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유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게임사 어디 없나요

등록일 2016년03월30일 12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유저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평소 게임전문매체의 취재기사들을 유심히 본 독자가 있다면 위와 같은 말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게임 관련 각종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다짐을 이야기 할 때 게임사 관계자들이 습관처럼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게임 서비스에서 이 말이 갖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유저들의 피드백은 앞으로의 개발방향 및 수익성 확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서와 직책의 업무의 차이는 다소 있을 수 있겠지만 거의 모든 개발사들이 다양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정리하고 분석한다. 일부는 유저들의 피드백에 따라 계획 중인 개발 계획을 변경하면서까지 유저들의 의견 반영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에 논란이 된 한 온라인게임을 포함해 최근 서비스 되는 게임들을 살펴보면 이 게임들이 진짜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귀울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 버그 제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피드백은 무시되거나 “알고는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제외됐다” 혹은 “게임의 기획방향과는 다르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반영이 힘들다”라는 이유로 제외된다.

이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자신만의 게임성을 지키기 위해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개발자들의 단호한 결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운영하는 모습을 보자면 꼭 그런것만은 아닌 듯 하다. 주요 정책들이 노멀 유저 및 비결제 유저보다는 수익의 90%를 좌지우지하는 하드코어 유저들에 의해 게임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게임보다 모바일게임에서 더욱 자주 일어난다.

한 모바일게임의 경우 하드코어 유저의 불평에 게임 내용의 일부가 바뀌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많은 유저들이 개발사의 행동에 실망의 목소리를 내며 게임을 떠나갔지만 논란의 해명에만 급급했을 뿐 노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논란이 잠잠해지자 다시 이벤트를 시작하며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저 수 줄어들었는데 이벤트 한 번 바짝해서 매출 좀 올려야죠”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이날 대화 속에서 진심으로 유저를 걱정하는 개발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소 안일하게 보일 수 있는 이들의 행동에는 데이터라는 든든한 보험이 존재한다. 과거와 달리 유저들의 활동 내역을 보다 면밀하게 데이터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피드백이 지금까지 쌓여온 데이터와 반대가 되거나 전복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많은 유저가 이야기를 해도 게임에 반영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유저들의 피드백이 항상 올바르고 무조건 옳은 내용을 담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불만이 담겨 있거나 다소 황당한 내용으로 가득 찬 피드백도 있다. 하지만 게임 내 유저들 모두가 지적하고 문제 삼은 부분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근거로 ‘불허’하는 개발사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으로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은 온라인게임 A와 막강한 IP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C도 바로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유저들에게서 논란이 됐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해명은 결국 의도치 않은 유저 수 감소로 이어졌다. 다른 게임사들도 마찬가지다. 밤새도록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서 격론을 펼치며 게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던 유저들의 정성을 외면(?) 했던 개발사가 받아드는 성적표는 결국 안좋기 마련이다.

개발기조 유지와 유저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손꼽히는 블리자드의 게임들 역시 비판과 호평이 공존한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이슈에 대해 개발사가 얼마나 성의 있는 자세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행동에 있다. 유저들이 단편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 데이터 수치화 자료를 복잡하게 열거하며 수학적인 관점에서 문제점을 해결하려 든다면 유저들도, 개발자도 진정 즐기는 게임으로 다가갈 수가 없어진다.

게임은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다. 다수를 위한 정책도,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외면하고 소수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즐기는 게임은 되기 힘들다. 유저에 의해 변하고 유저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것이 다른 문화콘텐츠에는 없는 게임 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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