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모바일 시장은 TCG 게임의 홍수라 할 수 있다. 일본산 TCG인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가 국내 모바일 TCG 시장의 물꼬를 트고 ‘확산성 밀리언 아서’(이하 확밀아)가 흥행의 정점을 찍은 이후 각종 TCG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바일 TCG의 춘추전국시대인 셈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내 모바일 시장의 TCG 중 대다수가 일본산이라는 점이다. 뒤늦게 국산 모바일 게임들이 하나 둘 출시되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일본산 TCG들을 무너뜨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모바일 TCG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산 TCG의 위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소리 없이 시장에 안착하여 꾸준히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국산 TCG 게임이 있다. 몬스터스마일에서 개발하고 넷마블이 퍼블리싱하는 ‘몬스터크라이’(이하 몬크)가 바로 그것이다.
몬크는 2012년 12월 12일 T스토어에 오픈하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확산성 밀리언 아서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12월 20일보다 약 일주일 빠른 기록이다. 개발에 1년 이상이 걸렸다는 개발사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 볼 때, 국내에 일기 시작한 TCG 붐에 편승한 게임은 아닌 셈이다.
사실 확밀아나 바하무트로 모바일 TCG를 접한 유저에게 몬크는 좀 생소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들만큼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T스토어 출시 5일만에 누적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착실하게 성적을 쌓았으며, 올해 4월 24일 네이버 엔스토어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무료 게임, 전체 게임 부문 1위를 차지하여 일주일간 자리를 지켰다. 온라인 게임보다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출시한 지 5개월이 넘은 몬크는 나름대로 오래된 게임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 TCG지만 중심은 RPG
엄밀히 말하면 몬크는 TCG보다 RPG에 가깝다. 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TCG라고 불리긴 하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내용은 RPG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캐릭터 대신 카드를 조작하는 RPG’ 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당할 듯 싶다. RPG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존 TCG들과 시스템적으로 차별화된 부분도 많이 보인다.
첫 번째가 카드의 육성이다. 카드에 카드를 먹여 정해진 스탯대로 성장하는 기존의 TCG들과는 달리 몬크는 카드가 직접 모험을 돌아 경험치를 획득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레벨 업을 통해 얻은 보너스 포인트를 유저가 직접 찍어줄 수 있다. 같은 카드라도 유저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육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유저가 직접 카드에 장착해주는 스킬 및 장비 추가 시스템은 카드 육성의 자유도를 더욱 높여준다. 덕분에 깡공, 카공, 세미 탱커 등 RPG에서나 볼 수 있는 육성 관련 단어들이 유저들 사이에서 오가곤 한다.
두 번째 차별화 요소는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이다. 대다수의 TCG들은 카드로 덱을 짜서 스탯의 총합을 겨루는, 일종의 숫자 싸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몬크는 이런 단순한 숫자 싸움에서 벗어나, 유저가 직접 조작하며 전투를 수행한다. 랜덤으로 주어지는 액션 카드들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대 카드의 타입에 따라 어떤 카드를 먼저 내서 싸울지를 결정하는 등 다양한 전략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토벌전이다. 이 토벌전이란 몬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시스템으로, 카드 키를 통해 오픈하는 인스턴스 던전 개념이다. 유저는 기존의 보유 카드를 판매하거나 다른 유저에게 구매하여 카드 키를 획득할 수 있고, 해당 키로 토벌전을 열어 친구들과 함께 토벌전 몬스터를 사냥한다. 토벌전 몬스터를 잡다보면 낮은 확률로 카드 조각이란 것을 획득하는데, 이 카드 조각 9부위를 모두 모으면 해당 토벌전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이 토벌전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카드든지 토벌전을 통해 모두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카드를 얻기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결제를 해야 했던 게임들과 달리,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최고 등급의 카드도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마지막으로 투기장 역시 색다른 부분들이 많다. 랭킹 시스템을 도입하여 한달 주기의 시즌제로 운영되며 유저들은 자동 전투, 수동 전투를 선택하여 다른 유저와 카드를 겨룬다. 요일 보상이나 시즌별 한정 보상 등으로 확실한 동기 부여를 하면서도, 서로 가진 것을 뺏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실사 풍의 고급 일러스트와 화려한 이펙트
일러스트와 이펙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몬크만의 특별한 요소다. 대다수의 TCG가 가져가는 일본풍 미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스러운 유럽풍의 일러스트를 표방하기에 카드 하나하나에서도 판타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펙트 또한 남다르다.
단순히 '카드가 공격을 했다', '어떤 스킬을 썼다'라는 천편일률적인 이펙트에서 벗어나 카드 한 장 한 장이 고유의 이펙트를 가지는 것이다.
덕분에 일러스트와 이펙트가 조화를 이루며 카드에 독립된 개체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유저는 자신의 카드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된다.
카드가 단순히 '카드 한 장'으로서가 아닌, '내가 직접 키우는 하나의 캐릭터'로서 다가오게 되는 셈이다. 어여쁜 여캐, 멋진 남캐, 몬스터나 드래곤 등 일러스트 컨셉 역시 다양하여 모든 유저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카드를 찾을 수 있게끔 되어 있다.
■ 활발한 커뮤니티는 게임 장수의 원동력
게임 내 커뮤니티가 활성화될수록 해당 게임은 오래 간다. 게임 컨텐츠 외적으로도 즐길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몬크는 이 커뮤니티의 활성화에도 힘쓴 흔적이 보인다. 먼저, 게임 내에서 채팅을 지원하여 유저들끼리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두었다. 길드가 있는 유저는 길드 채팅을 통해 길드원들끼리의 채팅도 가능하다. 덕분에 몬크는 길드원들이 단합하여 정모를 하는 등 강화된 커뮤니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온라인 게임에선 잦은 일이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길드원들끼리 따로 정모를 하는 건 그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또, 개발사가 후원하는 네이버 공식 카페를 따로 운영하여 유저들끼리의 커뮤니티를 장려함과 동시에 개발사 역시 유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카페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진행하는 이벤트는 덤. 덕분에 카페 유저도 꾸준히 늘어 어느 덧 4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몬크가 확밀아나 바하무트처럼 소위 말하는 초대박을 치진 않았다. 하지만 내재된 포텐셜은 오히려 다른 게임들보다 훨씬 커 보인다. TCG유저와 RPG유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데다 다양한 컨텐츠의 업데이트가 용이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픈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별다른 하락세 없이 꾸준히 매니아층을 확보해 나가는 중이다. 이는 시장성만을 노린 근시안적 게임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퀄리티 향상에 힘쓰는 게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도 노리고 있는 몬크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많이 남은 게임이다. 양산형 게임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요즈음, 꿋꿋하게 자신만의 스타일과 퀄리티를 고수하고 있는 몬크가 어디까지 성장할 지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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