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레고를 가지고 놀면서 딱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레고가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블록들의 조합으로 세상 어떤 물건이라도 만들 수 있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정말 아쉬웠다.
비단 기자만 그런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아닌 듯 싶다. 레고는 지난 1998년 '마인드 스톰'이라는 움직이는 레고를 출시했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이 모델은 프로그래밍을 통해 로봇을 직접 만들 수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과 프로그래밍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2017년 11월 1일, 어린이 대상 코딩 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레고가 '마인드 스톰'에서 쌓은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움직이는 레고 '레고 부스트'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어플을 통해 코딩을 하여 레고를 조작할 수 있으며 기존 '마인드 스톰' 시리즈의 반절 정도의 가격에 높은 호환성으로 사전 예약 판매 물량인 400대를 모두 완판하는 기록도 세웠다.
초반부터 레고 매니아들과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레고 부스트', 코딩의 'ㅋ'자도 모르는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았다. 그런데 이 제품, 어째 아이들 교육용보다는 어른들이 더 좋아할 법한 물건이다.
하나의 제품으로 5가지, 또는 그 이상을
'레고 부스트'는 하나의 제품으로 '프랭키', '기타 4000', '버니', '조립기계', 'M.T.R.4' 5가지 모델을 모두 즐길 수 있다. 가장 핵심 부품이 되는 메인보드를 기준으로 2개의 모터와 센서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놀이 방법이 무궁무진한 것이 '레고 부스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고양이 '프랭키'는 센서를 통해 사람이 지나가면 소리를 내고 등을 쓰다듬거나 배를 보이게 뒤집을 때도 반응을 보이는 등 실제 고양이처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기타 4000'의 경우 코딩을 통해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화려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조립기계'의 경우 영화에서나 볼 법한 로봇 공장을 실제로 재현해볼 수 있었다. 멀티툴 로버인 'M.T.R.4'의 경우 불도저처럼 주변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들어올리는 것 이외에도 미사일을 발사하여 목표를 맞추는 등의 놀이도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로봇 '버니'는 '레고 부스트'의 모든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면 인사를 하고, 360도로 돌면서 춤도 추게 할 수있다. 사람이 내는 소리에 반응하기도 하며 장애물을 피하는 등의 정교한 행동도 가능하기 때문에 응용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레고 부스트' 제품을 이용해서는 위의 5가지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여기에 레고답게 높은 범용성을 자랑하는 것이 '레고 부스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에 있는 레고 부품들과도 100%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레고 제품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다른 모델들도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부품만 충분하다면 외형이 다른 로봇이나 움직이는 R2D2, 호랑이나 다른 차량들도 만들어볼 수 있다. 기자도 시연 현장에서 '레고 부스트'를 만지면서 끊임없이 '이걸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기존 레고의 프로모션인 닌자고 시리즈를 '레고 부스트'와 호환을 고려하여 만들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활용폭이 늘어날 전망이다.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코딩
코딩은 커녕 컴퓨터의 복잡한 개념과도 담을 쌓고 살아왔던 기자지만 '레고 부스트'의 코딩에는 쉽게 적응하고 또 다양한 명령들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나(크리스마스 시즌에 사용가능) 태블릿에 별도의 어플을 다운 받은 이후 어플 내에서 간단하게 코딩을 만들 수 있다. 코딩 화면의 UI가 굉장히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 없이도 금세 복잡한 명령도 만들 수 있었다.
시작 명령을 정하고, 여기에 뒤따르는 명령들을 터치 후 옮겨서 뒤에 붙이기만하면 된다. 해당 행동을 반복하고 싶다면 반복 명령 아이콘을 명령들 위에 덮어씌우기만 하면 된다. 간단하게 숫자만 바꾸는 것으로도 동작의 크기나 소리의 크기, 회전하는 정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쉽게 적응하고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간단하게 코딩이 가능하지만 명령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놀이가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명령 중에는 수동 조작도 가능하며 수동 조작 와중에도 설정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레이싱 경주를 하거나 로봇으로 대결을 하기 등 놀거리가 끝이 없다.
조립 설명서도 굉장히 친절하다. '레고 부스트'는 기존 레고 제품들과 달리 별도의 앱에 설명서가 들어있다. 조립의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며코딩의 경우 과제를 부여하여 단계별로 '레고 부스트'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혹시나 아이들을 위해 사줬지만 너무 어려워서 방치될 까봐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믿고 사는 레고, 이번에는 기대 이상을 보여주다
기본적인 조립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3시간이며 여기에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60개 정도의 미션을 전부 수행하다 보면 20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19만 9천 9백 원으로 마냥 저렴하지만은 않은 비용이지만 그 값을 충분히 하는 제품이라고 느껴졌다.
전자기기를 구매할 때 금세 신제품이나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와 구형 모델이 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레고는 당분간 상위 버전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 없으며 지금의 '레고 부스트'와 호환이 가능한 제품 출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안심하고 제품을 구입해도 될 듯 싶다.
또한 앱을 통해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지 보수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지닌다.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앱 업데이트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르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시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레고 부스트'가 눈에 아른거렸다. 항상 만족을 가져다 주는 레고가 이번에는 그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기존 레고 제품들의 높은 호환성과 범용성을 바탕으로 정해진 놀이 방식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들의 코딩 교육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어째 어른들이 더 좋아하고 자주 만질 법한 물건이 나왔다. 만약 아이를 둔 아빠라면 올 겨울, 아이들 코딩 교육을 핑계삼아 아내에게 살며시 구매의사를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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