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 대표 "10년 전 '리니지 폐인'들 지금 다 병원에 있나?"

게임, 만화와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돼

등록일 2014년05월21일 20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내가(송재경) 개발한 게임 중 하나가 '리니지'다. 10년 전, 거대한 사회현상이라고 할 만큼 쉽게 말해 소위 '리니지 폐인'이라고 불릴만 한 현상이 있었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며 리니지만 하는 유저들이 문제로 대두되기로 했었다. 그런 유저들이 중독이라고 하면 중독이라 할 수 있고 굉장히 많았는데 아마 대한민국에서 리니지를 할 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리니지를 즐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다. 그런데 그때 그렇게 열심히 했던 유저들이 지금은 전부 (중독관리)병원에 있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 열심히 게임을 즐겼던 많은 이들 거의 99.9%의 사람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SBS가 주최, 서울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DDP)에서 개최된 제 11회 '서울디자인포럼(SDF)'에 참석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해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중독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제2심화세션 '게임病(병), 그리고 사회적 치유'의 마지막 3세션 자유토론에 참석한 송재경 대표는 사회를 맡은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박주용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박석민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도영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우재준 신의진 의원실 보좌관과 함께 다양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중독은 분명히 존재, 그러나 모두에게 적용해선 안된다"


관찰의 결과로 본 게임중독의 실체에 대해 토론을 진행한 박준현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노원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장은 "의학적인 논란과 검증과정을 거쳐야 되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 중독이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많은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독(정신장애)의 판단기준인 DSM-5 진단기준을 근거로 예로 들며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역시 경험으로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게임 자체에 중독 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과몰입 현상으로 벌어지는 각종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이는 게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독될 수 있는 모든 물질에 포함되는 이야기며 게임이 중독 물질이냐 아니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철 지난 얘기"라고 밝혔다.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중독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중독된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의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도영임 교수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정신의학회가 주장하는 DSM-5 진단기준과 관련해 미국정신의학회에서 게임 중독에 대해서는 '관찰할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을 뿐 게임을 중독에 포함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도 교수는 사회적인 중독 현상에 대해 "단순히 현상만을 보는 것을 떠나 현상이 나타나는 사회적인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 이해하지 않으면 현상을 진단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간들 중독증상이 무조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과연 무엇이 청소년을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면밀히 봐야 된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는 사회의 한 현상에 대해 너무 빨리 정답을 내려고 하고 있다. 정답도 필요하지만 정답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계속 이러한 현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사회적인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해결해야 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중독문제는 한국만의 시각에서···게임, 만화와 같은 노선 밟지 말아야"


젊은 게임이용자들의 게임 과몰입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게임중독을 이야기하며 내놓는 증거는 대부분 해외에서 연구한 연구자료다. 게임도 여러 장르가 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콘솔과 패키지가 아닌 온라인으로 본격적인 산업이 시작됐고 대부분의 사람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혼자서도 즐기는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콘솔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로 인한 히키코모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의 경우 온라인 게임이 발달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게임 콘텐츠가 제공하는 스킬을 잘 다루어야겠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길 수 밖에 없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사회적인 스킬도 중요하다. 이로 인해 유저들은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욕구를 게임에서 거의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점이 혼자서 즐기는 콘솔과 패키지와는 다른 온라인 게임의 매력이며 중독문제 역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 만큼 중독 문제에 역시 전부 다른 시각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송 대표의 이야기다.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회사 대표 입장에서의 진솔한 토론도 이어졌다. 게임을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송 대표는 "우리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이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요즘에 와서야 게임개발자가 그나마 좋은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12년, 15년 전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시의 환경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고 운을 땠다.

이어서 그는 "개발자들과 면접을 볼 때 게임이 왜 좋냐고 물어보면 과거에 게임들을 통해 감동을 느껴 개발을 하게 됐다는 경우를 종종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있어 평생 잊어버릴 수 없는 큰 감동을 준 게임으로 인해 직업이 바뀐 많은 사람들이 업계에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일본과 미국의 정서가 담긴 게임이 아닌 한국적 정서가 담긴 한국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한다. 그들도 자신처럼 자신의 게임을 통해 누군가가 감동 받길 원한다. 부정적인 사회 인식 속에서도 게임 산업에 종사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게임 규제에 대한 토론에선 이미 사장되어버린 한국의 만화 산업을 예로 들었다. 송 대표는 "80~90년대의 만화 시장은 굉장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탄압을 받았고 규제의 프레임도 지금과 비슷했다. 결과적으로 만화는 사장됐으며 이제 대형서점에서 한국 만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 거의 모든 만화가 일본만화다"라며 "한국의 대부분 학무모들은 게임이 없어지길 바라겠지만 정말로 한국에서 한국 게임이 사라지면 더욱 통제가 힘든 일본이나 미국의 게임들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게 되며 중독에 대한 컨트롤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만화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서로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선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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