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사장 김경일)이 금일(1일) 이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터넷게임장애(IGD)' 국제 공동연구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기자간담회 및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국내 게임산업을 맡고 있는 정부 주무부처가 후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분류 제11판(ICD-11)'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각 회원국에 적용하는 것을 권고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외 학계 및 업계, 의료계를 중심으로 해당 질병 코드를 국내 도입하기에 앞서 갑론을박과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업계 및 학계에서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연구가 아직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실제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가 등재되었을 때 국내 게임산업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국내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셧다운제' 등의 각종 게임 관련 규제와 함께, 섣부른 질병 코드 등재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게임이용장애(게임 중독)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는 환자 및 주변인이 분명 존재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질병 코드 등재를 통해 치료 기준을 세우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학계 및 업계 그리고 의료계의 첨예한 의견 대립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된 정부 부처간 의견도 통합되지 못하자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로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민관협의체가 구성되기에 이르렀으며, 몇 차례의 토론을 통해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중심으로 한 각종 토론회 및 심포지엄이 활발히 개최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1일) 본 행사인 심포지엄에 앞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유타대학교 페리 랜쇼 교수, 드보라 유겔룬 토드 교수,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 시드니대학교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가 참석했으며, 심포지엄을 통해 발표되는 국제공동연구 과정 및 성과에 대해 간단히 프리뷰 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현장에 참석한 국내 미디어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에 대해 질의응답하고, 학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도 진행됐다.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상관관계만 보면서 인과관계라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되는 내용을 통해 인과관계가 무엇이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심포지엄 이후의 게임문화재단의 활동 계획에 대해 김경일 이사장은 학문적 작업과 의료화는 '질병=나쁜 것'과 같이 대상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떨어트린다며, 정책을 결정하거나 법적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 사례를 쉽게 바꿔 많은 계층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며 사회적 저변을 넓히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현장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WHO의 진단 기준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 DSM-5, ICD-11는 어느 정도 구분이 필요하고 논의가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일부 ICD-11에 대한 요소들은 그 임계치 수준이 높다.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면, 과몰입 대상 아이들 중 진단 기준을 적용했을 때 과몰입이라고 오진단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는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ICD-11은 통제권 상실, 기능 장애, 부정적 여파에도 게임을 지속하는 것 등의 요소들이 있는데, 이 요소들이 모두 성립되어야 과몰입 대상이라 진단한다는 것이 DSM-5와의 차이점이다. 이것 또한 추후 통일되거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에서 게임과 교육, 학습 프로그램과의 연계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드보라 유겔룬 토드 교수: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ADHD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집중력 향상, 학습 참여도 향상, 사회성 강화, 감정 완화 등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많은 사례가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 악영향에 대한 연구에 집중한 것과 달리 긍정적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 지원 또한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교육부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을 양성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계획도 있나
김경일 이사장: 아이들의 편중된 활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게임적 요소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게이미피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조금 더 강화한다면 같은 예산과 내용을 가지고도 잠재력을 개발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아직 그런 사례가 많지는 않다.
과몰입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 과몰입의 대상에 따라 위험도가 더 큰 것인지 의문이 드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 과몰입은 정의 자체가 어렵다. '과도'하다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구분이 어렵다. 다만 질문한 바와 같이 콘텐츠(대상)에 대한 구분이 흥미로운 것 같다. 과몰입 단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에 논의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다만 이 자리에서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부정적인 여파나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과몰입 단계라고 설명할 수 있다. 부정적 여파라는 것은 부모와의 대립, 학교의 숙제나 과제를 무시하는 것, 수면장애 등이 포함될 것이다.
페리 랜쇼 교수는 국내 과몰입 연구를 재 증명하는 연구를 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몰입 연구였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그리고 미국에서 연구 대상을 찾기 힘들다고 했는데 정신의학 분야에서 국가별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나
페리 랜쇼: 해당 연구는 한국에서 진행된 동 연구를 미국 내에서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었다. 어렵다 설명한 이유는 한국의 표본 대상만큼 높은 강도를 보이는 사람을 미국에서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시드니에서의 비슷한 연구를 미루어 보아, 문화적인 요소가 영향을 준 것 같다. 국제적으로 연구를 확대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드보라 유겔룬 토드: 첨언하자면, 사람은 태어나면 먼저 백지 상태의 뇌를 갖는다. 자라면서 경험 등을 통해 발달하게 된다. 청소년기의 경험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고 난 이후의 경험도 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화적, 태생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이점이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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