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하 BIC)'이 1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인디 게임 '스파이 파티'를 개발한 데피니션 식스의 크리스 해커 대표가 BIC에 참석해 '게임디자인으로 보는 행운과 경청'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스파이 파티'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파티 현장에 잠입한 스파이와 그를 찾기 위해 건물 밖에서 대기 중인 스나이퍼의 심리전을 다룬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스파이 또는 스나이퍼가 되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스파이는 스나이퍼에게 들키지 않고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스나이퍼는 많은 NPC 사이에서 스파이를 찾아내 그를 사살해야 한다. 게임은 특유의 심리전을 통해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 크리스 해커 대표는 게임 내 시스템이 제작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이용돼도 게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내용을 전했다.
그는 먼저 인디게임의 개발 방식인 '바텀 업(Bottom-up)'에 대해 소개했다. 일반적인 대형 게임(AAA급 게임)의 경우 게임의 전체적인 틀을 짜고 게임을 개발하는 것과 달리,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개발이 가능한 인디게임의 경우 작은 부분에서부터 게임을 쌓아 올려가는 '바텀 업' 방식의 개발이 가능하다.
이어 그는 게임 내 시스템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스파이 파티'에서 스파이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는 다양한 임무들을 수행해야 한다. 임무 중에서는 파티에 참석한 NPC를 '유혹'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NPC를 보다 빠르게 유혹할 수 있다. 반대로 타이밍에 맞추지 않고 버튼을 누르게 되면 NPC는 바로 그 자리를 떠나 유혹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이 타이밍 시스템을 역으로 이용한 것. 제한된 시간 내에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것이 실패로 여겨지던 것과 달리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나이퍼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혹'에 실패하는 전략이 만들어졌다.
캐릭터의 이동 속도 역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다. 게임 내 등장하는 '대사(ambassador)' 캐릭터의 경우, 긴 드레스를 입고 있다는 설정에 맞춰 게임 내 캐릭터 중 가장 느린 이동 속도를 가지고 있다. 게임 내 임무 중에는 지정된 상대에게 도청 장치를 붙이는 것이 있는데,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최대한 빨리 대상을 지나치며 도청장치를 붙이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러나 스나이퍼 역할을 맡은 유저들이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 스파이를 찾아내자 가장 느린 이동속도를 지닌 '대사' 캐릭터를 통해 느린 이동 속도로 의심을 받지 않게 된 것.
크리스 해커는 이에 대해 "게임 내 시스템이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유저들의 새로운 게임 플레이 방식으로 이용된다"라며 "이런 현상을 시스템 상의 버그로 보고 수정할 수 있었지만, 유저들의 즐거움을 위해 시스템을 계속 이용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그는 유저들의 피드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피드백은 무료로 다른 사람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타인의 피드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게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스파이 파티'의 경우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으며 지속적으로 유저들을 위해 새로운 요소를 추가할 수 있다. 게임 개발을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좋은 게임을 위한 요소. 그는 빠른 시간 내에 게임을 완성하기보다는 보다 오랜 시간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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