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의 대표 축구게임 시리즈 'FIFA' 시리즈가 10년만에 한국어화 출시됐다. 오래된 시리즈이고 축구게임이라는 기본적으로 축구를 잘 모르는 유저에겐 허들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장르의 게임이지만 이번 신작 'FIFA20'은 그런 허들을 낮춰줄 'VOLTA' 모드를 탑재해 축구게임 입문작으로 손색이 없는 타이틀이었다.
시리즈 전통의 FUT(FIFA 얼티밋 팀) 모드가 여전히 게임의 중심에 있고 여기에 오래전 FIFA를 즐겼던 게이머들이 기억할 평범하게 시합을 즐기는 클래식 피파도 즐길 수 있고, 이번에 추가된 풋살 VOLTA 모드까지 즐길거리가 다양해지고 축구게임에 대한 이해도, 축구에 대한 애정도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해 뒀다.
FIFA20을 플레이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봤다.
기사작성: 이혁진 기자
리뷰 원안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리뷰어는 사실 야구팬이다. 90분 동안 열심히 게임을 지켜봐야 하는, 매 순간 긴장해야 하는 축구보다 투수가 피칭을 하고 타격 후 수비까지의 시퀀스를 보고 잠시 쉬고 다음 걸 보는, 중간중간 화장실에 가거나 뭐 좀 집어먹어도 되는(즉 중계를 보며 딴짓하기 좋은) 야구를 선호한다.
야구는 누가 잘못했고 잘했고를 따져서 욕하기도 편한 게임이고, 리뷰어가 축구는 군대에서만 해본 고통의 기억만 가진 사람인 탓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오프사이드 룰 하나 아는 정도로 지내긴 싫어서 매년 9월이면 위닝을 켜고 '올해는 CPU를 이겨서 제대로 축구게임에 입문하겠어' 라고 생각하지만, 매년 패배하고 내년을 기약하자며 지내온 리뷰어인데...
올해는 FIFA가 10년만에 한글판이 나온다고 해서 연례행사를 포기하고 과감히 FIFA20을 구입해 입문해 보았다. 처음 접해본 FIFA에서 기자의 실력은... 처음 실행하고 최저난이도 게임에서 CPU에게 한 골 먹고 시작하는 정도라고 해 두면 될 것 같다.
EA 스포츠게임 중에는 매든 시리즈를 매년 즐기고 있는데, 매든에서 MUT(매든 얼티밋 팀)에 심취해 통장이 무너지는 사람들을 수없이 봤다는 점, 그리고 축린이의 온라인 공포증이 합쳐져 FUT는 뒤로 돌리고 이번에 생긴 VOLTA를 메인으로 플레이했다. 사실 레전드 난이도로 날고 기는, 리뷰어가 '프야매'를 하던 것처럼 카드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축린이가 아는 척 해 봐야 금방 들통나지 않겠나.
첫인상
게임을 켜 보니 딱 둘로 나뉜다. FUT와 나머지이다.
매든에서 MUT를 많이 봐 왔지만 FIFA에는 조금 더 '명확하게' FUT라는 게임이 있고, 나머지 '올드클래식오소독스한 FIFA'가 따로 있는 느낌이 든다.
주변에선 '처음에 조금만 지르면 팔고 사고 해서 적당히 할 만 하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프야매에 썼던 돈을 생각하면 이건 남들이 뽑는 거 유튜브로 봐야지 내가 하면 안 되는 콘텐츠라는 느낌이다. 실행해서 카드뽑기 가보면 내가 뽑으면 딱 손흥민 올 것 같다는 위험신호(?)가 왔다. 과하지 않게 과금하며 즐길 수 있는 자제심이 있는 유저들에게 권할만한 콘텐츠라고 해 둬야겠다.
FUT를 빼면 익히 아는 FIFA 게임으로 돌아온다.
'ㅇㅇ아 내가 해도 너보다는 잘하겠다' 라는 사람들을 위한 커리어 모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컵을 들어올리는 장면을 보기위한 토너먼트와 UEFA리그, 얼른 게임을 하기 위한 킥오프에 이번에 추가된 VOLTA까지.
다만 싱글 콘텐츠는 버그가 많아 어서 개선이 되어야할 것 같다. AI도 명성과 '20'이라는 숫자에 비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리뷰어는 축구게임을 좋아하는 오프라인 친구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자고 해 온라인 친선게임에서 바르셀로나나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압도적인 전력의 팀을 골라 한국 프로팀을 선택한 친구들과 정정당당한 친선게임을 즐길 예정이었으나 게임에 익숙해질 때까지 일단 혼자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패닉에 빠졌다.
오래된 시리즈답게 확실히 '초보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게임이었다. 이러이러한 체험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 라고 설명해 주는 튜토리얼도 없다. 442니 433이니 윙이 오버랩하고 존을 만들고 그런 복잡한 전술을 몰라도 가능할 것 같은, 새로 추가된 모드이자 어릴 때 그나마 해 봤던 '골목에서 공 차고 노는' VOLTA에 축린이의 시선이 간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겠다.
허들 낮춰주는 VOLTA 모드
풋살이다. 골키퍼가 없는 3:3, 4:4 모드와 골키퍼가 있는 4:4, 5:5 모드가 존재하며 구장에 따라 라인아웃이 없고 튕겨나온 볼을 그대로 인플레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옵사이드같은 풀사이즈 경기에서나 가능한 룰은 생략되어 있어 고민할 것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처음 시작하면 커리어처럼 스토리가 약간 준비되어 있고, 매치에서 승리하면 상대팀 선수를 영입해서 스쿼드에 넣을 수 있으며 선수마다 선호하는 포메이션이 다르다거나 출신지역을 따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팀워크 조율이 가능하다.
팀 전체를 조작하는(L1으로 조작선수를 바꿔가며) 방식과 주인공만 조작하는 방식 중에 골라서 매치를 진행할 수 있는데, 주인공만 조작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진입장벽이 확 내려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반 11:11 축구와 다르게 VOLTA는 각 선수가 볼을 터치하는 빈도가 높고 (거의 3on3 길거리농구 수준) 빈 공간을 만들거나 파고드는 방식의 공간-협업 플레이보다 선수의 개인기. 볼키핑,드리블 돌파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 FIFA 초심자가 조작을 익히기 딱 좋은 모드이다. 축린이인 리뷰어도 VOLTA 스토리를 진행해 가며 슛, 땅볼슛, 쓰루패스, 볼 키핑, 수비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최하 난이도에서도 패배하던 것이 VOLTA 모드를 플레이하며 그래도 어느 정도 AI와는 겨룰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었는데... 물론 그래봐야 세미프로에서 골대 바로 앞에서 나로호 발사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어릴 적 골목 축구가 생각나는 추억을 자극하는 모드로, 간단하게 입문해 빠른 템포의 경기를 즐길 수 있고, FUT 등 정규 모드에서는 할 수 없는 수많은 개인기들을 구사해볼 수 있다는 점 등은 VOLTA 모드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고, 조금은 진부한 스토리와 엔드 콘텐츠가 미흡하다는 점, 그리고 PSN 친구와의 스쿼드 대결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VOLTA 기존 축구에서 고급 유저가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요소들 - 포메이션, 교체 등 - 의 누락으로 간단하게 접근 가능하고 개인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일년 내내 파고들어서 즐길만한 모드는 아닌, 포텐셜은 낮지만 진입장벽을 낮춘 콘텐츠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리뷰어같은 축린이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신규모드로 축구게임이라 FIFA를 하지 않던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드였다. FIFA만 즐길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즐기고 넘어갈 유저라면 특히 VOLTA 모드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여담으로 VOLTA 상점에 운동복, 신발 등등 '꾸미는' 물건들을 팔고 있는데(경기마다 받는 재화를 모아 구매 가능하다) 리뷰어의 미적 감각에는 조금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저런 금색 번쩍번쩍한 하얀 츄리닝을 입고다닐 수 있단 말인가...
나머지 모드에 대한 감상 및 총평
커리어 모드는 정말 축구 게임을 잘 못하는 유저가 감독 커리어로 시작해 매니지먼트를 하는 게임이겠구나 하고 시작했는데 직접 게임 플레이를 해야하는 콘텐츠였다.(충격) 토너먼트, UEFA 등 리그전은 오락실에서 하던 축구게임부터 콘솔, PC로 나온 게임들에 늘 있던 모드로 설명이 따로 필요없을 것 같다. 킥오프 역시 평범한 온라인 대전.
게임을 하며 가장 불만을 느낀 부분은 슛이 어려워서 적응하기 너무 힘들다는 점이었다. 슛 버튼을 누르면 누른 만큼 슛 파워가 결정되고(오래 누르면 위로 뻥 차올림), 슛을 누르기 전까지의 L스틱은 캐릭터를 이동시키지만 슛을 누른 다음에는 슛을 쏠 방향을 결정하는데 너무 민감했다. 패널티 라인을 넘어 골대 바로 앞에서 단독으로 슛하는데 스틱이 조금만 삐끗하면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맥없이 툭 차버리는 선수를 보며 패드를 던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PS4 패드는 비싸다)
조작이 어렵고 싱글 플레이에 버그가 많다는 점은 장벽인데, 버그는 잡으면 되는 것이긴 하다. FIFA20으로 축구게임에 입문하려는 게이머라면 VOLTA를 해 보자. 한글로 즐길 수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 FUT는... 자제심 강한 사람에게만 권하겠다.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게임을 소개해 줬을 때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라고 하면 당연히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드는 많은데 어떤 모드인지(물론 처음 선택하면 설명하는 화면이 나오지만) 무슨 재미가 있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소개해주지 않는다.
사실 게임 전반이 '알겠죠? 그러니까 FUT로 가서 카드를 까세요' 라고 유혹하는 느낌도 좀 들었다. 정말 자제심 강한 사람만 FUT를 하라고 재차 강조하고 싶다.
축구게임 초심자로서 VOLTA를 시작으로 적응하기 쉬운 게임이었다. 버그만 어서 잡아주면 축구게임 마니아부터 초심자까지 고루 권할만한 게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