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4월 25일 한국어화 발매한 액션 RPG '샌드랜드'를 클리어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나 세계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팬들을 슬프게 만든 일본의 거장 토리야마 아키라의 만화 '샌드랜드'를 원작으로 개발된 게임이다.
원작 내용을 충실히 담고, 그 이후의 오리지널 스토리도 담고 있다. 오리지널 스토리는 토리야마 작가가 감수한 것으로, 디즈니+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에도 담겨 있는 내용이다.
'샌드랜드'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을 정리해 봤다.
리뷰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만화 느낌 그대로 구현된 세계와 캐릭터, 메카
인물, 메카 그리고 자연환경까지 모두 만화풍 그래픽으로 구현된 점이 매력적인 게임이다.
원작의 배경인 사막 지형의 샌드랜드, 오리지널 스토리의 배경인 산악 지형인 포레스트랜드 두 지역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다양한 메카를 활용해 탐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배틀 탱크와 바이크를 시작으로 십여종의 메카가 등장하고 모두 파츠를 커스터마이즈 가능하다.
원작을 봤다면 설명이 필요없을 텐데, 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드래곤볼'을 안다면 친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주인공 벨제붑의 아버지는 외형이 데브라(...)인데, 그냥 '드래곤볼' 스핀오프라고 하면 속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친숙 그 자체의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투에서는 벨제붑의 격투 액션과 메카 탑승시 즐길 수 있는 포격 액션이 등장하는데 메인은 어디까지나 배틀 탱크 등등을 타고 포격전을 펼치는 것으로, 전투 도중 메카를 스왑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격투 액션은 덤 느낌인데, 반다이남코 게임답게 회피, 연속타격, 필살기 등 이것저것 준비되어 있긴 하다.
원작을 잘 구현했다는 확실한 장점
살아숨쉬는 작품 속 세계를 즐길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을 가진 게임이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캐릭터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메카를 타고 토리야마 아키라가 그린 대지를 질주한다.
원작이 있는 게임이니 당연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구현하는 것이 쉬운가 라고 하면 잘 구현한 게임을 만나본 경험이 많았는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그냥 구현하는 것과 잘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샌드랜드 주민들의 답답함이 게임 패드 너머로 느껴지고, 스토리 중반 특정 구간에선 절로 환호성이 나오며, 후반 고구마 전개에 가슴을 치는 그런 몰입감을 제공한다.
물론 원작의 힘이 태반이겠지만 그 원작을 게임으로 잘 구현한 개발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소년만화다운 게임 디자인과 매력적인 탈것들
소년만화를 원작으로 소년만화같은 게임을 구현했다.
사람이 100mm포 소이탄에 맞아도 죽지 않고 으아악 하며 도망가는 세계관이다. 마구 대포를 쏴 대지만 잔혹한 장면도 그로테스크한 장면도 없다.
물론 '공중전함이 터져서 낙하하는데 탑승한 승무원들은 다 죽는 것 아닌가?' 라고 하면... 어...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살았으니까 고민할 필요 없지 않을까.
전차포를 꽝 쏴서 꽝꽝 터지는 '폭력성' 이외에 거의 모든 것에 프리하다. 심의등급은 12세 이용가인데 딱 중학생 조카나 아들에게 플레이시켜도 좋을 정도의 게임이다.
용기, 우정과 정의, 용서를 그린 '왕도' 소년만화 그 자체인 스토리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공방의 균형이 잡힌 배틀탱크가 스토리와 전투의 주력이 되지만 그 이외에도 매력적인 메카가 다수 등장한다.
높이 점프할 수 있는 점프 메카와 라이드 호퍼, 빠른 이동이 주가 되는 바이크나 자동차, 더트 버기나 유니라이드 등. 살짝 떠서 물 위를 달릴 수 있는 호버 카와 제트 호버, 호버 스쿠터, 그리고 무거운 물건을 움직이거나 던질 수 있는 배틀 아머 계열까지 용도에 맞게 교체해 가며 플레이하게 된다.
기믹 해결과 취향에 맞춰 메카를 선택하고, 메카 파츠를 구해서 강화하고 커스터마이즈하는 부분은 취향에 맞다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는 잘 구현했지만 콘텐츠가 아쉽다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 전반은 탄탄하다. 특히 서브 퀘스트 완료와 함께 마을이 발전하는 연출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 외 맵은 사실상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이다.
소재와 파츠가 보물상자에 담겨 맵 전체에 가득 뿌려져 있고 마찬가지로 소재와 파츠를 주는 적들이 맵에 잔뜩 뿌려져 있지만 찾아 나서야 할 동기부여나 찾는 재미는 미묘하기 때문이다.
스토리만 진행해도 기믹 해결에 필요한 메카와 파츠가 다 입수되기 때문에 다른 자잘한 메카들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메인 스토리만 쭉 진행하여 15시간 전후로 게임이 끝나게 된다.
현상금 목표나 유적 탐험, 숨어있는 보스 등 오픈월드에 필요한 콘텐츠가 적절히 주어지긴 하지만 이런 부가 요소를 다 해도 역시 맵이 좀 비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메카 전투 외의 격투 액션이나 잠입 액션의 재미가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격투 액션이 없으면 소년만화가 아니겠지만 정말로 딱 필요한 만큼의 깊이만 보여주는 -때리다가 공격표시가 뜨면 회피- 수준이며 던전에서 꽤 높은 빈도로 횡스크롤, 종스크롤 구간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이런 식의 연출도 가능합니다'를 보여주는 수준에 그친다.
잠입 파트는... 이 게임의 최악의 요소 아닐까 싶다. 플레이가 늘어지게 되는 주요 요인인데 극 초반부는 스토리 연출상 이해할 수 있지만 이후에도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조카에게 선물하기로 결심하게 만든 게임
점수를 매기자면 80점을 주면 될 것 같다. 게임의 첫 인상이자 엔딩을 본 후에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취향에 맞아서 재미있게 즐겼더라도 점수를 90점 이상 주기에는 애매한 만듬새이며, 반대로 취향에 맞지 않아 재미가 없더라도 토리야마 아키라의 디자인 하나만으로 70점 아래의 점수는 상상할 수 없는 게임이다.
원작 세계를 게임으로 생생하게 구현하여 원작을 원작 만화 그 이상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 점은 훌륭하다. 다만 스토리를 추체험하는 경험 이외에 게임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빈약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모자라는 것은 스토리 외적인 콘텐츠일 뿐, 이 언리얼로 구현된 샌드랜드는 '존재'하므로 잠시 소년 시절 추억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리뷰어도 게임 도중 '드래곤볼' 만화책을 꺼내서 부르마의 바이크 디자인을 다시 찾아봤다.
게임의 타깃 연령층은 소년 만화를 보는 소년이지만, 기자나 리뷰어, 이 게임에 흥미를 가질 '토리야마 아키라의 팬'은 (마음은 소년일지라도) 연령대가 30년 정도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명심하자.
즉, 게임에서 무언가 의미 혹은 점수를 내려는 어른들에게는 모자라거나 지루한 게임일지라도 12세 이용가에 걸맞는 나이대의 소년들에겐 다를 것이다.
게이머 자녀를 둔 아버지라면 적극 추천한다. 다시 말하지만 탱크로 포 쏘는 이외에는(?) 매우 평화로운 게임이다. 리뷰어는 곧 중학생이 되는 처조카에게 선물 할 타이틀로 낙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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