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에이 코조 부회장이 말하는 애니 업계의 현재와 미래

세계 최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록일 2012년09월10일 16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타이거 마스크', '들장미소녀 캔디', '캡틴 하록', '세인트 세이야', '세일러문', '드래곤볼'. 그리고 한창 잘나가는 '원피스', '프리큐어', '가면라이더', '파워레인저'까지. 이 모두가 '토에이'의 작품이다. 토에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메이저 중의 메이저 업체다.

그 토에이에서 현재 부회장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한편 '붓다' 등 극장판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모리시타 코조 부회장이 DICON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타이거 마스크', '세인트 세이야' 등 토에이의 역사를 만든 인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지금도 제작 일선에서 맹활약중인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산 증인.

게임포커스에서는 그를 직접 만나 메이저에서 바라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DICON2012에서 강연 중인 모리시타 코조 부회장.

대중적 작품과 마니악한 작품으로의 양극화
게임포커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모리시타 부회장: 먼저 사람들의 성향, 취향이 변화했다. 애니메이션은 이제 유일한 즐길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을 과거처럼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라는 테두리 안에서 '집중해서 볼 것'과 '흘려볼 것'으로 나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는 '극장용 영화'와 빠르고 쉽게 소비되는 'TV 애니메이션'으로의 분화다.

또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세대보다는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졌다. 그런 만큼 더더욱 폭넓은 타겟을 커버할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아니면 안된다. 한국에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원피스'와 같은 작품은 가족 모두가 보는 작품이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어른부터 아이까지 시청한다. 이렇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작품과 일부 계층에 강한 작품으로 양분화되었다.

스폰서들의 관심도 TV에서 극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폰서들은 토에이에서 제작 중인 '마징가'나 '아수라' 같은 대작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더 많이 제작될 것으로 본다. 실제 일본 국내를 놓고 보면 영화 흥행 상위권에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보다 더 많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비즈니스로서 성립하고 있고 그렇게 접근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게임포커스: TV애니메이션은 왜 매력을 잃고 있는 걸까?
모리시타 부회장: 지난 5~6년 사이에 무척 약해졌다. 과거에는 다들 TV 애니메이션을 집중해서 봤다. 손오공이 원기옥을 날릴 때 리얼타임으로 모두 봐야 했으니 학교 직장을 쉬고서라도 클라이막스를 함께 지켜봤다. 내가 일하고, 공부하고 있을 때 원기옥을 날려 버리면 시나리오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못 보게 되니까. 지금은 DVD나 컴퓨터 하드에 저장해서 쉽게 봐 버리니 의미가 없어졌다. TV애니메이션에서 긴장감이 사라졌다.

게임포커스: 토에이 역시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집중할 예정인가?
모리시타 부회장: CG 영화와 2D 영화를 포함해 앞으로 계속 만들 생각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적극 나서는 토에이
게임포커스: 과거 토에이의 작품 중에서는 역시 드래곤볼이나 세인트세이야 같은 소년 대상 애니메이션이 대단했다. 요즘은 프리큐어 등 소녀 대상 애니메이션이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모리시타 부회장: 토에이가 소년 대상 애니메이션에서 소녀 대상 애니메이션으로 중심을 옮겼다는 식의 이해는 해외에서 바라봐 생긴 오해이다.

(C) 토에이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역시 토에이표 작품이다.

소년 대상 작품에 우정, 노력, 승리라는 컨셉이 만국 공통이듯 소녀 작품의 러브스토리도 만국 공통으로, 토에이는 그런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세계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들장미소녀 캔디', '세일러문'이 바로 토에이의 소녀 애니메이션이다.

게임포커스: 토에이에서는 '마징가', '캡틴 하록', '세인트 세이야' 등 인기 IP를 3D CG 극장판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세인트 세이야는 기존 스토리 중 일부인지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드는지 궁금하다.
모리시타 부회장: 세인트 세이야 신 극장판은 오리지날 스토리로 간다. 새로 만든 TV시리즈 '세인트 세이야 오메가'가 힘을 못 쓴 건 스토리 과잉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과거 세인트 세이야가 소년 취향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이번 것은 어른 취향이다. 예전 작품이 소년 뿐만 아니라 소녀 팬도 많았던 것에 비해 오메가는 스토리를 너무 의식해서 타겟이 애매해진 감이 있다. 기존 애니메이션을 보며 성장한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니까 그런 현상이 생긴다.

소년점프를 생각해 봐도 도리야마 아키라의 만화를 보고 성장한 작가들이 그리면 그림의 퀄리티는 잘 나오지만 스토리는 그 이상이 나올 수가 없다. 애니메이션은 더욱 더 기억에 남아 있으므로 스토리가 복잡해져 버린다. 전작을 너무 의식해서 그렇다.

게임포커스: 이번에 공개된 '아수라'는 어떤 작품인가?
모리시타 부회장: 아수라는 조지 아키야마의 70년대 소년매거진 작품이 원작이다. PTA가 나쁜 만화로 고발해 잘렸던 작품으로 영상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던 작품이지만 이번에 토에이에서 영상화를 잘 해 냈다.

게임포커스: '붓다'의 감독은 직접 맡았다. 직접 제작 일선에 나선 이유가 있는가?
모리시타 부회장: 요즘 만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인데,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가 많아진 만큼 충분한 예산을 적절히 사용해 최고의 연출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TV 시리즈만 하던 사람이 극장용 대작을 만들기는 힘들다. 나같이 극장용을 계속 만들고 경험있는 이들이 일본 업계에도 적다. TV시리즈 수준의 극장판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수준 이하의 작품이 나오는 건 참을 수가 없다.

'붓다' 속편의 감독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지만 아직 못 구했다. 사실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프로듀서는 귀찮기만 하고 재미없다. 프로듀서는 이것저것 고민할 게 너무 많다. 프로듀서는 힘들고 재미없는 일에다 고생해서 병이라도 들어야 제대로 한다는 말을 듣는 일이다(웃음).

게임포커스: 아수라는 2D와 3D가 섞인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되었다. 앞으로 이런 애니메이션이 늘어날 거라고 보는가?
모리시타 부회장: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은 가솔린과 전기를 함께 연료로 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2D와 3D를 섞은 것을 가리킨다. 예산과 스케쥴이 단축되므로 효율이 좋다. 평범한 작업은 재미가 없고 확실한 작업을 통해 어디가 CG고 어디가 그림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고 그 부분이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재미있는 퀄리티가 나왔다.

투자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디즈니만큼 그림 매수를 쓰지 못하는데 캐릭터는 CG로 움직이면 상관 없고 배경을 그림으로 그리면 예산이 줄면서도 큰 차이가 안 난다. 분명 주목받을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으로 2D 애니메이션 전통이 있는 한국, 일본이라 가능한 작업이다. 픽사와 같이 CG 작업만 한 곳에는 이런 감각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주길 바란다. 극장판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중요한 건 캐릭터, 스토리는 그 다음
게임포커스: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은 원작에 기반한 작품만 만들어진다는 인상이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모리시타 부회장: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와 원작 소설, 만화는 어울리지 않는다. 소설이나 만화는 자기 리듬으로 보는 건데 보다가 멈춰서 자세히 볼 수도 있고 뒤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영화는 일방통행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할 경우에도 감정이입을 중시하는 게임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객관화되므로 게임의 재미가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날지 여부는 연출의 힘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과 게임은 전혀 다른 것이므로 간섭이 불가능하다. 게임 제작자, 만화 원작자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참견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행동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뒤로 돌아갈 수가 없다.

애니메이션은 오리지널이 만들기에는 오히려 더 편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같은 기준으로 보며 애니메이션도 원작자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드래곤볼의 대성공은 도리야마 선생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해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분야가 전혀 다른 것으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제작 측에 완전히 맡겨야 한다는 게 중요한 점이다.

"글로벌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적다"는 모리시타 부회장.

게임포커스: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자주 들린다
모리시타 부회장: 글로벌 글로벌 하지만 글로벌이라는 말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신기한 나라로 일본 내에서만 장사를 해도 커버되는 경제력을 지녔다.

글로벌을 이야기하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실질적으로는 해외 배급업자등에게 '라이츠(판권, Rights)'를 판매/양도하거나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보고 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전개를 하기 위해선, 예를 들어 미국 현지 배급을 위해 수십억엔 정도의 막대한 비용을 들어서라도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일개 회사가 제작비의 몇배에 달하는 비용을 해외진출에 쏟아부을 수는 어려운 노릇이다.

한국처럼 정부와 기업이 마케팅을 잘 해서 제품 배급을 시키는 게 진정한 글로벌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글로벌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정부지원이 미미한 가운데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내수만으로 수지를 맞추고 해외진출은 부수적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게임포커스: 일본 애니메이션의 편수는 늘었지만 수익은 줄고 있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모리시타 부회장: 토에이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이다. 요는 잘 되는 작품이 있냐 없냐의 문제다. 우리는 사상최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원피스, 가면라이더, 프리큐어, 파워레인저 등이 모두 선전하고 있다.

게임포커스: 전대물은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제작 중이기도 한데 게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리시타 부회장: 토에이 작품이 게임화 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토에이 내부적으로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넘버원이다. 게임 등 머천다이징은 넘버스리, 넘버포 정도로 고려된다. 최근 관심은 있지만 매출면으로는 그렇게 큰 영향은 없다.

게임포커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리시타 부회장: 캐릭터를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세계에서 그걸 할 수 있는 게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뿐이지 않나. 루피의 웅크린 뒷습은 같은 건 아무도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클로즈업 한 상반신을 보고 싶어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클로즈업한 캐릭터를 인기 성우가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 드래곤볼 리뉴얼을 준비하며 알아보니 과거 드래곤볼 더빙에 참여한 미국의 성우도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더라. 개런티가 많이 높아져 다시 쓰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중심은 캐릭터다. 스토리는 그 다음이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