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하는 목적과 재미를 부여하는 것이 게임 스토리의 역할"
모든 콘텐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이야기, 즉 스토리다. 영화와 소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절대다수가 스토리가 중심이 된다.
스토리를 통해 독자나 관객은 단순한 유희부터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겪는 희노애락(喜怒哀樂)과 철학, 종교, 세계, 사회 등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요소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이러한 흐름은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수많은 미디어의 집합체인 게임에서는 그래픽으로 대표되는 기술력이나 참신한 게임성도 주목을 받지만, 게임을 평가함에 있어 늘 빠지지 않는 것이 다름 아닌 스토리다. 그래픽이 좋지 않더라도, 뛰어난 스토리를 플레이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임들은 명작으로 칭송을 받곤 한다.
게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과 스토리가 만나 강력한 힘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수많은 스토리텔링 중심의 게임들이 꽃을 피웠다. 초기에는 '슈퍼마리오'와 같이 매우 단순하지만 납득하기 쉽고 몰입도가 높은 스토리가 각광 받았다. 하지만 점차 스토리 사이의 인과관계를 이어주는 플롯과 기술의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연출이 더해지면서 '하프라이프'나 '바이오쇼크', '위쳐 3', '투 더 문' 등 뛰어난 스토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연출을 갖춘 게임들이 속속 등장했다. 말 그대로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게임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트랜스 미디어와 IP 확장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러한 게임 스토리의 강력함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스토리가 게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게임의 스토리와 관련된 적극적인 R&D나 시나리오 공모전 등의 인재 발굴이 다소 미흡한 상황.
이런 가운데 컴투스가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게임문학상을 다시금 선보이면서 게임에서의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해 되짚어보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해 '컴투스 게임문학상 2018'을 선보이면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작가들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올해 초에는 스토리 게임 전문 개발사 데이세븐을 인수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이러한 컴투스의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2019년도 게임문학상 작품 응모가 현재 진행중인 가운데, 게임포커스가 김혜현 차석, 함완식 선임, 이병하 사원까지 컴투스의 게임문학상을 이끌어가고 있는 '삼총사'를 만났다. 과연 컴투스가 게임문학상을 선보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게임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터뷰이 프로필
김혜현 차석
소속: 컴투스 개발운영실 센트럴 시나리오 파트
담당 업무: 프로젝트 별 스토리(세계관, 플레이 시나리오 등) 설정 지원, 사내 배포용 스토리 콘텐츠 제작, 게임문학상 기획 및 진행 등.
그 외 경력 사항: 게임 기획 16년 경력 보유. 액토즈소프트, 엠게임, 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 등 다수의 게임사에서 근무.
함완식 선임
소속: 위와 같음.
담당 업무: 위와 같음.
그 외 경력 사항: 웹툰 '우리는 초밥왕을 꿈꾼다' 스토리 작가. 애니메이션 '샤이닝 스타' 시나리오 참여.
이병하 사원
소속: 위와 같음.
담당 업무: 위와 같음.
그 외 경력사항: 2012 제3회 NHN 게임문학상 대상 수상, 2013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본선 진출, 2014 제1회 에스콰이어 문학상 우수상 수상.
컴투스가 타 게임사에 이어 다시 게임문학상을 선보이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1회 게임문학상 당시 반응은 어땠나
콘텐츠 시장에서 스토리가 갖는 의미는 당연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미디어 프랜차이즈,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같은 IP 확장 이슈들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게임 업계들도 스토리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글로벌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모바일 게임 기업으로서 컴투스 역시 많이 고민을 해왔고, 그 결과 양질의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갈, 참신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일환으로 컴투스 글로벌 게임문학상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난 1회 게임문학상 당시, 사라졌던 게임 스토리 공모전이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에 반가워하는 분들이 많았고 짧은 접수 기간에도 불구하고 300여 편의 응모작이 접수될 만큼 호응도 좋았던 것 같다.
작품들을 회사 차원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특히 앞서 1회 수상작들을 실제 게임이나 콘텐츠화 중인 사례가 있나
작년 수상작들의 경우 유명 일러스트 작가인 '도밍'과의 협업을 통해 수상작 별 삽화와 표지 일러스트를 제작하고 2018 수상 작품집으로 엮어 출간했다. 올해도 전년과 동일하게 수상 작품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상 작품을 근간으로 한 게임 제작도 검토하고 있으며, 수상자들이 이번 공모전을 통해 역량 있는 창작자로 거듭날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육성 및 지원 혜택을 마련할 계획이다.
게임에서의 스토리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그래픽, 게임성, 음악 등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플레이 과정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부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고, 게임 콘텐츠 안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이 역할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어들이 스토리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어떤 게임의 경우는 영웅들의 오리지널 스토리나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개할 때마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그 내용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회자하거나 논란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레이어들이 많다는 방증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이나 수필 등 순수 문학과 게임 시나리오, 원천 스토리와의 차이점이 있을까? 또 인기 미디어 중 하나인 영화 시나리오와 게임 시나리오의 차이점이 있다면
순수 문학과 게임의 스토리 혹은 시나리오가 결을 달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걸 표현하고 녹여내는 방식이나 관점 등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능동적인 콘텐츠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게임의 시스템을 통해 녹여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목적 또는 플레이하는 과정에 재미를 부여하는 게 게임 스토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게임문학상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향후 심사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간단히 설명한다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작품이 주는 재미, 완성도, 참신함, 콘텐츠화 혹은 게임화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심사할 계획이다.
이 외에 올해 실제로 게임문학상에 응모를 하는 작가들에게 팁이 있다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에 맞춰 작품의 로그 라인을 작성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글을 써 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어린 마법사가 11살이 되던 해에 마법학교에서 자신의 진정한 가족이 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부활한 사악한 마법사와 맞서 싸운다"와 같이 간단하게 정리가 가능해야 한다.
이것이 매우 당연하게 보이지만, 심플한 로그 라인으로 정리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꽤 많다. 목적 없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내거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작품 전체의 방향성이 흔들린 경우도 많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를 항상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모 주제가 지난해보다 하나 더 늘어났는데, 게임 시나리오 부문이 별도로 신설된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는 더욱 다양한 창작 인재들을 발굴하고 지원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응모 부문을 확대했다. 특히 이번 응모 부문 확대는 컴투스와 최근 자회사가 된 데이세븐과의 협업을 통해 마련된 것이다.
데이세븐은 '일진에게 찍혔을 때', '기억조작 톡' 등 우수한 스토리 게임 IP들을 보유한 회사로, 컴투스와 데이세븐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게임 및 콘텐츠 산업에서 스토리 창작자의 중요성을 알리고 육성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게임문학상에 응모하는 작가들이 주로 선호하는 장르나 소재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장르나 소재가 왜 인기를 끈다고 생각하나
작년의 경우 '판타지' 장르의 비중이 컸다. 판타지가 게임에서 가장 통용되는 장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상상력을 펼치는 데 있어 제약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기 있는 소재나 장르를 선택하는 것은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에 띄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본, 또는 영향을 받은 게임, 소설, 영화 등의 미디어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
김: 최근에 인상 깊게 본 책이 있는데, 소설은 아니고 '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라는 에세이다. 원래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플랫폼이나 장르는 다르지만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공감 가거나 '아!' 하고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뭔가를 더하는 작업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할 수 있지만, 빼는 작업은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문장이 깊이 와 닿았다.
함: 애니메이션 '망상대리인'을 꼽고 싶다. 유명 캐릭터 디자이너가 '소년 배트'라 불리는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도시 전역에 '소년 배트'에 대한 도시 괴담이 퍼져나가 형사들이 그 괴담의 정체를 파헤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현실과 망상이 계속 뒤섞이는 특유의 연출들이 매력적이었고, 작품이 가진 주제 의식이나 그걸 전달하는 방법이 매우 세련된 작품이라 좋아한다.
이: 나는 게임 '다크 소울' 시리즈를 소개하고 싶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 불친절한 스토리텔링, 어려운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플레이하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다. '슈퍼 패미컴' 이후로 오랜만에 컨트롤러를 집어 던질 뻔한 충동을 일으키게 한 게임이라 인상적이었다.
기존에 존재하는 정통 문학상과 게임문학상의 차별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작가들이 게임문학상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컴투스의 글로벌 게임문학상은 이미 완성된 작품이 아닌, 확장 가능성을 가진 이야기라는 측면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게임문학상의 슬로건이 '창작자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이지 않나. 이 슬로건에는 좋은 작품을 찾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전 가능성을 지닌 역량 있는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들을 육성 및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공모전의 취지를 담고 있다. 단순히 상금 수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콘텐츠 창작자나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여러 특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상 이후의 저작권 문제가 작가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곤혹스러울 것 같다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이나 수상한 작품의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다. 컴투스나 데이세븐이 2차 저작물을 개발하게 되면 이와 관련해서 수상자와 별도의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창작자들에게 저작권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게임문학상 수상 시 컴투스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특전이 주어지는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관련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
형식적인 인턴십 프로그램이 아닌 전문가들로부터 생생한 현장 경험과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역량 강화 커리큘럼들을 준비할 계획이다. 게임이 제작되는 과정과 스토리 창작자가 필요로 하는 실무 기술을 습득하고, 게임 회사의 조직 문화도 체험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인턴십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지난해 첫 게임문학상을 통해 실제로 컴투스, 또는 데이세븐에 입사한 케이스도 있나
작년 수상자 대부분이 학생들이었기 때문인지 아직 컴투스에 입사 지원을 한 사례가 없었다. 혹여 언젠가 동료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를 지향하는 작가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야 할지 조언해 주신다면
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고 나 자신을 향한 잔소리이기도 한데, 경험에 인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서, 수다, 게임 플레이, 여행, 영화 보기, 전시회나 공연 관람, 운동 등 내가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결국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경험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 최대한 많은 걸 접하고 소비자로서의 경험과 감정을 쌓아 가길 바란다.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창작자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 편견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또 게임의 스토리는 혼자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와의 협업 능력이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 외에도 그걸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설득할 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이오쇼크'를 플레이하다가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내가 만드는 스토리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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