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기술의 발달로 생활이 편해지면서 기술 발전 이전 시대의 것들은 점차 잊혀져 가고 있다. 이는 게임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실사에 가까워진 3D 그래픽에 익숙해지면서 이전의 2D 도트 이미지 보다는 화려한 3D 그래픽을 선호하고 고전 게임에서나 들을 수 있던 8비트 음악보다는 고음질 음원을 찾게 된 것. 여기에 컴퓨터 기술 발달로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가 등장하면서 호환문제로 이전 운영체제의 게임에서 즐기던 게임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경 속에서도 많은 고전게임 마니아들은 에뮬레이터 등을 비롯한 여러 우회 방법으로 고전 게임을 즐기고 있다. 물론 기자 개인에게도 여러 이유로 오랫동안 즐기지 못했던 고전 게임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프린세스 메이커3'였다.
프린세스 메이커 3는 8년 동안 인간 세상의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 인간이 된 요정 딸을 기르는 게임으로 유저가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하고 어떤 일을 시키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결말을 맞이하는 게임이다. 다양한 엔딩이 준비돼 있는 만큼 엔딩을 수집하는 재미와 딸을 꾸미고 키우는 재미로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프린세스 메이커 3도 90년대 게임인 탓에 현재는 운영체제가 바뀌어 보유하던 CD로는 더 이상 게임을 즐길 수 없어 아쉬운 게임이었다. 하지만 최근 CFK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 듯 스팀을 통해 '프린세스 메이커3(Princess Maker 3: Fairy Tales Come True 이하 프린세스 메이커 3 스팀 에디션)' 출시해 프린세스 메이커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CD를 벗어나 스팀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탄생한 프린세스 메이커 3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랜만에 되살아난 딸 키우기의 추억
CFK가 출시한 프린세스 메이커 3 스팀 에디션은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즐길 수 있는 프린세스 메이커 3이다.
먼저 프린세스 메이커 3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이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친 전작 '프린세스 메이커 2'에서 무사 수행 등의 부가 콘텐츠를 삭제하고 육성 콘텐츠에 치중해 전작보다 초보자 친화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때문에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는 게임이 너무 단조로워 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당시 한국 발매 버전은 한글 자막은 물론 한글 음성 지원으로 사랑스러운 딸의 느낌을 잘 살려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CFK가 스팀을 통해 출시한 프린세스 메이커 3 스팀 에디션은 한글 자막은 지원하지만 음성은 지원하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대신 한국어 자막 번역은 꼼꼼히 돼 있었는데 놀라웠던 점은 이전 CD 버전에서도 프라이드로 번역한 'Pride' 스탯이 자신감으로 번역돼 있던 것이다.
스탯부터 이벤트 대사까지 꼼꼼하게 된 한국어 번역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10대 때 프린세스 메이커 3를 하면서 느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공략이 없어 이 정도면 공주가 되겠지 싶어서 올렸던 스탯인데 이상하게 왕비가 된 기억이나 선생님을 노렸으나 지력을 너무 높여 왕궁학자가 된 기억 등이 그것이다.
더 신기했던 것은 선생님을 만들려다 스탯 조절에 실패해 왕궁학자가 된 것은 이번 스팀 에디션에서도 그대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혹시 내 딸의 교육 방법은 10년 넘게 한결 같았던 것인가'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하며 오랜만에 추억 여행도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존 한국어 번역판과 다른 점
물론 10년 이상의 공백이 존재하는 만큼 기존 한국어 번역판과 이번 프린세스 메이커 3 스팀 에디션에는 여러 차이가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한국어 음성이 없는 것은 물론 한국 정서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이전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삭제됐던 일부 콘텐츠가 이번 스팀 에디션에서는 추가된 것이다.
먼저 아버지와 결혼한다는 파격적인 설정 때문에 국내 정서 상 삭제 됐던 '5월의 신부'는 이번 스팀 에디션이 글로벌 서비스인 만큼 완벽하게 구현됐다. 일부 국내 버전에서 구현은 했지만 대사를 효심 가득한 딸의 대사로 바꾸는 묘수를 부렸던 5월의 신부 엔딩이 이번 스팀 에디션에서는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번역한 것.
엔딩 이미지 버그로 인해 삭제됐던 '고양이 프린세스'도 이번 스팀 에디션에서는 정상적으로 구현돼 있어 이전 버전에서 고양이 프린세스 엔딩을 보지 못해 아쉬웠던 유저였다면 이번 스팀에디션을 플레이 해볼 것을 추천한다.
아쉬운 버그들
아무래도 고전 게임을 스팀을 통해 서비스하다 보니 이번 프린세스 메이커 3 스팀 에디션에는 크고 작은 버그가 많았다.
우선 프린세스 메이커 3 스팀 에디션은 기본적으로 창 모드로 실행하는데 이를 최대 화면으로 키우면 게임이 느려지고 심하면 멈추기도 해 되도록이면 창 모드로 즐겨야 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한 일부 한국어 자막의 글씨가 깨져 알 수 없는 한자가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어 별거 아닌 이벤트 대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신경 쓰였다.
하지만 가장 큰 버그는 스팀과 연동하면서 추가된 도전과제에서 발생했다. 프린세스 메이커 3는 딸의 성장, 아르바이트, 엔딩 등 다양한 분야의 총 119개의 스팀 도전과제가 존재한다. 도전과제는 해당 미션을 클리어 해야 발생하는 퀘스트와 비슷한 존재인데 내가 클리어 한 미션과는 완전히 다른 엉뚱한 도전 과제가 해결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인 '프린세스' 도전 과제가 이유도 없이 뿅하고 완료됐다는 팝업을 보는 순간 기자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본의 아니게 진로가 정해진 딸은 프린세스가 아닌 '토끼 프린세스'가 됐다).
특히 그 중에서도 현재 버그 때문에 해금되지 않는 일부 도전 과제도 있어 엔딩 만큼이나 유저들에게 큰 수집 욕구를 주는 이와 관련된 버그가 조속히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실제로 게임을 즐겨 본 결과 이번에 출시된 프린세스 메이커 3 스팀 에디션은 완벽한 한국어 번역으로 유저들의 추억을 살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플랫폼을 스팀으로 정하면서 밸브가 망하지 않는 이상 게임을 언제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운영체제의 변화로 게임을 즐길 수 없었던 유저들에게는 두 손들고 환영할 만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저들의 목표 달성의 재미를 반감 시키는 도전 과제 버그 등은 빠른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전작 '프린세스 메이커 2'의 스팀 에디션도 서비스 약 한 달만에 패치를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는 만큼 이후 패치로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줄 내 딸의 모습을 기대하며 이번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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