버스 속 이름이 동일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옳아 보인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1971년 영화를 보면서 왜 폴 킹 감독이 이 영화에서 윌리 웡카를 이렇게 해석했고 구성을 이렇게 했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기사에서는 팀 버튼의 영화와 웡카를 비교했지만 실제로는 웡카에는 1971년의 오마주가 잔뜩 담겨져 있어 비교하는 재미도 꽤나 쏠솔했다.

 

그래서 아직 웡카를 못 본 사람이나 이번 영화를 봤는데 아직 1971년 작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을 보지 않았다면 한번쯤은 해당 영화도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물론 그런 해석이 없어도 이번 영화는 꽤 완성도가 높은 편이어서 그냥 즐겁게 보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발렌타인 데이로 인해 전세계인의 사랑의 상징이 된 초콜릿. 올 발렌타인 데이는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을 담아 달콤한 초콜릿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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