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많이 헤맸지만 도착은 했다

등록일 2017년04월19일 13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시로 마사무네의 위트와 생각이 뒤섞인 그야말로 '사이버펑크' 원작 만화에서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사에 길이 남을 걸작 애니메이션 영화, 그리고 카미야마 켄지의 명작 TV 애니메이션까지. '공각기동대'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은 저마다 다를 것 같다. 지금 시점이라면 '공각기동대 어라이즈'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자에겐 역시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가 먼저 떠오른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블레이드 러너에게 진 빚을 갚았다'는 평가를 받은 오시이표 공각기동대는 원작의 핵심을 간직하면서도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연출, 편집, 사상이 가미된 작품이다. 멋진 액션 연출과 함께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이어지고, 무거운 주제를 그려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잘 짜여진 걸작이었다.

공각기동대에 홀딱 반한 기자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실사영화 3부작('켈베로스', '붉은 안경', '토킹 헤드')부터 '아발론', '입식사열전'까지 따라가게 되었는데... 공각기동대를 정점으로 오시이 감독이 그 뒤 보여준 작품들은 팬,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그런 류의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21세기 들어 나온 카미야마 켄지의 TV시리즈도 훌륭했다. 하지만 최근 공각기동대 어라이즈에 이어 공각기동대 신극장판으로 이어지는,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의 애니메이션들에게선 조금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헐리웃에서 '실사영화'가 나와 큰 기대와 불안을 함께 간직한 채 개봉 당일 극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적자면 스칼렛 요한슨이 열연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원작 헐리웃 영화 중 가장 잘 만든 영화였다. 하지만 원작 만화의 사이버펑크함도 오시이의 고민도 카미야마의 세련됨도 제대로 담지 못해 원작 팬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의 사이버펑크 세계보다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좀 더 가까운 작품이 되었는데, 오시이가 던진 '프로그래밍된 인격이 자아를 가진다면 기계몸에 담긴 인간의 인격과 구분될 수 있는가', '영혼(고스트)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은 사라지고 '로보캅'에 가까운 설정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스토리와 설정이 치밀하진 않아도 봉합하는 데 성공해 설득력 있게 마무리까지 나아가 이야기로서 제대로 마무리가 된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오시이표 공각기동대와 카미야마표 공각기동대의 명장면들을 구현해 냈다는 점에도 팬으로서 가산점을 주고 싶다.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력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원작이나 애니메이션과 설정이 크게 달라 캐릭터를 제대로 세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스칼렛 요한슨은 불안과 혼란을 간직한 캐릭터를 훌륭히 연기해냈다. 영화는 좀 불만족스럽더라도 스칼렛 요한슨이 만들어낸 이 '메이저'가 공각기동대 유니버스(...)의 '쿠사나기 모토코'들과 함께 설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카와이 켄지의 음악이 흘러나올 때는 꽤 감동했다. 10점 만점에 7점 정도를 기본점수로, 여기에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에 대한 가산점을 합쳐 7.5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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