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몰입'이다. 아무리 화려한 연출과 장대한 서사를 풀어놓더라도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지 못한다면 결국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다. 그래서 게임이 내놓은 해답은 '자유도'다. 현실 세계처럼 플레이어의 행동이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상호작용을 느낄 수 있다면 몰입도는 자연스레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픽셀오푸스가 선보인 신작 '콘크리트 지니'는 바로 이 '자유도'의 극한을 추구하는 게임이다. 마치 즉석에서 연기를 하듯 게임은 아주 작은 가이드라인만을 제공하고 그 이외의 게임 속 세계를 채워나가는 과정은 전부 플레이어에게 맡겼다. 첫 공개 당시에는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분위기로 관심을 모은 바 있으며, 출시 이후에도 게임을 즐긴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갓겜'의 향기를 솔솔 풍기고 있는 상황.
'콘크리트 지니'를 플레이했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상황에 최대한 몰입하고 '덴스카'라는 하나의 커다란 도화지 위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려나갈 수 있다. 미적 감각이 부족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내면에 숨어있는 예술가의 혼을 불태울 수 있으니.
세계를 채워나가는 것은 플레이어의 몫, 정답은 없다
'콘크리트 지니'의 장르를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둠 곰팡이'로 인해 사람들이 떠나 황폐해진 '덴스카'에 빛을 되찾기 위해 주인공 '애시'가 떠나는 여정은 여느 퍼즐 어드벤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빛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자유롭기 때문에 샌드박스 게임의 형식도 갖추고 있다.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게임 후반부에는 다시 장르가 급변하는데, 개발진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전부 담아낸 느낌.
불량학생들의 감시를 피해 '덴스카' 곳곳을 탐험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퍼즐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콘크리트 지니'는 조금 심심한 게임이다. 불량학생들에게 들키면 안되지만 사실 AI가 그다지 똑똑한 편도 아니며 이들에게 붙잡히더라도 큰 패널티가 없다. 퍼즐 역시 초심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난이도로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오버'를 걱정하거나 지나치게 골치 아플 일은 없다.
게임의 진가는 샌드박스적인 요소에서 드러난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황폐해진 '덴스카' 곳곳에 있는 벽에 그림을 그려 전구를 밝히고 도시에 빛을 되찾는 것. 흥미로운 점은 벽에 그림을 그리는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지역을 탐색하면서 플레이어는 새로운 도안들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그릴 수 있는 선택지의 폭도 점차 넓어진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무슨 도안을 그리더라도 전구를 밝힐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도시라는 큰 도화지 위에 어떤 그림을 완성할지 고민하는 것이 '콘크리트 지니'의 가장 큰 재미.
“한쪽 벽에는 태양과 큰 나무들을 그렸으니 맞은편 벽에는 달과 버섯, 오로라를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등의 고민을 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다. 게임 역시 이런 고민을 장려하는듯 하나의 구역을 완성하면 여태까지 플레이어가 그린 그림들을 한번 훑어준다. 이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몰입도가 높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아날로그 스틱을 조작할 필요가 없이, 컨트롤러에 내장된 센서를 움직이면 된다. 처음에는 센서의 움직임이 상당히 민감한 편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적응한 뒤에는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의 이름에도 포함된 '지니'와의 상호작용도 '콘크리트 지니'의 매력이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고 게임의 진행을 돕는 '지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상 '지니'의 거의 모든 요소를 플레이어가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게임 속 주인공 '애시'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도 자연스럽게 '지니'에게 정을 붙이게 되는 좋은 장치다.
한편의 동화 같은 서사
'콘크리트 지니'의 서사는 짧지만 강렬하다. 플레이타임은 총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로, 풀 프라이스 급의 AAA게임과 비교하면 짧은 편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강렬하다.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는 소재에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고향에 대한 추억을 더해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콘크리트 지니'의 특징.
특히 작품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이야기의 분위기가 급변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과정도 꽤나 흥미롭다. '콘크리트 지니'를 구매할 예정이 있다면 중후반부의 게임 전개에 대해서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모르는 편이 좋다. 연출 자체도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듯한 촉촉한 마음가짐으로 '콘크리트 지니'를 즐겨보자.
아쉬울 수 있는 VR 기능, 잦은 프레임드랍
'콘크리트 지니'는 PS VR 기능을 지원하지만, 게임의 재미를 높여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이용자들의 주된 평가다. 게임 내에서 1인칭 시점을 지원하지만 VR의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특히 메인 스토리 모드에서는 VR 기능을 지원하지 않으며 별도의 콘텐츠인 프리 드로잉 모드에서만 VR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구매 이전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게임을 즐기면서 종종 프레임드랍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벽에 그린 그림이 많거나 하나의 화면에 다수에 오브젝트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프레임드랍이 발생한다. 상당히 감동적인 연출에서도 종종 프레임드랍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민감한 플레이어라면 마찬가지로 구매 이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황폐한 도시를 비추는 거리의 예술가 '콘크리트 지니'
'콘크리트 지니'는 플레이어에게 자유도를 최대한 부여해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어의 역할은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고 '덴스카'라는 하나의 거대한 도화지를 자신만의 그림으로 채워나가는 것. 샌드박스적인 요소를 둘러싸고 있는 퍼즐이나 어드벤처 요소들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동화를 즐기듯이 편안한 감각으로 게임을 접하면 좋다.
트레일러 상으로 공개된 비주얼을 보는 것보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세계의 매력을 느끼는 감동이 더욱 크다. 가격 역시 볼륨에 맞게 적절한 수준이니 오랜만에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를 들고 '콘크리트 지니'의 매력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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