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3일 중국은 자부심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일을 겪었다. 바로 고속철도 충돌사고다. 당시 중국은 일본의 신칸센을 따라잡았다며, 자신들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높은 안정성, 세계 고속철도 수송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신칸센에 비유를 할 만큼 중국의 고속철도는 상징성이 담긴 국책사업이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일본을 누르고 지난 해 경제대국 2위로 올라선 국력을 입증할 기회였다.
이번 사고에 대해 중국은 최초 벼락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결정났으며, 결국 철도 당국에 의해 신호설비 결함, 관제부실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내실(內實)'은 다지지 않은 채 발전만 거듭하다 보니 이러한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 31일 폐막한 '차이나조이 2011' 역시 고속철도 사고와 다르지 않다.
중국은 '차이나조이 2011'을 통해 다시 한 번 발전한 온라인게임 개발력을 뽐냈다. 텐센트의 자체 개발작 '투전신'을 비롯해 스네일게임의 '구음진경', Yingpei Games의 '글로벌 커맨드' 등 자체엔진 및 언리얼 엔진 등 다량의 게임들이 선보였다.
과거 저퀄리티의 2D 게임만 개발하던 중국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웹게임부터 스포츠, 캐주얼, FPS, MMORPG 등 중국은 이미 다방면의 온라인게임 장르를 섭렵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놀랄만큼 뛰어난 퀄리티의 게임을 보유했다.
지난 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2009년 대비 25% 상승한 50억 달러(약 5조 4,3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 4조 7,471억 원을 기록해 중국보다 약 7,000억 원 뒤쳐졌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시장점유율도 과거에 비해 감소한 30%대로 약 6억 달러(한화 약 6300억원) 수준의 흑자를 내고 있다. 이는 자국 게임 보호 정책에 대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중국 게임의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저평가를 받고, '차이나조이 2011' 게임쇼가 국제 게임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차이나조이 2011'에는 신작들도 다수 선보였지만, 게임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게임쇼는 외관상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각 게임사는 부스를 통해 게임을 적극 홍보하기 보다는 수십 명부터 백 명이 넘는 부스걸을 대거 고용하며 외관 치장하기에 급급했다.
시연 부스 역시 소수에 불과했으며 부스걸 역시 사진 촬영 등 이벤트를 위해서만 존재했을 뿐 관람객들이 게임을 시연하는데 도움을 주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수 많은 부스걸을 촬영하기 위한 인파를 고려해 업체들은 이동경로도 확보하지 않아 관람객들의 이동에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굉음(轟音)'을 방불케 하는 부스 별 소음은 마치 '행사장에 오래 머무르지 말고 나가라'는 소리로 들렸다.
위생 및 보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2009년 신종플루가 퍼지자 위생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니 올 해 유럽에 이어 아시아 지역까지 퍼지고 있는 슈퍼 박테리아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행사장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으며 오물도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또한 올 해 1월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폭탄테러로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보안을 강화하는 듯 했으나 6개월이 지난 현재는 행사장에서 사소한 라이터 한 개도 검색을 놓칠 만큼 허술함을 드러냈다. '짝퉁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나라답게 '디아블로', '아이온', '닌텐도 Wii' 등을 따라한 게임들도 '차이나조이 2011'에 나왔다. 다른 나라 관람객들이 이 것들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염려되지는 않았는지 심히 의문이다.
게임쇼가 단지 '게임'을 보여준다라고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중국은 이러한 태도로는 더 이상 게임쇼를 개최해서는 안된다. 게임쇼가 게임쇼 답기 위해서는 관람객들이 충분히 게임쇼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양질의 콘텐츠가 조성되어야 한다. 게임쇼는 그 나라의 게임 개발력을 보여주는 척도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게임을 관람하기 위한 아무런 것도 마련되지 않은 채, 게다가 게임쇼의 메인인 게임 조차 타국의 유명 게임들과 유사하다고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게임쇼가 발전할 수는 없다.
다른 나라에 비교해 더 나은 게임 개발력을 가진 게임이라고 선보인 것도, 세계최대의 게임쇼라고 개막한 '차이나조이 2011'도 결국 신칸센보다 나은 기술력을 가졌다며 내놓은 고속철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 이후 최대사건에 대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보다 가장 큰 이슈로 꼽았다. 10년 전 일어난 일을 최근 사건보다 더 평가한 것이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한 계기인 WTO 가입을 가장 큰 사건으로 꼽은 만큼 중국은 '성장'을 큰 자부심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고속철도 사건으로 통해 내실의 발전도 중요함을 깨달았다. '차이나조이'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게임쇼를 위해, 게임쇼 다운 게임쇼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중국은 다시 한 번 차이나조이를 돌아봐야 한다. 이대로 가서는 매년 늘어가는 참가국 수, 관람객 수는 의미 없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