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8월 SNK 플레이모어의 대표 대전 액션 게임 'THE KING OF FIGHTERS' 시리즈 최신작 'THE KING OF FIGHTERS XIV(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V, 이하 킹오파 14)'이 플레이스테이션 4(이하 PS 4) 플랫폼으로 출시 됐다.
초등학생 때 집 앞 구멍가게에 설치된 '킹오파 96'을 시작으로 킹오파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왔지만 킹오파 14는 PS4가 없어 플레이 해보지 못해 아쉬웠다. 그런데 드디어 이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킹오파 14의 스팀 에디션 'THE KING OF FIGHTERS XIV STEAM EDITION'이 PC 버전으로 출시 된 것.
확실히 실망스러웠던 그래픽 수준
이미 많은 유저들이 평가했던 것 처럼 킹오파 14의 그래픽은 동시대 격투 게임과 비교해 많이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철권 7'이 비슷한 시기에 스팀 에디션을 출시했기 때문에 두 게임의 그래픽을 비교하면 너무나 그 간극이 크다.
철권 7은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한 반면 킹오파 14는 자체 엔진을 활용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엔진 수준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 2D 그래픽에서 3D로 넘어 온 횡스크롤 대전 액션 게임들이 렌더링을 최대한 2D에 가깝게 제작해 이질감을 최소화 시키는 것과는 달리 킹오파 14는 렌더링 자체도 3D로 제작하면서 이전 캐릭터들과의 이질감이 생긴 것은 물론 시작부터 3D로 출시된 철권 7의 현재 캐릭터 렌더링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같은 스트레이트 헤어를 표현할 때도 다른 3D 대전 액션 격투 게임이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표현한 것과 달리 킹오파 14의 머리는 강력한 왁스를 바른 것처럼 덩어리져 보였고 또한 필살기를 사용해 라운드를 끝냈을 때 강조를 위해 나오는 아마추어가 만든 것 같은 무지개 배경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역대 킹오파 시리즈의 성공과 실패의 성과가 담긴 킹오파 14
그러나 많이 실망스러운 그래픽과는 별도로 게임성에서 만큼은 역시 킹오파 시리즈 다웠다.
킹오파 시리즈는 킹오파 94를 시작으로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이다. 그만큼 시리즈의 성공과 실패를 하면서 쌓인 데이터와 노하우가 많은 만큼 킹오파 14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게임성을 담아냈다.
먼저 킹오파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다양한 캐릭터는 이번 작에서도 잘 이어졌다. SNK의 또 다른 대표작 '사무라이 스피리츠'의 '나코루루'와 '드래곤 걸'의 '무이무이'와 같은 컬래버레이션 캐릭터 외에도 '슌에이', '메이텐쿤' 등 매력적인 오리지널 신규 캐릭터도 다수 등장한 것.
물론 3D화 되면서 이전 버전과는 이질화 된 부분도 보이긴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을 최대한 살린 캐릭터 설정은 이전부터 각 캐릭터의 팬이 많은 킹오파 시리즈의 차기작 답게 잘 짜여져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제너두'와 '메이텐쿤'.
제너두는 이번 작에서 한국팀의 개그를 담당했던 장거한, 최번개와 함께 악인 팀으로 출전했는데 의미가 불분명한 말을 하거나 혼자 알 수 없는 4차원에 빠진 캐릭터 설정을 보여준다. 이런 특성을 잘 살려 그의 기술도 사람을 아기 안 듯 안았다가 허리를 꺾는다거나 팔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괴상한 공격이 주를 이루었다. 거기에 흰자를 많이 보이고 눈을 크게 뜨는 그의 과도한 표정은 제너두의 4차원 캐릭터 성을 살리는데 한 몫해 꽤나 흥미로웠다.
한편 귀여운 캐릭터 메이텐쿤은 잠이 많은 캐릭터라는 설정으로 시종일관 하품을 하거나 졸고 있는 모션을 많이 보여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강하다는 설정을 가진 외유내강형의 메이텐쿤을 하면서 베개를 던지는 것도 무술이 될 수 있다는 킹오파 14의 설정은 개인적으로 매우 놀라운 부분이었다.
스토리 전개는 다소 아쉬워
다만 기자가 킹오파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높은 만큼 다만 이번 작의 스토리를 푸는 방식은 다소 아쉬웠다. 킹오파 14는 19종의 신규 캐릭터를 추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배경 스토리 전개와 전작에서 애쉬 편의 스토리가 마무리 되고 새로운 스토리의 본격적인 전개를 앞두고 진행되는 프롤로그 성격이 강한 편이다.
그 만큼 신규 캐릭터 혹은 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유저들을 위해 각 팀에 대한 프롤로그 내용이 들어간 짤막한 영상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배경 설명 없이 단순히 '안토노프'가 킹오파를 개최한다는 프롤로그 영상만 있는 점은 아쉬웠다.
그 때문에 20년 넘게 김갑환에게 갱생 훈련을 받던 최번개와 장거한이 어쩌다 제너두와 팀을 이루게 됐는지를 비롯한 팀원 구성에 변화에 대한 스토리 설명도 없고 하는 말이라고는 “버어어어스” 밖에 없는 보스 '버스'가 왜 슌에이의 힘을 끌어 당기는지에 대한 배경 스토리도 너무 부족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많은 스토리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다만, 버스가 온갖 악령이 뭉친 것으로 나타나 '킹오파 97' 스토리 이후 사라진 크리스, 쉘미, 야시로의 부활 가능성과 오로치의 일부 잔재가 보여 다음 스토리에서는 삼신기(쿄, 이오리, 치즈루)가 메인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는 점, 마지막으로 바로 전 시리즈에서 소멸한 것으로 예상됐던 '애쉬'가 돌아올 것처럼 끝낸 스토리는 킹오파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전작들과 비교해 한층 쉬워진 커맨드
이전 시리즈들이 게임의 커맨드나 규칙을 복잡하게 해 실패했던 SNK는 이번 작에서 러쉬 모드와 같은 쉬운 커맨드를 제공한다. 러쉬 모드는 약 펀치 히트 후 약 펀치만 연타해도 자동적으로 콤보가 발동되고 파워 게이지가 채워져 있으면 초 필살기까지 나가는 콤보로 게임을 처음 플레이 해 콤보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도 쉽게 버튼 연타 만으로 킹오파 14만의 액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게임을 처음 하거나 지금 플레이 하는 캐릭터에 익숙치 않은 유저들을 위해 게임 중간에도 각 캐릭터의 커맨드를 확인할 수 있어 콤보가 익숙한 캐릭터 조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 조합의 테스트도 용이해졌다.
스팀 에디션 콘텐츠
스팀을 통해 PC 버전으로 출시된 킹오파 14는 키보드 콘트롤을 지원한다. 사실 이런 격투 게임은 패드로 해야 편하다는 사람이 많지만 기자의 경우 킹오파 97부터 키보드로 플레이했던 만큼 이번에도 키보드로 플레이 하기로 했다.
킹오파 14의 키보드 배치는 한 키보드로 두 명이 플레이 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구성돼 있는 만큼 키보드로 플레이하려면 본 게임 전 키보드 설정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스팀에 최적화 된 업적과 그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 카드와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새로운 킹오파 이미지를 공개하는 '갤러리' 시스템은 마치 초등학생 때 킹오파 카드를 모으던 기억이 생각나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확실히 게임의 첫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킹오파 14의 그래픽은 동시대의 대전 액션 격투 게임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NK가 보유한 킹오파 22년의 경험이 잘 담긴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를 받쳐주는 잘된 한국어 자막 번역은 유저들이 쉽게 게임에 녹아 들도록 도와주고 있다.
겉모습은 화려한 게임성이 떨어지는 과대포장 같은 게임보다 화려하지 않아도 내실 있는 킹오파 14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 만족스러움의 반은 킹오파 96부터 즐겨 온 시리즈 팬심이 반을 차지하겠지만 그 팬심을 망가트리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 많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실제로 명작의 후속작 중 실패한 작품이 많으며 킹오파의 일부 시리즈도 실패한 작품이 많았다).
여기에 이제 겨우 새로운 시즌의 등장 인물 소개만 겨우 끝낸 프롤로그 격의 킹오파 14의 후속작들이 보여 줄 다음 스토리와 SNK가 이후 작품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오래된 팬들의 팬심을 잡고 장르 특성 상 진입 장벽이 높은 대전 격투 게임에 신규 팬을 끌어들일지 기대하며 오늘도 즐겁게 킹오파 14를 즐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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