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외교 마찰로 인한 세계 최대 중국 게임시장의 변화와 관련해 국내 게임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중 외교마찰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限韓令)여파가 방송, 음악 콘텐츠는 물론 게임산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중국의 한한령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명확한 실체가 없지만 일부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한한령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들이 나오면서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시장에 진입해있는 국내 게임사들 역시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미국시장 제친 단일 게임 마켓 최고 시장으로 군림한 중국 게임시장
2015년까지 세계 최고의 게임 시장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던 미국은 2016년 중국에 그 시장 패권국의 자리를 중국에 넘겨주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뉴쥬(Newzoo)가 공개한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시장보다 더 많은 인구수와 지역 인프라에 힘입어 지난해 242억 달러(한화 약 28조, 추정치)의 시장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234억 달러(한화 약 27조, 추정치)보다 높은 수치며 한국 시장이 기록한 40억 달러(한화 약 4조, 추정치) 보다 약 8배 이상 높은 수치다.
중국게임 시장의 패권국 탈환은 사실 예고된 행보였지만 2009년 무렵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되며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의 ‘2016 글로벌게임산업트랜드보고서’에 명시된 중국 게임 시장 매출 현황(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China Game Publishers Association Publications Committee, 이하 GPC) 발표)에 따르면 2008년 72.5%의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률은 2009년 41.6%로 급감했다. 매출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성장률이 급속도로 둔화되며 위기론이 대두됐던 것이다.
하지만 웹게임 시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마켓 시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성장률과 매출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을 선점했던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텐센트가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EA, 소니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넘어서면서 현재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5억 7천만 명에 달하는 중국 게이머(GPC가 공개한 2016년 중국 게이머 인구 조사자료 기준. 2016년)의 숫자가 지금도 연간 약 5%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패권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세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임 한한령' 중국의 韓 게임 판호 거부, 소문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
게임 산업에 대한 한한령 문제는 지난 3일 한 중국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韩国萨德事件波及游戏 审查版署或拒审韩方相关游戏(한국사드사건이 게임까지 영향 끼쳐… 판호 재심사 및 판호 신청 거부 될 수도 있다)’ 기사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본격화 됐다. 그동안 게임 산업에 대한 중국발 한한령 소식은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실체가 없었기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해당 기사가 보도된 이후 국내의 한 모바일게임 업체가 실제로 계약 과정에서 판호 획득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포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게임포커스가 복수의 중국 업체 관계자, 중국 현지 게임업계의 한국 사업 담당, 한국 내 중국 사업 담당자들과의 복수 확인을 통해 알아본 중국의 한국산 게임 통제는 어느 정도의 선에서는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게임업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판호 통제와 관련한 소식에 대해서는 기업 간의 온도차이가 명확히 존재했다.
영상물, 게임 등 대다수의 문화콘텐츠는 중국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의 허가를 받아야 된다. 지난해 7월 판호 신고제가 허가제로 바뀌면서 한국, 일본 등 외국계 업체들이 받아야 되는 외자 판호의 획득 절차와 처리 기간이 이전보다 길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판호 신고와 관련된 판호 획득 현황을 살펴보면 우려와는 다르게 이미 판호 획득을 했거나 획득 절차를 마무리 지은 업체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즉. 중국 당국의 출시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지긴 했지만 절차만 잘 지켜준다면 큰 문제없이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판호 통제와 관련된 일련의 소문들은 허가제로 바뀌고 첫 한한령 소식이 국내 주요 매체들을 통해 전해졌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내용이 사뭇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중국 관련 기업마다 조금씩 상이하지만 절차를 잘 지키는 것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국산 게임 자체를 전면 금지한다고 알려지고 있는 것.
그렇다면 중국 내 모든 퍼블리셔가 광전총국으로부터 구두 지시를 받아 한국산 게임의 출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일부 대형 퍼블리싱 업체와 중소 퍼블리싱 업체를 대상으로 확인해본 결과 그들 역시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로 그런것(한한령) 때문에 출시거부가 됐거나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확인된 것이 없다”고 답변을 했다.
또한,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는 중국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판호 획득에 대해 광전총국의 차별대우가 있을 수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 중국 게임산업의 한 관계자는 “투명성에서 어긋나고 만약 그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광전총국이 기업 및 단체 혹은 국가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간의 차이를 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 국가 간 외교적 마찰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때
만약 광전총국의 구두 지시가 사실이고 그 지시가 본격적으로 이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앞으로 등장할 국산 게임은 물론이고 이미 서비스 되고 있는 국산게임들에게까지 판호 재심사라는 불똥이 튈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중국계 퍼블리셔들 중 판호 재심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곳은 없었다.
한국 게임업계에 있어서도 가장 큰 시장인 중국 게임 시장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한국기업보다도 더 다급한 기업이 있다. 바로 다수의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중국계 기업이다. 한국과 중국의 외교 마찰이 더욱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서비스하고 있는 한국산 게임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 존재하는 대형엔터테인먼트 기업 및 게임 퍼블리셔 모두 광전총국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원화 하는 원소스멀티유스 방식의 사업전략이 고도화되고 있는 중국계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게임 기업에게 있어 광전총국의 지시는 기업의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마찰이 깊어지면서 판호 획득을 위한 편법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개발사에서는 한국산 게임을 자국(中) 게임처럼 다시 리모델링해 자국 내 기업에게만 부여되는 내자 판호 획득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게임을 통해 큰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중국계 업체 역시 이번 외교 마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 정부의 한한령 통제가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지만 양국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언제든지 중국 정부에 의해 가시화 되고 실체화가 될 수 있는 만큼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서 중국 현지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시장은 언제나 리스크가 큰 시장이었다. 사업적으로 안전을 보장받고 확신을 주는 시장이 아니었다. 그동안 중국은 타국과 외교적 마찰이 있을 때마다 보복성 규제로 상대 국가에게 불이익을 주었다. 중국은 지난 2012년 일본 센가쿠 열도 국유화 마찰과 관련해 일본에도 경제적 보복을 단행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 관광을 금지시키고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을 주도했다. 이로인해 중국 내 일본상점 및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피해도 컸다.
또한, 대만 역시 민진당 총통이 당선된 이후 생겨난 정치적 마찰이 깊어지자 대만 관광을 제한하기도 했다. 사실상 사드를 둘러싼 한국과의 마찰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예고됐던 것.
이러한 중국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기형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게임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한, 현재 중국의 한한령이 정치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인만큼 오래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너무 큰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중국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나 일본, 유럽 등 다른 시장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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