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사장 김경일)이 금일(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터넷게임장애(IGD)' 국제 공동연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오전에는 국내 미디어와의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었으며, 오후 2시부터는 본 행사가 열렸다.
본격적인 공동연구 사례 발표 및 질의응답에 앞서, 현장에 참석한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게임과 장애가 관련 있다, 없다와 같이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관점을 가져볼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또 확신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문체부 김현환 콘텐츠정책국장은 "국내 게임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특히 게임 이용 장애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큰 숙제이다"라며 "오늘 심포지엄이 열리는 곳이 작은 공간이지만 크고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루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익하고 의미 있는, 게임 산업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지침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군과 정상 대조군 인지 능력 비슷... 우울증 등에 대한 집중적 연구 필요
첫 번째로는 미국 유타 대학교 페리 랜쇼 교수가 나서, '인터넷게임장애(IGD)의 신경영상 및 신경 기저'를 주제로 한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페리 랜쇼 교수는 한국 게임과몰입 분야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미국의 자료를 토대로 재검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페리 랜쇼 교수는 장시간의 게임 이용이 뇌의 구조적, 화학적 변화및 연결성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고찰하고, 임상적, 신경 심리학적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증명하고자 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연구의 진척율은 50%가량이다.
페리 랜쇼 교수는 "현재까지 진행된 결과, 교육 수준이나 인지 능력은 두 그룹이 비슷했고 특별히 한쪽 군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긴장감, 불안 증세 등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며 "우울증, 불안 증세가 더 높아졌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그는 "전반적으로 북미에서의 게임 이용은 다소 낮으며, 뇌 영상 데이터에 대한 분석은 북미 집단에서는 더 작은 변화를 보인다는 제한점이 있다"며 "인터넷 활동 유형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다를 수 있고, 본 연구 결과는 현재까지 예비 연구자료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미디어 활동과 정신 병리 및 인지 영향 조사 필요
다음으로는 미국 유타 대학교 드보라 유겔룬 토드 교수가 자리에 올랐다. 그는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9~10세 어린이 11,500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진행한 사례 중심의 코호트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드보라 유겔룬 토드 교수는 "이전에는 인간의 뇌가 사춘기 시기에 큰 폭으로 발달한다는 믿음이 있었으나, 최근 수십 년 동안의 데이터에 따르면 뇌는 아동기 및 청소년기, 성인기 동안 계속해서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발달의 조건 또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연구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ABCD 연구는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 중 뇌 발달 및 아동 건강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종단 연구로, 9~10세 아동 11,500명을 10년 동안 추적 연구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외에도 국립약물남용연구소, 법무부, 국립과학재단, 국립암연구소 등 얼핏 보기에 상관이 없어 보이는 조직들도 중요성을 인지한 이후에는 공동 작업에 참여했다.
이러한 ABCD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어린 아이들의 전자기기 사용은 불안, 또는 우울과 깊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개인의 인지 능력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단순히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며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미디어 활동이 정신 병리와 인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SM-5'의 낮은 진단 임계값은 과다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다음으로는 호주 시드니대학교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가 나서, '문제적 온라인게임 이용의 개념화'를 주제로 'ICD-11'의 게임이용장애와 'DSM-5'의 인터넷게임장애의 진단 기준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와 인터넷게임장애의 진단 성능을 비교하여, 게임이용장애보다 인터넷게임장애의 진단이 더 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낮은 진단 임계값(진단이 쉬움)은 과다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인터넷게임장애의 기준을 사용할 때 거짓 양성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또 그는 진단 기준 항목에 있어 모든 기준의 가중치(중요도)가 동일하다는 점 또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진단 항목 중에서도 더 중요하게(무겁게) 다뤄야 하는 항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중치가 모두 같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도 기준이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는 진단 기준을 논하는 데 있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내성, 다른 활동에 대한 흥미 감소, 금단 증상, 게임에 대한 선입견, 도피를 위한 게임 등의 정의와 한계점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정의를 내릴 때 연구진들의 동의와 합의 그리고 환경의 이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게임이용장애의 진단 기준이 인터넷게임장애보다 임상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를 할 수 있다며, 문제적 게임이용에 대한 종단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게임장애(IGD) 증상 변화는 ADHD의 증상 변화와 밀접한 관련 있어 보여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 통합케어센터 이정 교수가 'IGD의 장기 경과에 미치는 ADHD 동반질환의 영향: 3년 추적 관찰 연구'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정 교수는 IGD에 대한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기존 연구들도 각 연구마다 서로 다른 설문 도구 및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되는 게임 행동의 안정성과 결과에 일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정 교수는 "설문도구를 통한 대규모 연구는 많다. 하지만 대규모 연구의 결과가 실제로 문제를 겪어 치료를 받고자 한 병원 내원자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IGD의 장기적인 경과, ADHD 동반 질환이 경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자 실제 임상 집단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 추적 연구가 진행됐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중앙대학교 병원을 통해 IGD만 진단 받은 128명과 ADHD, IGD를 함께 진단 받은 환자 127명을 연구했으며, 사회적 불안, 가족 환경 등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졌다.
그 결과, ADHD와 IGD가 동반될 경우 IGD가 잘 회복되지 않고, 회복되더라도 재발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ADHD는 단순히 IGD 증상을 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IGD의 치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이다.
이정 교수는 "ADHD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보상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눈에 띄게 그 행동을 하지 않지만, 즉각적인 보상에는 움직인다. IGD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게임은 보상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ADHD 환자들은 일을 조직화, 체계화하고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게임은 퀘스트라는 명확한 계획 및 보상이 존재하고, 이것이 ADHD 환자들이 갖는 인지적 결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정 교수는 "IGD가 게임이 문제이고, 게임만 어떻게 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ADHD 연구 결과 IGD의 회복과 재발에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IGD 환자들이 왔을 때 ADHD와 같은 공존질환이 있는지 확인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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