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전장의 발큐리아 4' 재미있는 시스템, 그러나 조금 실망스러운 스토리

등록일 2018년04월20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3월 21일 한글판이 정식 출시된 '전장의 발큐리아 4'를 클리어했다.

걸작이었던 1편에 비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실망을 안겼던 시리즈가 1편의 시스템과 화풍으로 돌아온다고 해 큰 기대를 품고 플레이했다. 결론부터 적자면 게임의 구조, 전투시스템은 여전히 좋았고 화풍도 좋았지만 스토리는 실망스러웠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장의 발큐리아 4는 2차 세계대전의 유럽 전선을 연상시키는 세력구도, 전쟁양상에서 갈리아 출신의 주인공 부대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전쟁의 참혹상, 전체적인 전략 구도 등이 그려지진 않고 주인공 부대인 'E소대'의 활극에 초점이 맞춰진다.

게임의 몇 가지 요소들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본다.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기사 협력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그래픽
시리즈 전통의 캔버스 시스템은 건재하다. 캔버스에 그림으로 그려둔 듯한 그래픽, 시스템으로 게임 자체가 수첩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첩의 삽화라고 생각하면 꽤 어울리는 화풍이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능을 십분 발휘한 그래픽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게임에 잘 맞고 개성적이다. 1편에 꽂혀서 플레이스테이션3을 구입했던 기자로서는 불평할 구석이 없는 그래픽이었다.

스토리
게임 전체 스토리는 이미 연대표로 확인이 가능하며, 주인공의 수첩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가며 사건들을 추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인 스토리와 별개로 단원 각각의 서브이벤트가 있으나 약간의 활극과 전투만 존재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스토리가 최대 장점이 되어야 할 게임인데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전쟁의 잔혹함이나 거대한 스케일을 재현하지 않고 소대 하나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전쟁을 다루는 익숙한 방식이며 그러한 방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거부감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몇 안되는 주인공이 전투의 흐름을 좌우하고 전쟁 양상보다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이 부각되고, 주인공 소대가 마지막에는 전쟁 그 자체가 되어 마지막 선택과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그 선택의 당위성을 논하기에 앞서 전체 스토리 자체가 '전쟁이야기'라기보다는 '청춘활극'이라는걸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전투
1편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고 척탄병 병과 하나만 추가되었다고 평가해도 될 것 같다. 소대장은 오더로 전황을 좌우할 수 있으며, 함선에서의 포격지원같은 추가요소도 있긴 하다.

직접지휘 시스템으로 리더가 소규모의 인원을 데리고 기동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들어있으며 전장의 특징으로 눈보라나 안개와 같은 환경요소가 존재한다. 이런 환경요소는 대개 이를 이용한 은신/잠입 미션과 연계된다.

메인스토리만 진행하여도 전장이 30개를 훌쩍 넘어가는 볼륨으로 충분한 걸 넘어 후반으로 가면 약간 질리는 플레이어도 많을 것 같다. 특히 단순히 적 거점을 점령하는 전격전 전투가 반복되는 부분에서는 기자도 피로를 느꼈다.


전투 결과에서는 소요된 턴 수에 따라 평가를 받는데, 이 시스템 때문에 머리를 쓰고 느긋하게 맵을 공략하기보다는 장갑차에 병력을 태워 전장을 가로질러 정찰병이 돌격 후 적들 사이에서 점령하고 끝내는 식의 전투 스타일을 자주 반복하게 된다.

전장에 배치된 여러 기믹들을 이용하고 적 배치를 고려해서 오더를 내리고 인원구성과 장비구성을 고민하는 전투 자체의 재미는 매우 완성도 높고 호평할 만 했다. 결국 모든 병과가 다 필요하고 모든 병과의 특성을 잘 알아야 게임의 원활한 클리어가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점은 칭찬할 만 하다.

전투 중 캐릭터가 쓰러지면 3턴의 유예가 주어지는데, 아군이 접촉하면 위생병이 부상자를 데리고 후방대기 시키지만 적군이 먼저 접촉하거나 3턴이 지나면 캐릭터가 정말로 사망하며 되살릴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특수 대사가 존재하고, 캐릭터의 유품을 입수할 수 있으며 게임 엔딩에서도 E소대에서 활약한 대원들의 명부를 보여줄 때 명부에서 생존이 아닌 전사로 표시된다. 세이브/로드를 하지 않고 제약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라면 꽤 스릴넘치는 전투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병종 리뷰
플레이하기 전에는 전작들에서 활용 빈도가 높던 정찰병이 4편에서는 너프될 거라 예상했다. 끝내고 보니 여전히 정찰병이 핵심인 건 변함없지만 다양한 병종을 활용하도록 맵디자인을 잘 해서 다양한 병종을 두루 쓰게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정찰병은 AP가 높아 이동거리가 길고 적 턴에 적을 감지하여 반격하는 시야각이 넓다.(270도 정도) 사거리는 350~ 정도로 길고 숨은 적을 발견하는 부가기능이 있으며, 방어가 낮고 회피가 높다.

플레이하다 보면 정찰병 리더가 직접지휘로 척탄병이나 저격병을 데리고 이동해서 위치를 잡는 상황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특성이랄까.

돌격병은 시야각이 좁고 사거리도 200전후에서 형성되나 공격력이 높고 방어도도 무난하게 높은 편이다. 근접해서 공격하면 거의 모든 보병을 다 처리할 수 있으며, 화염방사기를 장착한 시점부터는 웅크린 적도 범위공격으로 한번에 처리 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한 공격수가 되어준다.


대전차병은 방어가 매우 높고 폭발내성이 있다. AP가 낮은것이 흠이지만 전차를 처리해야 하는 맵에서는 여전히 필수적인 존재이다.

대전차창이 나온 경우 광역데미지로 거점에 웅크린 적 보병을 싹 처리 가능한데다 척탄병의 포격데미지에 거의 면역수준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점령이 가능해서 중후반 결전병기로 활약하게 된다.

지원병은 정찰병과 같은 무기를 쓰지만 HP, AP, 회피 수치가 모두 낮다. 시야각과 감지기능도 낮게 설정되어 있다. 사다리 수리, 방벽 수리, 지뢰 제거, 회복(회복량이 높음), 차량수리, 잔탄보충 등 전방위에서 활약하는 클래스로 공격 면에서는 거의 쓸모없는 수준이지만 한명정도 꼭 운용하게 되는 직군이었다.

저격병은 1000 이상의 거리의 적을 조준해서 헤드샷을 노릴 수 있는 클래스로 방어 능력치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해당 병과를 필수로 써야 하는 맵도 존재하지만 해당 맵 이외에 필수로 써야하는 부분은 없어 리더인 카이만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신규클래스인 척탄병은 박격포를 쏘아올리는 병종으로, 600 정도의 사거리로 고저차와 장애물을 극복가능한 점이 포인트. 신규 참전 병과로 확실히 밀어주고 있는 것이 보이는 병종이었다. 히로인의 병과이기도 하며 4명 이상을 한 맵에서 동시운용하는 상황도 나오게 된다.

그렇다 보니 적병으로 나왔을 때에는 가장 짜증나는 병과이기도 했는데, 대전차병을 제외한 모두가 척탄병의 타격에 심각한 피해를 받으며 전차 이동 사이에 척탄병의 범위에 들어가면 요격을 받은 전차가 멈추는 상황이 나오곤 했다.

총평
블리츠 시스템은 단순 격자형 턴제 전략게임보다 고민할거리를 잔뜩 안겨주면서 전략게임의 재미를 충분히 만끽하게 해 주었다.

다만 전투평가가 턴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빠른 클리어를 노리는 돌격 전략 일변도로 흐르게 되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맵 모양만 바뀌었을 뿐 장갑차에 탑승하고 포화를 무시하고 달려가서 점령하는 작업만 반복하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요인.

메인스토리가 중반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진행되나 후반부 전개는 사람에 따라 혹평할 만한 부분이 꽤 많다. 전쟁 배경의 게임에 기대했던 스토리와는 동떨어진 전개를 보고 있자니 이 모든 스토리가 다 한편의 연극이고 전쟁 소재 연극에서 청춘연애물을 연기하는 것을 지켜본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소대가 전쟁의 잔혹함에 망가져가는 묘사가 있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전개일지도 모르나 주인공은 어떤 암울한 상황에서도 완벽한 작전을 세우고 돌파해 나가며 정신론만을 강조하는데 그것이 모두 적중하여 상황을 반전시키는 패턴이 견기디 힘든 수준이었다.


전투만 놓고 보면 충분히 재미있으나 스토리 전개가 너무 아쉬웠다고 정리하면 될 것 같다. 인물 묘사가 평면적이고 스토리에서 주로 다루는 갈등에 대해서도 공감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후반부에서는 '일본 작품이 다 이렇지...'라는 생각으로 무심의 마음가짐으로 나아갔다.

진행 도중에는 '갓겜'이라고 칭송했지만 끝내고 보니 나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했지만 강하게 추천하기엔 조금 미흡한 작품으로 느낌이 바뀌었다. 이 시스템으로 다른 게임이 나온다면 다시 플레이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PF평점: 7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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