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미국의 클라우드 게이밍 업체 '가이카이'(Gaikai)를 3억8000만 달러(약 434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6월 이후 SCE가 가이카이를 인수한다는 루머는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양사 모두 인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이번 인수 발표는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세계 게임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에 관심이 많던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애플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스마트TV 게임시장을 공략하려던 기업들도 이 소식에 당황했을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SCE의 가이카이 인수 발표가 나오기 직전인 6월 북미, 유럽 지역에서 가이카이의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을 삼성의 스마트TV에 접목한 '삼성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충격이 더 컸을 것이다.
북미, 유럽 게임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TV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게임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이카이를 인수한 소니가 스마트TV 게임으로 진출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가이카이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TV 게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던 삼성전자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SCE의 가이카이 인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이란?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은 게임을 위한 하드디스크나 블루레이, DVD 등 보조 장치 없이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게임의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처리되어 스트리밍으로 유저들의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에 비춰진다.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은 궁극적으로 게이머들이 고성능 게임기나 하이 스펙 PC가 아닌 컨트롤러와 디스플레이 디바이스만 갖추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에서는 게임 뿐만 아니라 오피스 프로그램 등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사용하는 서비스가 이미 시행 중이다.
가이카이는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의 선두주자로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하이스펙 게임들의 데모 등을 원클릭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산 온라인 게임 '테라'도 가이카이를 통해 데모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게임 중 하나다.
밸브(Valve) 사가 운영하는 '스팀' 서비스가 게임을 구입한 후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 해야 하는 것과 달리 다운로드 과정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이카이의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견 요술지팡이처럼 보이는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이지만 한 가지 약점 때문에 확산이 늦어지고 있다. 바로 인터넷 망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하기에 생기는 '시간지연' 현상이다. 특히 액션게임 등 빠른 반응이 중요한 게임은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지난 5월 엔비디아(Nvidia)가 발표한 클라우드 게이밍 전용 최적화 기술 '지포스 그리드'(GeForce GRID)로 대표되는 그래픽 최적화 기술의 발달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서버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면 머지 않은 시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가이카이는 지포스 그리드를 바로 도입했다.
SCE의 클라우드 게이밍 도입, '게임기'의 종말 오나
SCE의 가이카이 인수로 소니 그룹 전체로서는 스마트TV 게임으로의 본격 진출, 각종 디지털 기기로의 적용 및 플랫폼 통합 등 10여년간 쌓아온 플레이스테이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
가장 관심이 가는 차세대 게임기에도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에서는 이미 '게임전용 하드웨어 시대의 종말'이 거론되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플레이스테이션4에서는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활용할 경우 게임기의 종류 구분은 의미가 없어진다. 플레이스테이션3과 PS Vita의 크로스오버 플레이를 가능케 한다는 SCE의 정책도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SCE의 가이카이 인수는 게임에서 선전하면서도 모바일, TV 등 가전 분야에서 고전하던 소니의 '신의 한 수'라고 보여진다. 소니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여전히 강력한 IT업계의 강자임을 보여준 사건이다.
SCE에서 게임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히라이 카즈오가 소니 전체그룹 CEO로 취임한 후 보인 첫 전략적 행보가 '미래를 위한 투자', 가이카이 인수라는 점에도 눈길이 간다. 소니와 경쟁업체들 사이에 더욱 치열해질 경쟁, 그리고 스마트TV 게임에서 한 발 앞서가다 뒤통수를 맞은 셈인 삼성, 엘지전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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