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활용한 지역 사회 발전 방안과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논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6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 9간담회실에서 게임융합정책 토론회 '제 11회 게이미피케이션오픈포럼 - 지역을 살리는 게이미피케이션 정책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과 조응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단법인 게이미피케이션포럼이 공동 주최한 것으로, 최근 도시재생이나 스마트시티 등 지역 경제 발전에 활용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성공 사례와 국내 현황 및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지자체의 게이미피케이션 이해도 아직 부족해, 기업들이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사고와 메커니즘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의 흥미를 자극해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2018년 '대구 이펀'과 함께 진행된 '대구 도심 RPG'가 대표적인 사례.
특히 최근에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지자체가 체육센터 이용 횟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의 게이미피케이션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이 국내 게이미피케이션의 현주소다.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는 블루클라우드 권선주 대표는 "하드웨어는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예산까지 준비해서 야심차게 게이미피케이션 활용안을 제시하지만 운영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그렇게 많이 필요하느냐'라는 이야기를 한다. 아직은 지자체에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한동승 교수 역시 지자체가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게임을 즐긴 세대들이 성장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한 지역 활성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지만, 결국 이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결정자들 대부분이 5060 세대다"라며 "개발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를 해야하는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조민성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대표들이 움직여야 바람직한 게이미피케이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은 게이미피케이션을 하나의 단기 프로젝트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대부분 실패를 겪고 나면 게이미피케이션을 포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오랜 기간 지속하는 것이다"라며 "과거 CRM이나 SCM이 성행하던 당시 기업 총수가 움직여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게이미피케이션도 기업 리더들이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게임과 非게임 중간에 위치한 게이미피케이션, 규제 혁신도 필요하다
법무법인 린/테크엔로의 구태언 변호사는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에 사로잡힌 게임산업진흥법이 게이미피케이션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
문제는 게임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게임이 아닌 게이미피케이션 어플들도 게임의 범주에 포함되어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 구태언 변호사는 "사행성 게임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게임산업진흥법이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있다"라며 "과기부의 연간 예산 20조 원 중 게임에 투입되는 비중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뭐든지 게임에 연결되기만 하면 R&D 예산이 나오지 않는데, 게이미피케이션 등 게임 융합 콘텐츠를 분리시켜 투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능성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젬볼로의 오준원 대표 역시 관련 법령의 한계에 대해 공감했다. 보드게임은 매년 대회가 진행되며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등 시장의 규모가 점차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게임산업법에 보드게임은 포함되지 않은 상태. 그렇기에 기능성 보드게임에 대한 지원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오준원 대표는 "교과서의 내용을 게임으로 표현한 교육용 보드게임처럼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보드게임과 관련된 게이미피케이션 아이디어가 지역 발전에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과거에는 불신에 기반한 규제가 보편적이었다면 이제는 신뢰에 기반한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라며 "좋은 기능을 하는 게임까지 규제하는 게임산업진흥법을 없애고 사행성 게임의 처리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시민에게 게임을 돌려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게이미피케이션 발목 붙잡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편견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편,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이용 장애'를 국제질병분류코드 11차 개정안(ICD-11)'에 질병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하면서 게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아직 대중에게 게임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기만 한 상황. 특히 게임과 비 게임의 경계선에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산업도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권선주 대표는 실무 환경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실감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게임'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순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 보건기관에서 '기능성 게임'보다는 'G 러닝'이라는 이름을 선호하거나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자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 대표는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고급스럽지 않다는 것은 업계인으로서 기분 나쁘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 대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업계의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권선주 대표는 "나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하지만 온갖 혐오적인 발언이 가득한 채팅 때문에 불쾌함을 느낀 경험이 많다"라며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자녀가 게임을 오래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게임에서 나쁜 단어를 배우는 것이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동승 교수는 "질병 코드 문제는 뉴 미디어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항이나 저항으로 보인다"라며 "아직 국내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모범 사례가 없는 만큼, 다양한 사례들을 발굴하고 실패의 이유를 점검하는 등의 연구를 통해 긍정적인 인식을 전파해야 한다"라며 "게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 활동에 침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게임인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김정태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게임의 불편한 부분을 부각시켜 질병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며 "여기에 기능성 게임, 보드 게임, 게임 융합 콘텐츠 등 게임 관련 콘텐츠 기업들이 어깨를 필 날이 와야한다. 게이미피케이션 산업 진흥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계명대학교 게임모바일공학과 임충재 교수,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조민성 회장,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김정태 교수가 각각 게이미피케이션의 성공 사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활용 방안, 지역 화폐 및 도시재생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포럼에 앞서 환영사를 전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이미 실생활에 응용되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생활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는 증거다"라며 "그러나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게임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게임 산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게이미피케이션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면 게이미피케이션은 지역경제까지 살릴 수 있는 등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도 국회 차원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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