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수 많은 일상물 웹툰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의 리스트를 만든다면 가스파드의 '선천적 얼간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작가 특유의 선이 굵은 그림체와 각종 인터넷의 유명한 사진들을 활용한 패러디, 정말 이런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의 에피소드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 최근에는 네이버 웹툰에서 시즌1의 재연재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작품이다.
통칭 '레전드' 작품인 '선천적 얼간이들'이 최근 자사 플랫폼에 연재되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만드는 네이버 웹툰의 행보와 만나 모바일게임 '선천적 얼간이들 with NAVER WEBTOON'이 탄생했다.
작가의 다른 연재작 '전자오락수호대' 역시 최근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되었지만 원작 반영 측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게임으로 만들어진 작품 '선천적 얼간이들'은 게임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일상 개그물이었기 때문에 원작의 요소들을 어떻게 게임에 녹여낼 것인지에 대해 출시 이전부터 기대가 많았다.
과연 이번 게임은 원작의 팬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선천적 얼간이들 with NAVER WEBTOON'을 플레이 해 봤다.
겉은 바삭, 속은 퍽퍽하다
게임에서 맨 처음 만나는 로비 디자인은 원작의 굵은 선의 느낌을 잘 살린 느낌이다. 원작에서 주로 사용하던 밝은 톤의 색을 유지하는 한편, 각 폰트들의 크기와 굵기도 적당하여 가시성이 매우 높다. 보통 모바일 게임의 로비 화면이 여러 메뉴 항목들로 인해 지저분해 보이는 것과 달리,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그러나 인 게임 그래픽은 로비와 다소 괴리감이 있기 때문에 좋은 인상도 금방 식어버린다. 원작의 매력 중 하나인 동글동글하면서도 시원하게 뻗은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은 온데간데 없이, 저렴한 개발 툴로 만든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진 3D 도트형 캐릭터들이 기자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을 반겨준다. 작가의 오너 캐릭터이자 주인공인 '가스파드'의 동글동글한 머리는 네모난 모습으로 바뀌어 있으며, 다른 캐릭터들의 외형에서도 원작의 느낌을 찾기는 어려웠다.
상점에서는 원작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의 의상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스킨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인 게임 그래픽이 원작의 그림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매 의사를 자극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기자에게 '선천적 얼간이들 with NAVER WEBTOON'의 첫인상은 정말 맛있어 보이는 치킨을 한 입 뜯어먹었을 때, 겉은 바삭바삭하게 튀겨졌지만 속은 제대로 익지 않은 그런 실망감이었다.
깊이가 없는 게임, 목적성이 없다
'선천적 얼간이들 with NAVER WEBTOON'은 탑뷰 슈팅 게임이다. 게임 모드는 개인전, 팀 전, 레이드와 좀비전 4가지로 나뉘며 현재는 개인전과 팀 전만 플레이할 수 있는 상황. 개인전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방에서 다른 유저들을 모두 쓰러트리는 데스 매치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팀전 역시 팀으로 나눠 대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개인전 모드의 깊이가 얕아 별다른 목적성이 없다는 점이다. 한번 만들어진 방에는 끊임없이 유저들이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끝이 없는 싸움이 이어진다. 열심히 상대를 죽이다가 체력이 부족해 나도 죽게 되면 킬 수에 따라 레벨이 오르고, 대기 시간이 끝나면 다시 게임에 투입되는 방식이다.
또한 개인전과 팀 전 모두 같은 맵을 사용하고 있으며, 맵의 크기도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에 몇 게임 즐기고 나면 금세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더 높은 킬 수를 올린다고 해서 게임 내에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며, 체력 회복 수단도 게임 내에서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게임이 길어질수록 먼저 입장했던 유저가 점점 불리해진다.
결국 끝이 없는 게임 흐름에 더 먼저 게임에 입장한 유저의 체력이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과 적은 체력 회복 수단으로 인해 몇 번 킬 수를 올리고 그냥 죽음을 택하는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죽음에도 별다른 패널티가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전투에 있어서도 아무런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 게임 자체가 단순해 깊이가 얕아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게임 자체에 아무런 목적성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지갑 전사와 무과금 유저 사이의 장벽
결국 아무런 목적도 없이 먼저 입장한 유저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무기 강화에 있다. 무기는 랜덤 박스의 개념인 택배 상자를 통해서 획득할 수 있으며, 이미 소지한 무기의 경우 강화를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무기를 강화할 경우 공격력 등 각종 옵션들이 상승하기 때문에 남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한 무기를 지니고 있다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택배 상자의 경우 일정 레벨을 달성할 경우 획득할 수 있으며, 매일 주어지는 보급 상자를 통해서도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택배 상자는 게임 내에서 따로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많은 양의 돈을 투자한 유저와 레벨 보상과 일일 보상에서만 택배 상자를 구할 수 있는 유저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개인전 매칭 방식도 랭킹 시스템이 없이 개설된 방에 유저들을 무작위로 매칭시키기 때문에 소위 이야기하는 '지갑 전사'들이 무과금 유저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경우도 많다. “억울하면 결제하라”는 말이 가장 잘 통하는 게임의 구조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리 IP가 강력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게임의 재미
강력한 원작 IP의 힘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명 웹툰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 역시 자사 웹툰 IP를 활용한 게임들을 다수 출시하고 있지만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3월 기준 가장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 게임의 순위는 50위권이며, 유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선천적 얼간이들 with NAVER WEBTOON' 역시 원작 IP의 힘만을 믿고 게임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로비 디자인까지는 좋았지만, 정작 인게임 그래픽에서는 원작의 매력이 많이 죽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전투에서는 게임의 깊이가 얕고 목적성과 성취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IP를 사용하더라도 결국 유저들을 꾸준히 붙잡고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것은 게임 본연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출시하는 게임마다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IP만 믿기보다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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