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엘게임즈 송재경 사단의 신작 MMORPG '아키에이지'가 지난 1월 16일 상용화 이후 순조로운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키에이지’는 약 6년에 걸친 개발기간, 400여억 원이 투입된 대작 MMORPG로 사냥과 레벨업이 전부인 기존 MMORPG의 모습에서 벗어나 무역, 농업을 기본으로 하는 생활형 콘텐츠 및 약탈, PK를 기본으로 하는 범죄형 콘텐츠, 특정 지역 탐험을 통해 보상을 받는 탐험 콘텐츠, 대륙 점령과 공성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쟁콘텐츠 등이 구현되어 있어 유저가 원하는 자유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지원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 달 25일에는 'WOW를 잡은 리프트'로 잘 알려진 북미의 개발사 겸 퍼블리셔인 트라이온월드와 북미, 유럽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서비스도 목전에 두고 있다. 95일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테스트 기간을 가졌던 지난 5차 비공개테스트에서도 이미 '길드워2'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해외 유저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은 바 있어 이번 해외 서비스도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동시접속자 23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엔소울’에 비한다면 폭발적이진 않지만 끊임없는 상승세로 상용화 서비스 2주 만에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 TOP5에 들며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아키에이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게임포커스는 지난 공개서비스부터 상용화까지, 50레벨의 모든 콘텐츠를 주제로 거침없는 리뷰를 준비해봤다.
게임도 영화, 흡입력이 필요한 초반부
사실 상용화 이전부터 송재경 대표가 언급했던 것과 같이 게임의 초반부는 기존 MMORPG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레벨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퀘스트 동선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 역시 초반부가 게임 전체의 흡입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부분은 다소 아쉽다.
게임의 초반 레벨업 과정에 있어 ‘아키에이지’가 자랑하는 주력 콘텐츠를 체험해볼 수 있는 구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유저들이 찾아서 즐길 수는 있지만 정보가 없으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한마디로 불친절한 ‘아키에이지’씨다.
특히, 기존 온라인 게임들에 의해 퀘스트 > 보상 > 레벨업의 순환 구조만을 반복 학습해 온 유저들에게 중간 중간 농업도 하고 탐험도 즐기는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 '우선 만렙부터'라는 유저들의 획일화된 게임 플레이 방식도 게임이 지닌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 맹점으로 다가온다.
사실 이렇게 제한적인 시각을 놓고 보면 기존 게임의 레벨업 방식에 익숙한 초보 유저들에게 있어 '아키에이지'는 지루한 게임이다. 그런 반면에 게임을 줄곧 즐겨오며 꾸준히 비공개테스트에 참여했던 기존 유저들에게 있어 퀘스트는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어떻게 보면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이 작은 차이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결국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에게 "우리 게임에는 퀘스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요"라는 것을 초반부터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정/보완되어야 될 부분 중 하나다. 길을 따라가며 보이는 작물들을 왜 수집해야 하는지, 생산 콘텐츠를 왜 즐겨야하는지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하게 해줄 당근 하나만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유저들이 ‘아키에이지’의 진면목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직업은 껍데기,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라
어느 게임이나 그렇듯 전투는 게임의 재미를 판단하는 첫 번째 척도가 된다. '아키에이지'는 이러한 재미를 연쇄스킬로 이끌어내고 있다. 연쇄스킬이란 첫 번째 스킬에 상성이 되는 두 번째 스킬을 사용했을 때 두 번째 스킬의 효율이 극대화되거나 첫 번째 스킬의 추가 효과에 부가적인 속성을 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러한 상성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장비가 더 좋다고 한들 PvP나 PvE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처하게 된다. 특히 '근접 공격' 기술에 '원거리 기술'의 연쇄 효과가 가능한 스킬이나 '원거리 기술'에 '힐링 기술'의 결합 등 연쇄 가능한 스킬들이 있기 때문에 기존 MMORPG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정석'이라고 불리는 정형화된 스킬트리에 대한 답답함은 없다.
그러나 이런 자유도 때문에 캐릭터간의 밸런스는 지속적으로 풀어야 될 숙제로 남는다. PvE의 경우 스킬의 형태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지만 PvP의 경우는 달라진다. 즉시 시전기와 매즈의 활용 비중이 높고 기술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인데 물고 물리는 상성과 역상성의 대결 구도가 아닌 누가 먼저 대미지가 강력한 즉시 시전기를 사용하는지, 매즈 스킬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또한 활계열의 스킬의 경우 연사스킬을 근접 공격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한발 한발 직접 입력해야 되는데 지나친 컨트롤로 손목에 피로를 주는 요소가 많은 만큼 이 역시 적절한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스킬레벨 육성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키에이지'는 120여 가지에 달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구성하기 위해 스킬레벨을 필요로 한다. 이 스킬레벨은 캐릭터가 최고레벨 달성에 필요한 경험치와 동일한 수준의 경험치를 요구하는데 모든 스킬을 활용하기 위해선 현존 최고레벨인 50레벨의 캐릭터를 4번 육성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비로소 모든 스킬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하루 반복해서 할 수 있는 일일 퀘스트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모든 스킬 레벨업을 일반 몬스터의 반복사냥으로 충당하기에는 하루 한 두 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갖는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장벽으로 다가오게 된다. 유저들 역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스킬레벨 육성에 필요한 경험치 분배를 조절하는 방향의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최고레벨 달성 유저들에 한해 이러한 경험치 분배를 다르게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부족한 인스턴스 던전
PvE 전투콘텐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스턴스던전(이하 인던)의 경우 제작 아이템이 인던에서 등장하는 보상 아이템보다 성능 면에서 보다 우위를 갖는다는 이점을 갖고 있지만 보상아이템으로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캐릭터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현재 많은 유저들에게서 소외받고 있다.
특히 던전의 레벨디자인의 경우 갑작스럽게 난이도가 높아지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아슬아슬한 클리어가 백미인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 역시 한 번의 실수로 바로 캐릭터가 사망하는 강력한 대미지와 사망시 경험치 감소라는 강력한 패널티 덕분에 초보 유저들의 경우 인던 입장 자체를 꺼려하기도 한다. 실패의 부담이 큰 만큼 성공의 기쁨도 큰 법이지만 성공의 기쁨보다는 실패의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던전 디자인 자체도 퍼즐요소나 함정 같은 다양한 요소 대신 눈앞에 있는 몬스터를 묶고 죽이는 단순한 진행에 머물러있다. 일부 구간별로 함정으로 보이는 구간이 있지만 유저들에게 끼치는 효과가 미미하기에 무시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던전 난이도 및 디자인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아키에이지의 꽃 - 생활형 콘텐츠
생활형 콘텐츠는 '아키에이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적게는 채집활동부터 크게는 공성전까지 게임 내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가 생활형 콘텐츠와 밀접하게 엮여 있다.
물론 생활형 콘텐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게임을 즐길 수는 있지만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얻는 이익은 단순 사냥으로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훨씬 웃돌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의 캐릭터와 특성에 맞춘 최소 2가지 이상의 활동을 해야 원활한 게임진행이 가능하다.
유저들은 ‘아키에이지’ 모든 맵에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거주지역에 거주지를 설정하고 농작물과 가축을 키울 수 있다. 허수아비를 세우면 자신의 거주지 안에서 농작물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지만 그 범위가 제한적이고 일주일 마다 세금을 납부해야 된다. 세금이 2주 이상 미납된 건물은 자동 철거되고 건물을 만드는데 사용한 재료는 사라지게 된다.
거주지와는 다르게 농작물과 가축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모든 지역에서도 농업과 축산업이 가능한데 타인이 자신의 농작물을 서리해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주로 규모가 큰 길드에서 일정 지역을 대규모로 관리하기도 하며 이를 사이에 두고 양 진영이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대규모 농업은 서리꾼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잘만 성공한다면 허수아비로 얻을 수 있는 제한적 수입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아키에이지'의 모든 생활형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노동력'이라는 부가적인 능력이 필요한데 기본 1,000으로 시작하는 노동력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한계치가 늘어나며 최대 3,000까지 늘어나게 되니 여유가 있을 때 지속적으로 소비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얻는 경험치 역시 상당하기 때문에 계획적인 소비 활동을 통해 좀 더 빠르고 안전한 레벨업이 가능하다.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 중 '무역'은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다. 유저들은 해당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는 특산품을 포장해 다른 지역에 가져다주면서 보상을 얻을 수 있는데 거리가 길면 길수록 얻는 보상이 커지지만 그만큼 동족 및 상대진영의 유저들에게 공격을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수의 물건을 여러 명의 유저들이 함께 운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무역은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이 시간을 들여서 무역을 하는 이유는 게임 내 가구 및 생필품을 교환하는데 필수품인 ‘델피나드의 별’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부 퀘스트 제외)이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가치가 높기 때문에 경매장에서도 '델피나드의 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및 제작 도면은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거리가 멀다고 무조건 높은 보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해당 무역루트의 수송량이 많아지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져 보상이 줄어들기 때문인데 무역에 들어가기 전 유저들이나 NPC를 통해 무역품의 값을 사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해적왕을 꿈꿔라 - 범죄형 콘텐츠
생산형 콘텐츠가 유저들에게 노동의 참맛을 알게 해줬다면 범죄형 콘텐츠는 이러한 수확의 기쁨을 빼앗아가는 약탈의 쾌감을 강조한 콘텐츠다. 흡사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세계관의 축소판이라고 봐도 할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해적왕의 꿈을 안고 약탈을 즐기고 있다.
특별한 부분은 없다. 그저 다른 선량한 유저들이 모든 일을 완성할 찰나에 습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당 유저를 쓰러뜨리고 떨어진 물품을 빼앗아 대신 무역을 완료하거나 다른 사람이 주인인 각종 작물과 동물을 절도해 이득을 챙기면 된다.
이러한 범죄활동은 서리를 했을 때 남는 발자국 및 상대 유저를 죽였을 때 생기는 핏자국을 근거로 피해자 및 다른 유저들이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신고가 될 때마다 해당 유저는 범죄점수와 불명예 수치가 쌓이게 된다.
범죄점수가 일정수치가 되면 현상수배범이라는 디버프가 생기게 되며 사망 시 근처에 존재하는 부활장소가 아닌 재판대기소로 이동해 재판을 받게 된다. 불명예점수 역시 3천점을 초과하게 될 경우 무법자(해적)로 바뀌게 되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진영으로부터 적대적인 대상이 된다. 바야흐로 해적왕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NPC역시 비선공 형태의 적대 캐릭터로 바뀌게 되며 이때부터는 정상적으로 마을에서 소비활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해적섬이라고 불리는 으르렁거리는섬에서 모든 활동을 해야 된다.
의도적이지 않게 쌓인 불명예점수는 각 대륙별(동대륙:마리아노플, 서대륙:오스테라) NPC에게 찾아가 하수도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낮아지게 된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불명예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방법이 제한적이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가 부족한 편인데 진정한 해적왕을 꿈꾸는 유저들을 위해 좀 더 매력적인 보상체계가 구축된다면 양 대륙 모두에게도 속하지 않은 제 3세력으로서의 역할을 돈독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선이 필요한 인과응보 - 재판
높은 범죄 점수를 가진 유저들이 사망했을 경우 재판소에서 무작위로 선출된 5명의 유저 배심원에 의해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을 통해 배심원들은 피고가 저지른 범행내역 확인 및 최후의 변론을 들은 후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특히 불명예점수가 높아질수록 가중처벌을 받게 되며 무죄가 되면 석방을, 유죄가 되면 바로 수감소로 보내지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재판 시스템은 다소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재판 자체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유형에 따라 편파적인 무죄나 편파적인 유죄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피고가 변론을 하거나 배심원이 질문을 하는 등의 형식적인 절차는 존재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피고가 죄인일수는 없는 만큼 차후 배심원 점수를 활용한 보다 체계적인 재판구조 개선이 필요해 보이며 이를 통해 재판 콘텐츠가 흡사 ‘역전재판’과 같은 또 하나의 매력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 가장 현실적인 게임의 미래상 ‘아키에이지’
‘아키에이지’를 보고 있자면 지난해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이자 동명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소드 아트 온라인’이 떠오른다. 비슷한 세계관과 주제를 가진 작품으로는 '.hack', ‘엑셀월드’ 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은 가상현실 속 게임의 미래라는 대전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이 작품들 속에서 유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악당이 될 수 있으며 상인이 되어 장사를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유저 스스로가 선택하며 선택에 따라 게임의 환경이 변하기도 한다.
비록 가상현실은 아니지만 ‘아키에이지’는 해당 작품들이 표현하는 게임의 미래를 가장 가깝게 현실에 투영시킨 작품이다. 이곳저곳 다듬어야 될 부분이 많지만 전투와 레벨업, 높은 등급의 아이템만이 전부였던 기존 MMORPG에서 생활형 콘텐츠가 주는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임 없는 전투만 강조한 MMORPG에 지쳤다면, 농사를 해본 적이 없어도 집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도 키보드와 마우스면 모두 해결되는 ‘아키에이지’ 만의 세컨드라이프 세계에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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