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환영하고 싶지 않은 리마스터, '데빌 메이 크라이 HD 콜렉션'

등록일 2018년03월21일 09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리마스터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명작 게임들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출시되고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후속작을 내는 것 보다는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없고, 유저 입장에서는 과거를 수놓았던 명작 게임들을 현 세대, 또는 높은 사양의 PC로 즐길 수 있어 선호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리마스터의 좋은 예는 '스타크래프트'가 아닐까 싶다. '스타크래프트'의 리마스터 버전은 출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고 완성도도 뛰어났다. 물론 십 수년 동안 봐왔던 것과 달라진 그래픽 때문에 약간의 이질감은 있었지만, 게임에 대한 예우와 팬 서비스에 유저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와 유사하게, (물론 저의는 알 수 없지만) 블리자드가 수 년간 방치했던 '워크래프트3'의 밸런스를 조정하기 시작하자 리마스터설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것도 과거 명작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그래픽으로 즐기고픈 팬들의 바람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기자 또한 '워크래프트3' 래더를 즐겨 했고, 지금도 종종 해외에서 진행되는 컵 단위 리그를 보면서 '해피' 선수의 놀라운 컨트롤에 감탄하곤 한다. 때문에 '워크래프트3' 리마스터 버전을 바라 마지않는다.

환영 받지 못한 '리마스터'
하지만 이러한 리마스터 작업이 마냥 유저들의 환영을 받는 것만은 아니다.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경우 게임 보유자에 한해 리마스터 버전을 무료로 제공했는데, 각종 버그와 최적화 문제, 그리고 유저 한글화가 적용되지 않는 등 오점을 남기면서 혹평을 받았다. 당시 '워터 쇼크'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지금 봐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 그래픽이기에 사실상 리마스터가 필요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개인적 생각은 여전하다.


리마스터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기대감을 얼마나 충족시켜 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스타크래프트'처럼 완벽에 가깝다면 호평을, '바이오쇼크'처럼 버그투성이인 반쪽짜리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악평을 받는다. 그렇다면 국내외에 수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데빌 메이 크라이'의 리마스터 버전, 'HD 콜렉션'은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환영하고 싶지 않은 'HD콜렉션'
개인적으로 시리즈 총합 3천 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갖고 있을 정도로 시리즈의 열혈 팬이라 자부하는 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 'HD 콜렉션'에 대해 좋은 소리를 하지 못할 것 같다.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의 기원이자 전설인 이 타이틀에 대한 '리스펙트'는 기자의 마음 속에 늘 남아있지만, 이번 'HD 콜렉션'의 출시를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귀환이라고 포장하거나 '캡콤이 주는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HD 콜렉션'의 의의를 굳이 찾아보자면 PS4 등 현세대 기기에서 1과 3SE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정도밖에는 없다. 올해 발매된 'HD 콜렉션'은 지난 2012년 PS3, XBOX 360 버전으로 출시됐던 합본을 단순히 PS4, XBOX ONE, PC로 이식해 재 출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요소는 찾아볼 수 없고, 인게임과 CG 영상들은 16:9 비율로 만들어져 있지만 옵션 메뉴나 결과 화면 등 일부 게임 화면들은 여전히 4:3 비율로 되어있어 이질감을 불러 일으키고 일관성이 없다.

텍스쳐는 발매 당시보다는 당연히 향상됐지만(1편 기준으로 무려 17년이 흘렀으니) 현세대 기종으로 플레이 하기에는 상당히 퀄리티가 낮다. 특히 CG 영상들은 텍스쳐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깍두기' 현상이 심한 편이어서 눈이 아플 정도다.

사실 번역이 그리 크게 필요한 작품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국내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국어 번역이 이루어졌냐면 그것도 아니다. 3SE 기준으로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의 자막은 지원하지만 한국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한국어 번역의 여부로 게임 구매를 결정하는 유저들도 많은 만큼, 그야말로 '무성의'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액션 게임계의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망치지 않았으면
물론 게임의 내적인 문제는 없다. '마스터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액션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3편의 단테는 무기와 입을 자유자재로 놀리며 적들을 농락하고, 버질의 멋지고 차가운 '시크함'도 그대로 살아있다. 1편의 단테가 목소리를 삑사리(?)내며 처절하게 울부짖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여건이 되지 않아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2편을 제외하면) 추천하고 싶은 매력적인 게임이다.


문제는 캡콤의 저의다. 혹자는 4SE 출시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는 정식 넘버링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오히려 반대로 계획이 없기 때문에 '시체 팔이'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진실은 캡콤만이 알겠지만, 시리즈의 팬인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월드'는 완벽하게 환골탈태하며 '일본 내수용 게임'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PS4와 타이틀은 연일 품절 사태를 이어가고 있다. '북두와 같이' 등 기대작들이 출시되면서 다소 꺾이긴 했지만, 콘솔 시장이 그리 크지 않은 국내에서조차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리즈에 대한 예우를 조금이라도 갖출 생각이 있다면, 그리고 팬들을 생각한다면 캡콤은 '데빌 메이 크라이'를 이렇게 내버려두면 안 될 것이다.


최근 카미야 히데키가 “우리가 '데빌 메이 크라이1'을 리메이크 한다면 놀라운(amazing) 핵앤슬래시 액션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SNS에 게재하면서 이목을 끈 일이 있다. 물론 카미야 히데키가 캡콤을 떠난 지는 오래 되었고 그가 맡은 '데빌 메이 크라이 1' 이후에는 다른 PD들이 개발을 진두지휘 했다. 하지만 시리즈의 팬인 입장에서 카미야 히데키의 이러한 발언은 마치 캡콤의 현재 기조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데빌 메이 크라이'는 액션 게임을 논할 때 늘 언급되는 시리즈 아니던가.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를 정립한 '마스터피스'를 더 이상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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