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처음 기자가 게임 개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을 때 당시 강사님은 “게임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재미다. 재미만 있으면 별도의 마케팅이 없어도 유저 입소문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즉 재미만 있다면 “이 게임 재미있다”라고 유저들이 알아서 홍보를 해주기 때문에 마케팅에 대한 고민을 하지 말고 무조건 재미있는 게임만 만들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 당시에는 게임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가 드물었고 지금과 비교해 유저풀이 좁은데다 그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한정적이었기에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이름값 만큼 유저들 입소문의 영향력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어릴 때 들었던 강사님의 말씀은 틀린 이야기가 된 듯 싶다.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사회 생활을 위해서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가 필수가 된데다 스마트폰을 주축으로 한 모바일게임이 활성화되면서 게임은 더 이상 일부 젊은층과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가 됐다.
또한 시장이 갓 생성된 오픈 마켓에서는 누구나 개발자가 돼 게임 앱을 등록할 수 있었기에 초창이 모바일게임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불리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수 많은 게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면서 더 이상 유저들의 입소문에 기대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게임사들은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케팅의 힘을 보여준 것이 바로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다. TV 등을 이용한 매스미디어 광고와 지하철 옥외 광고 등을 포함한 오프라인 광고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한 이 게임은 자연스레 대중들에게 게임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고 '클래시 오브 클랜'은 내로라 하는 국내 게임들을 모두 제치고 단숨에 국내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클래시 오브 클랜 이후 게임업계는 본격적으로 마케팅 전쟁에 돌입했다. 초반 게임 마케팅은 게임의 플레이 화면을 보여주며 게임의 재미를 강조하는데 치중했지만 점차 다양한 유저층에게 게임을 어필하기 위해 스타마케팅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장동건, 이병헌, 하정우, 정우성, 소지섭, 손예진 등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만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배우들부터 할리우드 인기 배우 올랜도 블룸까지 게임 모델로 출연하며 게임업계의 스타마케팅은 거의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최근에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태연을 홍보모델로 선정하고 지금 없어서 못 구한다는 태연의 콘서트 티켓을 걸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스타마케팅을 선보인 룽투게임즈의 '검과마법 for Kakao'가 단숨에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3위에 오른 것도 스타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마케팅은 인디 개발사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운이 좋게도 좋은 퍼블리셔를 잡는다면 대규모 마케팅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소수의 경우만 가능하고 대부분은 여전히 게이머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직접 홍보를 하는 것이 마케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년기사 김봉식' 등과 같이 입소문만으로 성공하는 인디게임이 더러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빛도 못 보고 사라지는 현실은 아쉽다.
다행히 이런 인디 개발사들을 위해 최근 부산시가 '부산인디커텍트 페스티벌(이하 빅 페스티벌)' 등을 진행하는 등 인디 개발사와 일반 유저 간의 소통 창구를 늘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해 국내 외 78개의 독특한 인디 게임을 전시한 빅 페스티벌은 올해 그 규모를 늘려 100여 개의 인디게임 전시와 다양한 부대 행사 진행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인디 게임 수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한콘진은 매달 진행하는 '이달의 우수게임' 부문 중 인디게임 부문 수상을 통해 우수 인디게임을 대중들에게 전파하는데 신경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회들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택된 일부의 인디게임들만 혜택을 볼 수 있어 보다 더 근본적으로 인디게임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해 보인다.
많은 인디 개발자들은 10년 전 기자가 그랬던 것처럼 게임이 좋고 내가 상상했던 것들을 게임 속에 담고 싶은 순수하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10년 사이 게임업계와 시장은 크게 변했고 그저 열정과 게임성 만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예전에 저물었다. 시대의 흐름은 개인이 막을 수 없고 자본의 힘 앞에 무력해지는게 맞지만 적어도 이런 인디 개발자들이 이런 현실에 무력하게 자신의 열정을 식게 만들지 않게 이제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향에서 이들을 도와 줄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