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콘솔게임 퍼블리셔들의 내부 인력들을 살펴보면 홍보, 마케팅, 영업, 소싱, QA, CS까지 모두 담당하는 '장기근속' 슈퍼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개 '내가 한국 콘솔게임 시장을 살려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업계에 뛰어들어 기쁨과 좌절 속에 콘솔게임에 대한 애정 하나로 버텨온 사람들이다.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한 퍼블리셔에서 일하며 고생에 잔주름이 늘어난 A의 목표도 '우리가 내는 게임이 만장, 2만장 팔리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걸 보는 것'이다. A의 목표는 실현이 가까워진 것 같다. 2015년 중에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게이머들에게 미움받다 노력 끝에 평판을 바꾼 다른 퍼블리셔에서 일하는 B의 목표는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것도 실현이 가까운 것 같다.
2014년 말로 한국을 떠난 코나미코리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C의 목표는 자사의 대표작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차기작의 한국어화 발매였다. C는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게 됐다.
'위닝일레븐'과 리듬게임 등을 주축으로 국내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온 코나미코리아가 지난해 12월 문을 닫았다. 코나미는 해외지사들의 통폐합을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지사의 업무를 일본 본사와 홍콩 등으로 이전하고 한국지사는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코나미코리아가 2014년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것이 확정된 후 코나미코리아 직원들은 코나미코리아가 한국 게이머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메탈기어솔리드 신작의 한국어화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왔다.
사실 한국 콘솔게임 퍼블리셔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발매하는 게임의 한국어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차기작은 꼭'이라는 생각 하나로 계속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는 데에는 빨라도 4~5년이 걸리곤 한다. 2010년 경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어화를 추진한 국내 퍼블리셔들의 노력은 지난해부터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고, 올해는 예상하지 못한 타이틀들의 한국어화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나미코리아 직원들은 '메탈기어솔리드 그라운드제로'의 한국어화를 추진하다 성사 직전에서 무산된 탓에 '팬텀페인'의 한국어화에 모든 것을 걸었다. 본사가 원하는 수량을 맞춰줄 퍼블리셔를 찾으려는 물밑 노력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팬텀페인 역시 기존 파트너인 유니아나가 퍼블리싱하게 되었다. 유니아나는 코나미코리아 철수 후 코나미 게임들의 독점 퍼블리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나미코리아는 한국을 떠나기 전 팬텀페인 한국어화 발표를 하고 한국 게이머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기를 바랐고 2014년 중엽, 이 목표는 달성될 것처럼 보였다.
사실 기자는 지난 9월 도쿄게임쇼 2014 현장에서 메탈기어솔리드: 팬텀페인의 한국어화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다. 도쿄게임쇼 전 일본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메탈기어솔리드: 팬텀페인의 글로벌 론칭 일정이 도쿄게임쇼에서 발표되며 그 과정에서 발표될 지원 언어에 한국어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탈기어솔리드: 팬텀페인의 출시일정이 연기되며 결국 도쿄게임쇼에서는 아무런 발표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코나미코리아 폐쇄 전, 연내에 발표가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무산됐다.
일본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팬텀페인의 한국어화를 기정사실이라고 전하고 있지만, 해외 게임업체와의 콘솔게임 한국어화 작업은 번역을 다 하고, 혹은 마스터CD까지 만들어놓고도 엎어지는 경우가 있기에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코나미코리아는 조용히 문을 닫게 됐다. 이제와서 메탈기어솔리드: 팬텀페인 한국어화가 확정되더라도 코나미코리아 직원들의 마지막 열정을 기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메탈기어솔리드: 팬텀페인 한국어화가 예정대로 진행되길 간절히 바란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