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한국닌텐도 사무실에 빈자리가 여럿 생겨났다. 계속된 적자와 한글판 타이틀 실패가 이어지자 본사에서 한국닌텐도 규모를 크게 줄이기로 결정했기 때문. 이날은 80%에 이르는 인원이 퇴사하는 날이었다.
위로와 격려를 위해 한국닌텐도를 떠나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하나같이 당황하고 힘이 빠진 상태였다. "왜 진작 기사를 쓰지 않았나?"라고 기자에게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국닌텐도가 사업을 축소할 것이라는 소문은 예전부터 돌고 있었다. 예전같으면 당연히 출시할 타이틀의 출시를 포기하거나 미루고,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도 뜸해졌기 때문.
특히 시리즈를 쭉 내 온 '몬스터헌터' 시리즈 최신작 '몬스터헌터 크로스'의 출시를 포기한 것을 두고 '닌텐도가 계속된 투자 실패로 모험에 나서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콘솔게임 업계 관계자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통업체 관계자들도, 기자도 이정도로 크게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3DS를 완전히 철수할 리는 없고 곧 나올 신형 콘솔 '닌텐도 NX'로 사업을 해야할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갓 진출한 모바일게임을 한국에 내기 위한 인력도 필요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닌텐도의 구조조정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속도 면에서도 한국닌텐도에서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본사의 구조조정은 일단 결정되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졌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은 닌텐도 본사가 Wii U에 이어 닌텐도 NX도 한국에 낼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명 남은 인력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몇몇 3DS 타이틀 및 DeNA와 협력해 출시할 모바일게임의 현지화, 서비스만 진행한다 해도 충분치 않은 인력이다.
'몬스터헌터 시리즈', '페르소나Q', '여신전생4',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 등 큰 기대를 품고 투자했던 타이틀들이 연이어 실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난 지난 3년 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해 온 한국닌텐도의 도전이 실패한 것은 한국닌텐도의 책임만은 아니었다.
하나라도 더 많은 게임을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발매 텀을 둬야 했고, 마케팅, 번역 등에서 많은 제약이 있었다. 3DS 유저층과 맞지 않는 게임이 많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지만 3DS 유저층의 저변을 넓히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모바일게임이 게이밍의 주류로 부상하며 휴대용 게임기의 활동영역이 좁아진 환경 요인까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결국 한국닌텐도는 사업 축소를 결정했다. 한국닌텐도에 근무하던 게임인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닌텐도 게임을 즐기고 좋아하던 닌텐도 게임의 팬이었다. 그들에게 힘 내서 다시 게임업계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수용할 여력은 한국 콘솔게임 시장에 없다는 건 기자가 가장 잘 안다. 이들 중 대부분을 현장에서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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