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폐막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2024 행사에는 세계에서 많은 우수한 인디게임이 출품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BIC 2024를 찾은 퍼블리셔들의 관심을 받은 게임들이 있었는데, 지노게임즈의 '안녕서울: 이태원편'(이하 안녕서울)도 그런 주목받은 게임 중 하나였다.
지노게임즈는 김진호 대표의 1인 개발사. 이름이 생소한 게이머, 개발자가 많을 텐데 당연한 것이, 김진호 대표는 게임 개발자 출신이 아닌, 디자이너 출신으로 '안녕서울'이 첫 작품이다.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던 김진호 대표는 클라이언트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나 창작욕을 구현하지 못하는 삶에 아쉬워하다 평소 즐겨하던 게임을 만들어 창작욕구를 분출하자는 마음에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3년 동안 공부해 가며 만든 게임이 '안녕서울: 이태원편'으로, 하나뿐인 생명의 횡스크롤 퍼즐 어드벤쳐라는 기본 구성에서는 그가 인생 게임으로 꼽는 '림보'나 '인사이드 아웃', '리틀 나이트메어' 같은 게임들의 영향이 엿보인다.
코지마 감독의 팬을 자처하는 만큼 암울한 세계관과 스토리에도 공을 들였다. 게이머들은 '안녕서울'에서 지구종말 6개월을 앞둔 서울을 배경으로 주인공 나연이 기밀문서를 얻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며 주인공 나연이 성장하는 '성장담'이 그려지고, 종말을 앞둔 세상에서 인간의 다양한 면이 그려질 예정이다.
'산나비'와 '스컬' 유저로서, 네오위즈 퍼블리싱 제안 고민없이 받아들였어
김진호 대표가 '안녕서울'을 공개하자 혜성처럼 나타난 게임, 개발자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여러 퍼블리셔가 '안녕서울'을 원했지만 그는 고민하지 않고 네오위즈의 손을 잡았다. 자신이 재미있게 즐긴 게임들을 출시한 바로 그 게임사였기 때문.
BIC 2024 현장에서 만난 김진호 대표는 "사실 네오위즈라는 회사를 예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각각 80시간, 100시간은 즐겼을 '산나비'와 '스컬'을 출시한 게임사로 알게 됐다"며 "그런 네오위즈에서 함께 해 보자고 연락이 왔을 때, 내 게임도 그 게임들과 같이 갈 수 있다면 영광이라는 생각에 고민하지 않고 네오위즈와 함께 하기로 했다"고 퍼블리싱 제안을 받은 당시를 회상했다.
게임을 공개한 후에는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으며 지스타 2023에서도 게임을 선보이고 일본의 유명 인디게임 전시회 '비트서밋'에도 다녀왔다고. 비트서밋에 다녀와 BIC에 처음 참여한 김 대표에게 BIC 참가 소감을 묻자 "지스타나 비트서밋은 큰 회사들이 메인인 느낌이고 인디는 거들 뿐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며 "하지만 BIC는 확실히 진짜 인디게임을 좋아하고, 인디게임 플레이하러 온 게이머가 많아 피드백 수준, 시선, 몰입도 자체가 다른것 같아 기뻤다"고 설명했다.
BIC 2024에서 '안녕서울'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은 캐릭터 조작 문제,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줬다고. 퍼즐 어드벤쳐 장르를 좋아하는 관람객은 김진호 대표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리 깨는 한편 스토리에 관심이 있어서 하고 싶은데 이런 장르를 해보지 않은 관람객들은 생각하지 못한 수준으로 어려워해 난이도 밸런싱에 대한 숙제도 남겼다.
당초 '안녕서울'은 2024년 내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유저 피드백을 반영하고 네오위즈와 폴리싱 작업을 거치면 출시는 2025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진호 대표는 "퍼블리싱 계약 전에는 게임이 거의 마무리됐다 생각했는데 퍼블리싱 계약을 하고 니니 글로벌 피드백 반영, 심의 문제 등도 있어서 7~80% 정도 완성도 아닐까 하게 됐다"며 "QA도 더 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번 작품에 '이태원편'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향후 주인공을 유지한 채 서울의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연작으로 만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반응이 좋다면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다"며 "이태원편을 1인 개발로 3년 걸렸는데 이제 2명이서 만들면 산술적으로는 1년 반이면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2명으로 늘어난 규모에 맞게 게임 퀄리티를 더 올려야 할 테니 목표는 다음 작품은 2년 정도에 완성해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인공 성장에 초점 맞춘 스토리, 밀도 있는 플레이로 보여드릴 것
기자도 BIC 2024 현장에서 '안녕서울'을 지켜봤는데, 무엇보다 캐릭터가 큰데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잘 표현되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 부분에 대해 묻자 김진호 대표는 "스토리 자체가 소행성 충돌이나 기밀문서 도로시에 맞춰져 있다기보다 나연이라는 캐릭터의 성장에 맞춰져 있기에, 인물의 성격, 상태,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대사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비주얼, 애니메이션으로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크게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기술적인 부분도 나연에 집중이 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안녕서울'의 플레이 타임은 3~4시간 가량이 될 예정이다. 억지로 플레이타임을 늘리기보다 밀도있는 플레이를 제공하겠다고. 김진호 대표의 인생게임이라는 '림보' 역시 비슷한 플레이타임이었지만 죽다 보면 한없이 플레이 타임이 늘어나는 게임이었는데... '림보'보다는 쉬운 게임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김진호 대표는 마지막으로 "기다려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덕분에 개발을 이어가면서 작업하고 있다"며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만 감사드리고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완성까지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네오위즈는 퍼블리싱한 인디게임들을 순차적으로 모든 플랫폼에 출시하고 있는 만큼 '안녕서울'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이머들과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에서 일하지 않다가 1인 개발을 시작해 완성까지 달려온 김진호 대표가 구상한 스토리를 기자도 어서 끝까지 플레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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