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 대표이사가 금일(16일) 개막한 ‘NDC 26’에서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하는가’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강대현 대표는 이번 기조 강연을 통해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의 등장으로 신작 게임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어떻게하면 눈에 띄는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해답을 이번 기조 강연을 통해 제시했다.
강대현 대표는 “2018년 NDC 키노트 무대에서 ‘즐거움을 향한 향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게임의 만족도를 가르는 것은 우리가 흔히 ‘구현’이라 부르는 그래픽, 사운드, 룰 같은 정적 요소에 앞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건을 겪느냐 하는 동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을 발견했다”라며 “8년 전에는 재미의 본질은 구현의 바깥에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 같은 주제를 가지고 왔지만 상황은 더 급해진 상황이다. 2018년에는 게임의 본질이 구현의 바깥에도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현재는 AI의 도입으로 구현이라는 장벽 자체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질은 이제 어디로 가는가’라는 것이 오늘의 질문이라고 강대현 대표는 설명했다.
먼저 강대현 대표는 현재 AI를 활용한 구현 환경에 대해 “구현이 쉬워진다는 말이 듣기 좋은 구호가 아니며 당면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강대현 대표는 2015년 스팀 플랫폼에 출시된 신작은 2,800개였으나 2025년에는 약 20,000개가 출시됐다며 10년 만에 출시작이 7배 가량 늘었지만 지난 해 출시작 중 리뷰가 천 개가 넘은 게임은 608개로 전체의 약 3%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강대현 대표는 신작들의 선택지가 많아지며 오히려 유저들은 믿을 수 있는 게임에 머무르는 성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그는 PC, 콘솔 플랫폼에서 유저 플레이 타임의 57%가 6년 이상 된 게임에 몰려 있다는 NewZoo의 통계를 제시했다.
문제는 시장의 자본 흐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강대현 대표는 스팀 동시 접속자는 연이어 기록을 갈아 치우며 지난 3월에는 이용자 수가 4200만 명을 넘어섰고, 업계 추정으로는 지난 해 매출도 사상 최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업계 투자는 최근 수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성공의 문은 좁아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강대현 대표는 “AI가 등장하면서 코드를 더 빨리 짜고, 이미지를 더 빨리 그리고, 프로토 타입을 더 빨리 뽑아내는 등 게임의 구현이 더욱 쉬워진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것은 우리만 쉬워진 상황이 아니며 모두가 (구현이) 쉬워지지만 유저들의 하루는여전히 24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업계의 무게 중심은 계속 이동해왔고 게임 업계도 여러 차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던 때가 있었다.
강대현 대표는 첫 번째 사례로 사용 엔진의 보급을 예로 들었다. 상용 엔진이 등장하기 전 게임업계에서는 자체 개발 엔진 구현 능력이 중요했으나 상용 엔진이 등장한 후 엔진의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되자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무게가 실리며 아트와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로 넘어갔던 것.
그 다음으로는 디지털 유통의 보편화였다. 강대현 대표는 “게임을 패키지로 찍어 유통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누구나 전세계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며 2만 개의 게임 속에서 유저들에게 발견되고 선택 받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라고 예를 들었다.
그렇다면 구현이 더욱 쉬워진 AI 시대의 무게 중심은 어디로 이동했을까? 강대현 대표는 그 질문에 대해 ‘맥락의 깊이’로 승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대현 대표는 범용 AI를 대상으로 “메이플스토리를 캐릭터에 씌울 모자를 디자인해줘”라고 명령하면 세상 어디에나 있을 평범한 디자인으로 제작하면서 실제 캐릭터들이 사용할 수 없는 모자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년 간 넥슨이 쌓은 메이플스토리 스타일, 취향을 교육한 ‘맥락 위의 AI’가 작업할 때는 메이플스토리다운 유저들이 만족할만한 디자인의 모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AI는 앞으로 스타일 가이드처럼 데이터를 옮기는 부분에서는 성장하겠지만 데이터로 옮길 수 없는 맥락 즉 유저와 주고 받아온 살아있는 관계와 지나온 시간이 만들어준 신뢰 같은 것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강대현 대표가 AI 시대에서 강조하는 경쟁력의 무게도 바로 이 맥락에서 존재한다.
강대현 대표는 게임이 서비스를 이어갈수록 게임을 만드는 쪽에도 즐기는 쪽에도 각각의 맥락 자본이 쌓인다고 설명했다.
그가 설명하는 게임을 만드는 쪽의 맥락 자본은 수년, 수십 년 간 한 우물을 파며 쌓은 장르 이해와 미학과 취향, 그리고 라이브라면 운영 데이터, 밸런스 노하우이며 즐기는 쪽의 맥락 자본은 유저끼리 맺은 관계, 커뮤니티가 함께 기억하는 사건,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감정이었다.
이것들은 AI가 프롬프트 등으로 만들 수가 없는 영역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강대현 대표는 이 맥락의 자본 경험을 누적하고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현 대표는 같은 20년을 개발해도 어떤 시리즈는 작품을 낼 때마다 팬이 깊어지지만 어떤 게임은 매번 처음처럼 자기 자신을 설명해야하는 추억으로 남은 스튜디오의 차이를 이 경험으로 쌓은 맥락을 다음 작품으로 잇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맥락이 연결될 때 새롭게 보이는 것도 존재했다고 강대현 대표는 강조했다.
게임 운영 중 특정 던전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의견이 많을 때 단순 숫자로만 분석하면 난이도를 낮춰야 하겠지만 커뮤니티 문화에서 어려운 던전 보스에 대한 공략 및 클리어 영상 공유 그리고 그를 축하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 보스는 난이도의 골칫거리가 아닌 이 게임의 문화이며 유저가 사랑한 것이 단순 보스나 던전이 아닌 끝내 해내는 이야기임을 알게된다고 강대현 대표는 설명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다음 시리즈 설계의 원리가 된다는 점에서 맥락이 이어진다고 그는 전했다.
물론 이에 대한 커뮤니티 분석은 AI도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난이도를 지킬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게임의 맥락을 아는 사람의 영역이며 이 맥락들의 연결은 처음에는 그 효과가 미미하지만 일정 밀도를 넘기는 순간 가치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경험이 연결된 맥락은 그 안에서 더 큰 의미와 힘을 갖게 된다고 강대현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축구를 예로 들며 사람들이 축구를 즐긴다고 하지만 실제로 축구 필드를 뛰는 사람 외에도 축구를 보고, 축구 게임을 하고 특정 선수를 좋아하는 등 다양한 경험으로 축구를 즐기고 있다며 이는 150년 간의 축구 경험의 맥락이 하나의 세계가 됐고 그 생태계 안에서 서로의 경험을 주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강대현 대표는 “취미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단순 게임이 아닌 특정 게임의 제목이 나오는 순간 그건 단순한 게임을 범주를 넘어 하나의 독립한 세계로 구현되며 그 세계에서 한 특별한 경험들은 그 어떤 AI도 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경험이 쌓인 상태에서 우리는 어떤 AI를 활용해 경쟁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강대현 대표는 두 개의 AI 주어지는 코드를 짜고, 이미지를 그리고, 구현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드는 범용 도구 ‘Artificial Intelligence’와 유저들과의 경험과 운영하며 쌓은 판단, 커뮤니티가 만든 문화 등의 맥락 자본을 담은 ‘Accumulated Intelligence’ 두 개의 AI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범용 AI를 누구보다 잘 쓰면서 두 번째 맥락 자본을 담은 AI를 누구보다 두텁게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NDC에 대해 “NDC 또한 매년 서로의 맥락을 나누는 자리로 다른 팀의 맥락에서 배우고 여러분의 맥락을 나누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며 기조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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