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에 ESG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앞다퉈 ESG 경영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2025년부터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게 ESG 공시 의무가 생기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게 동일한 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릿글자를 딴 용어로, 기업의 사회, 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하여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업성과지표를 뜻한다.
해외에서는 투자 결정 시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로, 국내에서도 갈수록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2000년)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한국 금융위원회에서도 2021년,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대형 게임사들은 당장 내년부터 ESG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ESG 경영에 앞장서 온 글로벌 게임사 버추어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버추어스 크리스틴 탄(Christine Tan) 최고 직원 관리자(Chief People Officer)와 컨설팅 기업 서스테이나오(Sustainao) 이보나 발린트-코왈츠크(Ivona Balint-Kowalczyk) 대표가 함께 'ESG를 지향하는 개발사가 긍정적인 영향을 위해 게임 제작 과정을 바꾸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보내왔기에 전문을 옮겨 본다.
버추어스는 2004년부터 활동해 온 가장 큰 독립 비디오게임 개발사 중 하나이다. 버추어스는 싱가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 유럽, 북미에 걸쳐 22개의 지사에 37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풀 사이클 게임 개발과 아트 프로덕션을 전문으로 하는 버추어스는 1500개 이상의 콘솔, PC, 모바일 게임을 위한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했으며, 글로벌 탑 25개 게임사 중 23개곳과 협업을 진행중이다.
기고: 버추어스 크리스틴 탄(Christine Tan) 최고 직원 관리자(Chief People Officer), 서스테이나오(Sustainao) 이보나 발린트-코왈츠크(Ivona Balint-Kowalczyk) 대표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전 세계에서 약 30억명의 인구가 즐기고 있는 비디오게임은 더욱 대중화되고 있으며, 개발자들 사이에서 게임을 통해 환경과 사회 문제를 부각하고 의미 있는 행동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글래스고 캘러도니언 대학교의 컴퓨터 게임 강사인 하미드 호마타시(Hamid Homatash)는 컨텍스트 뉴스(Context News)와의 인터뷰에서 "만년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는가. 이러한 경험을 실제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이질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람들이 아는 것과 우려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좁힐 필요가 있으며, 비디오 게임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시각적이고 몰입감 있게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있다.
지구를 위해 게임의 영향력 활용하기
2010년, 한국의 소셜 벤처 트리플래닛(Tree Planet)은 게이머들이 가상 나무를 키우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다. 게임 속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면 실제로 나무 한 그루가 심어지는 방식의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정기적으로 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알려준다.
현재 이 게임 서비스는 종료되었지만,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3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심어졌고, 트리플래닛은 UNCCD(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와 협력하여 2050년까지 전 세계에 1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목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개발사 스테어웨이 게임즈(Stairway Games)의 '코랄 아일랜드(Coral Island)'는 농업 시뮬레이션 장르와 친환경주의를 결합한 PC 및 콘솔 게임이다. 게이머들은 바다를 청소하고 게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개인의 활동이 환경, 게임 속 캐릭터, 지역 경제, 그리고 공동체에 어떠한 발전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게 된다.
또 다른 예로 PC, 모바일, 콘솔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인기 턴제 전략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의 확장팩 '개더링 스톰(Gathering Storm)'이 있다.
확장팩은 게이머의 행동에 따라 기후 변화 시스템과 자연재해의 발생을 보여준다. 특히 게이머들이 세계의 지도자가 되어 탄소 배출 증가, 해수면 상승, 극한 날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의사 결정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용이 불가능한 게임인 카본 워페어(Carbon Warfare)는 게임 유저가 악역을 맡는 전략게임이다. 버추어스의 자회사인 게임 소스 스튜디오(Game Source Studio)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유저가 게임의 상대가 탄소 배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전에 지구를 파괴하는 산업과 생태 재해의 최적의 조합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버추어스 질 랑고유(Gilles Langourieux) CEO는 "우리의 행동이 빨리 바뀌지 않을 때, 지구 온난화가 지구에 미치는 위협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상기시키는 게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네 가지 사례 모두 게이머들이 현실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이들의 행동에 따라 게임이나 실생활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지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게임 산업을 더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방법
그러나 2000억달러 규모의 게임 산업이 기후 위기를 다루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이익만큼이나 해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게이머들은 게임 안에서 환경 보호 혹은 파괴에 관계없이 선택 과정 자체를 긍정적으로 느낀다. 더 큰 문제는 게임 제작 자체가 기본적으로 에너지 집약적이며, 하드웨어를 위한 자원 채굴부터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까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Playmob의 설립자이자 Playing for The Planet(P4P) Alliance의 공동 창립자인 주드 오워(Jude Ower)는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게이머들이 더 많은 게임을 하면서 세계적인 문제에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을 만들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왜 게임 회사들이 행동을 취해야 할까. 이는 윤리적이면서도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P4P Alliance가 2022년에 38만명의 게이머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게이머들이 환경에 관심이 있으며, 진정성 있는 '친환경적 활동'을 게임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대형 게임사들의 모범 사례
한국의 주요 게임 회사들 역시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시설 중 하나인 데이터 센터 운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안산에 신규 오픈한 데이터 센터는 재생가능 에너지 인프라뿐만 아니라 빗물, 중수, 열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1등급 에너지 효율과 최고 수준의 친환경 건축 인증을 받은 그린 데이터 센터로 설계되어, 총 에너지 사용량을 30% 줄이고 연간 에너지 비용을 약 31억원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데이터 센터 내 전력 사용량과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컨테이너 기술과 같은 친환경 기술의 연구와 적용을 확대했다. 이 새로운 기술은 이전 기술에 비해 사용되는 자원의 무게를 최대 4분의 1로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50% 이상 절감한다.
NHN은 자사의 데이터 센터에 독자적인 간접 증발 냉각 시스템과 같은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여 지난 3년간 평균 PUE(전력 효율 지수) 1.32를 달성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한국 게임 산업의 환경 지속 가능성을 향한 첫걸음으로, 그 결과 2021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 ‘D’ 등급을 받았다.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성 노력에 기여하기
주요 한국 게임 회사들이 선호하는 개발 파트너사로, 버추어스 또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비즈니스 운영에 힘쓰고 있다. 영속적인 결과를 위해, 지속 가능성의 비즈니스의 빠른 실행을 원하는 회사들은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 목표 설정, 검토 및 행동 최적화라는 반복적인 3단계 과정을 채택할 수 있다.
1.책임감과 소유권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환경적 지속성은 모든 ESG 문제와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과정이며, 정기적인 회의 의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거버넌스는 인사, 재무, 생산 등 비즈니스 기능 전반에 걸친 대표들로 구성될 수 있다.
2021년, 버추어스는 고위 임원과 시니어 매니저로 구성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위원회 설립과 동시에, 스튜디오 전반의 대표들로 구성된 기업의 사회적 구조 관리 책임 실행 위원회를 함께 구성하여 일상 운영(Day-to-day Operation)을 관리하고 있다. 모든 위원회 구성원은 정기적인 미팅에서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성과를 향상시킨다.
2.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 설정
'넷 제로(Net Zero)'에서 '탄소 중립'까지 다양한 용어에 앞서, 먼저 비즈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분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분야는 비즈니스의 특성에 따라 에너지 소비, 오염, 생물다양성 감소 등으로 다양하다. 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기업은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자원 할당을 최적화 할 수 있다.
기준선 분석으로 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의 규모를 이해할 수 있다. 분석 결과는 환경 목표 진척도의 미래 척도를 위한 기준점(Benchmark) 역할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환경 목표 설정을 결정할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된다.
기업의 환경 목표, 특히 배출량 관련 목표는 기업이 줄여야 할 배출량의 규모, 목표 연도, 기업이 잔여 배출량을 중화시키기 위해 채택하는 시장 수단 등에 의해 근본적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배출 관련 목표는 단지 폐기물과 물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환경 목표의 부분 집합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 제공자로서, 버추어스의 전 세계 사무실내 전력 사용은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버추어스는 2025년까지 100% 재생 가능 에너지원 사용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 목표에 기반, 매년 탄소 중립 달성에 또한 전념하고 있다.
2022년에 버추어스는 재생 에너지 인증서 구매와 골드 스탠더드 인증 기후 프로젝트인 'WWF Meigu High Efficient Cook Stove' 및 'Solar Cookers for Rural Communities' 등에서 구매한 탄소 상쇄를 통해 97% 이상의 재생 에너지를 달성하기도 했다.
3.진행 사항 검토 및 행동 계획 최적화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의 적용은 기업이 동향을 분석하고, 사용 전략의 효과를 평가하고, 개선 영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버추어스의 2025년까지 100% 재생 가능 에너지화 목표에 따라, 직원 일인당 전력 사용량이 주요 추적 지표가 된다. 이러한 추적 작업을 위해 버추어스는 먼저 전기세 청구서 또는 스마트 미터 설치를 통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 미터는 버추어스의 전기 소비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여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영역을 식별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시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수집 데이터 검토 결과, 컴퓨터 사용이 버추어스의 전기 소비의 많은 부분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따라, 버추어스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및 특정 시간에 모든 컴퓨터의 중앙 자동 종료 등과 같은 여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와 같은 검토 및 최적화의 반복적인 과정은 버추어스의 전력 관리를 개선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정확하고 실질적인 진행을 위해 버추어스는 외부의 기업 지속 가능성 컨설턴트인 'Sustainao'와 함께 하고 있으며 Tembusu Asia가 수행한 온실 가스 배출 재고의 독립 검증을 받았다.
온라인에서 이용 가능한 자료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지속적인 여정이며, 이 운동에 동참하거나 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게임 회사들에게는 P4P 연합회가 제공하는 UN 지원 자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자료에는 탄소 크레딧 원칙부터 탄소 감축 지침까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019년에 출범한 P4P 연합회는 UN 환경 계획(UNEP)이 공동 설립하고 주도하고 있으며, 비디오 게임 산업과 커뮤니티가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께 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We are better, together.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