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오버히트'로 일본 시장에서 자사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오버히트'는 일본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양대마켓에서 매출 TOP10에 진입한 것은 물론 기존 '히트'가 기록했던 일본 매출순위 9위를 넘어 7위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오랫동안 일본 시장 공략에 힘써온 넥슨 타이틀 중 최고 기록.
'오버히트' 일본 버전을 플레이해보면 한국에 출시된 기존 '오버히트'와는 크게 달라진 별개의 게임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오버히트' 알파 버전이 완성될 즈음부터 일본 버전을 병행 개발해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게임으로 완성한 넷게임즈의 철저한 준비가 통했다고 풀이해야 할 것 같다.
넷게임즈에서 '오버히트' 일본 버전 개발을 지휘한 건 윤인성 프로듀서(PD)다.
아마 국내 게이머들에게 윤인성이라는 이름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겐 '아~' 싶을 것 같기도 한데...
윤 PD는 전설적 온라인게임(?) '요구르팅' 기획팀장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개발자다. 그 뒤 엔씨소프트에 합류해 8년 가량 몇 개의 MMORPG를 만들었지만 결국 출시까지는 가지 못한 채 엔씨를 떠나게 됐다.
그 뒤에는 넷게임즈 창립 멤버로 합류해 PC MMORPG를 준비하다 '히트' 기획팀 부팀장을 맡았지만 출시 전 회사를 떠나 다른 모바일게임 개발에 참여한 뒤 2017년 초 다시 넷게임즈로 돌아와 '오버히트' 일본 버전을 준비해 왔다.
대규모 자원 투입된 '오버히트' 일본판, 회사와 퍼블리셔 이해 있었기에 가능
윤인성 PD는 먼저 '요구르팅' 이후 긴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론칭하는 경험을 다시 하게된 데 대해 "좋긴 좋은데 긴장도 많이 된다"며 "오랜만에 긴장 상태가 되니 피곤하기도 하지만 기분은 좋다. 게임을 만들어 못 내는 것보다는 당연히 내는 게 좋다. 게임을 내야 만드는 재미가 나는 것 아니겠나"라며 밝게 웃었다.
기자는 지난해 중엽 윤인성 PD가 중심이 되어 '오버히트' 일본 버전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일본어가 가능하고 일본 게임, 문화에 친숙하고 해박한 개발자들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에 기대해 온 터라, 일본 버전 개발팀을 꾸리게 된 계기와 규모 등을 물어봤다.
"제가 했다기보다는 대표님이 생각을 확고히 갖고 계시던 부분이다. '히트'가 일본 유저들에게 사랑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일본 유저들에게 접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다.
일본에 강하게 푸시하기 위해 개발팀을 새로 꾸려 게임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것에 대해 대표님의 의지가 강했기에 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보통은 중간에 질러놓은 것이 많아도 대개 브레이크가 좀 걸리는 법인데 우리 대표님이나 넥슨에서 그런 부분에 지원을 굉장히 잘 해줬다. 좋은 환경에서 일한 것 같고 개발 기간은 조금 짧았나 싶지만 다른 쪽으로는 지원이 충분했던 것 같다"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와 넥슨 모두 윤 PD와 '오버히트' 일본 버전 개발팀을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이야기. '오버히트' 일본팀은 기획, 아트 인력이 다수를 이룸에도 30여명 규모로 왠만한 모바일게임 전체 개발팀 이상의 규모로 꾸려졌는데, 이 역시 박 대표의 의지와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윤 PD는 "일본팀은 기획, 프로그래밍, UI 인력으로 구성했다"며 "아트는 한국 버전에서 리소스를 받아 쓰고 2D 리소스는 외주로 처리한 부분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오버히트' 일본 버전은 무엇보다 스토리가 완전히 새로 쓰여졌고, 캐릭터 설정, 디자인도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대사는 일본 작가에게 맡겼다고.
"2017년 3월 제가 합류한 시점에서 '오버히트'의 알파버전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때 알파버전을 플레이해 보니 스토리가 들어있긴 한데 플레이하며 받은 느낌이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 묘사가 한국적이더라.
일본 유저들이 받아들이고 플레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부 고쳐서 가야 하나 싹 다 바꿔야 하나 고민이 있었다. 우리가 일반적인 다른 게임사와 같이 했다면 로컬라이즈에서 자원이 한정되어 타협을 해야 했겠지만 다행히 넷게임즈에서는 대표님이나 넥슨의 지원이 굉장히 좋아서 싹 갈아엎자는 판단이 가능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스토리 쓰는 분들을 모셔와서 같이 일했고 최종적으로 스토리, 세계관은 한국에서 잡았지만 대사는 일본에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넥슨에서 일본 현지 라이터(업체)를 구해줘서 현지인의 시각에서 작성을 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규모로 로컬 버전 개발이 된 것 같다. 일반적으론 조금 고쳐서 출시할텐데..."
윤인성 PD의 설명이다.
일본 전용 캐릭터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사실 기자도 '오버히트' 일본 버전을 플레이하며 좋은 의미로 일본게임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일본의 모에 문화를 나름의 해석을 거쳐 흉내낸 것이 아닌 진짜 일본에서 만든 게임 같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윤 PD는 "한다고 했지만 한계는 좀 있는 것 같다. 한국 사람이 일본 문화를 안다고 해도 아무래도 차이가 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일본 사람들과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느꼈다. 넥슨 재팬의 PD님이나 대사를 담당한 업체분들과 이야기해 보니 원하는 것의 세부 디테일이 많이 다른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버히트' 출발부터 한국 버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오버히트' 일본 버전은 향후 업데이트 등에서도 다른 길을 갈 예정이다. 일본 전용 캐릭터도 매달 하나씩은 출시할 계획이다.
"'오버히트'가 캐릭터 수집 게임인만큼 캐릭터 하나하나의 가치를 더 높이고 싶었다. 스토리, 설정, 밸런스, 시스템 모든 면에서 캐릭터 하나하나의 비중을 어떻게 좀 더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유저들과 일본 유저들의 취향이 좀 나뉘는 것 같긴 하다. 한국 유저들은 캐릭터 하나보다는 전체적인 면에, 스토리도 캐릭터보다는 서사쪽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 유저들은 캐릭터에 집중하는 성향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의 비중을 좀 더 늘리는 쪽으로 개발방향을 잡았다.
일본 버전에는 속성이 추가되었는데 국내에는 싫어하는 유저가 더 많을 것이다. 일본 유저들에게서도 반발이 없진 않다. 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의 비중을 높이고 좀 더 많은 캐릭터를 살아나게 하려면 선택해야 하는 방향성이었던 것 같다. 현재로서는 반발도 좀 있고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일본 전용 캐릭터는 캐릭터 스톡이 충분해서 월 하나 이상 내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본다. 팀 세팅을 작년 3월에 시작해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건 여름쯤인데 일본용 캐릭터를 계속 준비는 하고 있었다. 아트팀에서 열심히 일을 해 줬다.
양쪽 국가 캐릭터를 별개로 만들어야 했는데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은 출시한 게임의 업데이트가 되지만 일본은 출시도 안 한 게임의 캐릭터를 몇달이나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충분한 분량의 캐릭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캐릭터를 어느 정도 빈도로 어떻게 선보이는 게 좋은가를 고민중인 단계다. 초반 반응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해야할 것 같다. 너무 자주 내보내면 피로할 것 같고 너무 안나가면 심심할 테니 말이다.
일본 전용 캐릭터는 잘 나온 게 꽤 있다고 생각한다. 공개하면 반응이 어떨까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IP 없이 일본시장에서 성공하기, IP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오버히트'의 흥행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 최근 일본 시장에서 IP 기반 없이 성공한 게임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몇 년을 통틀어 봐도 '그랑블루판타지', '시노앨리스' 정도 외에는 IP 없이 성공한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 게 일본시장이다.
윤 PD는 그런 일본시장에 IP 기반 없는 게임을 출시하는 데 대한 부담도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당연히 부담이 있었다. 캐릭터, 스토리가 IP 기반이 있고 없고는 수용하는 면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다행히 대표님의 이해가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에 비해 개발에 과잉투자가 이뤄진 것에 가깝다. 텍스트 량,성우 녹음 등 많은 면에서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자원이 투입되었다.
여기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의 자원이 투입된 것으로 IP 없는 게임을 성공시키려면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넥슨과 대표님에게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는 '오버히트'를 IP로 만든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투자를 했다.
최근 살펴보면 사이게임즈의 '그랑블루판타지'가 IP 없이 성공했는데, 과정을 보면 새로운 IP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엄청난 투자가 된 게임이었다. 일본 시장에서 IP 기반 없이 성공하려면 IP를 새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자원을 부어넣을 각오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운도 따랐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자원을 투입할 여력도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이해가 대표와 또 퍼블리셔에게 있어야 하는데 이게 다 갖춰졌다. 로컬 버전에 이 정도 자원이 투입된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다"
IP 기반 없는 게임이 성공하려면 자체로 IP가 되겠다는 각오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맞는 말이지만 리스크가 너무 큰 선택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윤 PD의 말대로 일반적으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런 선택을 했더라도 성공하는 건 극히 일부로 한정될 것이다.
'오버히트'도 단순히 자원 투입만으로 성공한 건 아닐 것이다. 일본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개발역량이 투입되었고 그게 일본 유저들에게 통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역시 그림이 제일 잘 먹힌 것 같다. '오버히트' 일본 버전의 일러스트가 정말 잘 뽑혔다. 일본에서 승부할 때 그림은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제가 기획자 출신으로 PD까지 되었지만 제일 중요한 건 그림과 마케팅 아닐까 싶다.(웃음)
사실 넷게임즈에 다시 합류할까 말까에 대해 이야기나누던 작년 2~3월에도 '오버히트' 알파버전의 그래픽 등을 확인하고 이정도면 어떻게든 물건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합류를 결정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픽이 일단 넷게임즈의 강점인 것 같다. '히트'도 알파버전을 보고 '이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알파버전을 보고 '이건 된다'고 삘이 오면 그 뒤의 이야기는 스무스하게 진행된다.
'이 그림이 있는데 나머지가 안되겠냐'라는 거다.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진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먼저 그래픽에 올인한 것에 가깝고 그래서 다른 쪽에서 좀 손해보는 면도 있긴 하다. 용량이 커지고 사양이 높아지는 것 등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최고의 그래픽을 갖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가진 큰 메리트다.
한국의 3D 그래픽 수준은 정말 많이 발전했고 이제 한국에서 '오버히트'는 시장에서 바라는 눈높이를 충족은 하지만 압도적 그래픽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일본은 3D 그래픽이 덜 올라온 상태로 저사양 휴대폰이나 IP에 기대는 면이 강하다. 우리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지른 것에 가까운데 그래픽에 투자한 건 결실을 본 것 같다. 이제부터는 그래픽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이 통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그쪽에 계속 투자를 하고 싶다.
Re:제로, 던전밥 콜라보레이션 하고 싶어
윤인성 PD는 게임업계에서 덕력이 높다고 잘 알려진 개발자. 개발팀에도 역시 덕력이 높은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데... 일본에 게임을 출시한 이상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들과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개발팀 내에서의 열망이 크지 않을까.
윤 PD는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라는 기자님의 압박이 느껴진다.(*) 사실 저도 좋아하는 작품으로 꼭 했으면 좋겠다"며 "반농담처럼 던전밥'과 콜라보레이션하고 싶다는 말은 자주 해왔다. 던전밥도 꼭 콜라보레이션을 하고싶은 작품이다.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인데 넥슨이 잘 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 기자가 일본 흥행을 축하하는 의미로 윤 PD에게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포스터를 선물했다. 일본에서 구해온 비매품 포스터로 개인 소장품을 선물한 것.
윤 PD는 마지막으로 '오버히트'가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새로운 IP를 만들자는 각오로 준비한 게임이다. 일본 유저들이 오래오래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제가 옛날에 참여한 '요구르팅'이 망한 뒤에도 사랑해주는 분을 가끔 발견하면 고마운 마음이 크게 든다. 상업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이들에겐 이렇게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기억에 남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오버히트도 많은 분이 오래 기억하고 즐겨주는 게임이 되면 좋겠다. 개발 방향도 그렇게 가져갈 생각이다. 오버히트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사랑받는 게임이 되자는 것이 목표이다"
'요구르팅'으로부터 10여년만에 자신이 만든 게임을 출시하는 데 성공한(?) 윤인성 PD의 바람대로 '오버히트'가 일본에서 롱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초반 분위기만 보면 그의 바람이 허황된 꿈은 아닌 것 같은데... 넥슨의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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