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출시 초기 인기가 높다가 모종의 이유로 낮아진 다음, 재차 인기를 끌어올리는 것을 보고 ‘역주행 했다’고 표현하곤 한다. 이러한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 다름 아닌 넥슨의 ‘카트라이더’일 것이다.
‘카트라이더’는 별다른 수식이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국민 게임’이자, 올해로 서비스 15주년을 맞이한 넥슨을 대표하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다. 서비스 초기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함께 즐기기 좋은 게임으로 조명 받으면서 PC방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후 타 장르의 인기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아쉽게도 설 곳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카트라이더’는 말 그대로 ‘역주행’을 보여줬다. ‘도검’ 테마 업데이트와 ‘GOD’ 업데이트를 선보이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꾸준히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기에 대회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활약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카트라이더’는 과거 2000년대 초반 전성기 시절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됐다. 특히 최근 개최된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 1’ 결승전 현장에는 1,600명의 팬들이 운집했고, 온라인 스트리밍에는 6만 6천여 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역주행의 이유에 대해 넥슨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카트라이더’의 PM을 담당하고 있는 넥슨 김동현 PM 파트장이 ‘NDC 2019’ 현장에서 차트 역주행의 비법을 공개했다. 김동현 PM 파트장은 2018년 ‘카트라이더’의 상승세를 서비스를 관리하는 PM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끌어 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서비스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는지 강연했다.
'국민 게임' 타이틀을 빼앗긴 '카트라이더', '세컨드게임' 전략으로 도약의 발판 마련
'카트라이더'는 출시 초기만 하더라도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하면 경쟁작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메이저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상위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보였던 대규모 업데이트 또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표가 오히려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김 PM 파트장은 "내가 '카트라이더' 팀으로 옮겨온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아직도 '카트라이더'가 서비스를 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 PM 파트장은 먼저 유저들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그 결과 대부분 '카트라이더' 유저들은 게임이 너무 어렵다며 불만을 표했다. 더욱 정확한 진단을 위해 그는 'SWOT' 분석으로 '카트라이더'를 살펴봤다.
'카트라이더'의 장점은 생각 외로 많았다. 인지도가 높고 요구 사양과 용량이 낮아 접근성도 높았다. 또한 15년 동안 서비스되며 쌓인 데이터와 게임 내 시스템들도 장점으로 분류되었다. 여기에 준비된 내부 프로세스를 통한 빠른 대응도 가능했다.
하지만 유저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약점도 존재했다. 김 PM 파트장은 "커뮤니티를 자주 둘러보는 편인데, 유저들이 'PC방에서 게임을 할 때 창피하다'는 이야기를 봤다. '초딩 게임'이라는 인식도 여전히 있었다"며 "이러한 유저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유저들이 플레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 외에도 김 PM 파트장은 대규모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시간이 부족한 점도 약점으로 꼽았다. 연 단위 계획으로 게임이 개발되는데, 갑자기 필요해진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도 있었다. 게임 순위는 고착화되어 있었고, '카트라이더'와 포지션이 겹쳐지는 게임은 없었다. 김 PM 파트장은 "언제든 기회만 온다면 상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협 요소도 없다고 판단했다. 캐주얼 레이싱 게임에서는 '카트라이더'가 가장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15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들을 파악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유저 수는 많지만 매일 접속하는 유저는 적었다. 주 3회 접속하는 유저가 가장 많았지만, 매일 접속하는 유저는 10% 미만에 불과했다. 또 실질적으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매우 적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PC방 평균 30분대를 유지했는데, 심지어 10분 미만을 기록한 유저 수도 많았다. 여기에 다른 게임의 점검 시간에 접속자 수가 15~20% 가량 상승하는 등 교차 이용자 수가 높게 나타났다.
김 PM 파트장은 "짬을 내어 조금씩 즐길 수 있는 '세컨드 게임'으로 포지셔닝했다. 지속적으로 게임에 접속하도록 모바일처럼 유저 이탈을 최소화하여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패치와 이슈 메이킹 그리고 유저와의 '양방향 소통'
이어 2018년 하반기에는 패치와 이슈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이어갔다. 김 PM 파트장은 "패치는 유저들과 소통하기에 좋고, 또 지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유저 입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문제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루 여섯 시간씩 매일 게임을 플레이하며 배웠고, PM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 바로 유저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는 것이었다. 아이템을 획득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새로이 복귀 했을때 너무 복잡했다는 것. 이에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여 패치를 진행하며 '하고 싶은 게임'이 되도록 노력했다.
특히 패치를 주 단위로 선보이면서 복잡한 이벤트는 과감히 빼고 간소화해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매주마다 새로운 아이템을 보상으로 제공하고, 보상을 최소 5배 이상 높였다.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도 조금만 플레이하면 '카트라이더'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상 수준을 변경했고, 유저들의 반응도 좋게 나타났다.
하지만 갈 길이 멀었다.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시간이 부족해 기존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이벤트가 필요한 상황. 김 PM 파트장은 실질적인 매출과 연결되는 '매출 이벤트'는 단 10% 이하의 유저만이 참여하는 반면, 다른 이벤트는 절반 이상의 유저들이 참여하는 것에 집중했다. 매출 이벤트를 과감히 무료로 변경하고, 유저들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유저들의 반응과 만족도는 긍정적으로 변했고, 재접속율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유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PM 파트장은 이슈 메이킹을 노렸다. 홈페이지에 접속을 유도하고 검색어 순위를 상승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각종 장치를 만들었고, 기존 유저들을 PC방에서 접속하도록 유도해 이를 보고 새로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유저들과 엇박자가 나는 커뮤니케이션도 개선했다. 밤새도록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고, 유저들과의 소통 공간도 늘렸다. 쉽고 친근한 이미지로 유저들에게 다가가고자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였다. 이에 '카트라이더' 라이브를 담당하는 조재윤 팀장이 유저들 사이에서 '빛재윤'이라 불리우는 등 게임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김 PM 파트장은 "몇 달 동안 게임만을 생각하며 달렸다. 지표가 상승하니 즐거웠고, 유저들과 소통하는 것도 즐거웠다. 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니 기분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인플루언서의 활약과 뜻하지 않은 행운 '로스트아크' 대기열
이 외에도 '카트라이더' 대회의 대표 스타플레이어인 문호준 선수를 중심으로 한 인플루언서들의 활약도 '카트라이더' 이미지 재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카트라이더' 특유의 보는 재미가 널리 퍼졌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문호준 선수의 개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초기 매우 적었지만,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46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3개월 만에 6~7배 가량 상승한 것으로, 그만큼 '카트라이더'의 지표 또한 함께 상승했다.
여기에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대기열 이슈가 그것이다. '로스트아크'의 서비스 초기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PC방으로 향했지만 대기열이 심해 접속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기열을 기다리는 동안 할 게임을 찾던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카트라이더'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이는 '카트라이더'의 '세컨드 게임'이라는 전략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결과 '카트라이더'는 지난해 동기간 평균 대비 주간 4배, 일간 8배에 달할 정도로 지표가 크게 올랐다. 김 PM 파트장은 "출시 초기 황금기에 근접할 정도로 수치가 상승했다. 또 유저들의 인식과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등 재조명을 받았다"며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 1' 결승전 이후 눈물이 났다. 성승헌 캐스터의 말처럼, 넥슨아레나 1층 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카트라이더'는 '세컨드 게임' 전략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다. 유저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것들도 준비할 것"이라며 "모든 라이브 게임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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