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참가 청강대 정종필 교수 "다음 스텝은 학생 작품 글로벌화, 펄어비스 보고 가슴 뛰었다"

등록일 2019년11월19일 09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신작 게임이 줄고 이벤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스타에 꾸준히 신선한 게임을 선보이고 열정과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부스들이 있다. 학생들의 패기와 아이디어로 가득한 게임들이 전시되는 대학 부스들이 그 주인공.
 
그 중에서도 뛰어난 교수진의 지도 하에 현업 개발자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며 매년 뛰어난 학생 작품을 선보이는 청강문화산업대(이하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 부스는 올해도 뛰어난 작품들을 출품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청강대는 얼마 전 판교에서 졸업작품 전시행사를 열기도 했는데, 기자도 직접 방문해 확인한 청강대 졸업생들의 작품들은 비주얼, 디자인 측면에서 행사에 방문한 판교 현업 개발자들을 자극할만한 뛰어난 수준을 보여줬다.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지스타 2019에 수업을 진행하다 16일에야 내려온 청강대 정종필 교수를 만났다. 정 교수는 '임진록', '거상', '군주', '아틀란티카', '삼국지를 품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전략게임들의 개발에 참여해 명성을 쌓은 스타 개발자로, 후진 양성을 위해 현업을 떠나 게임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던 인물이다.
 


 
정종필 교수와 만나 이번 지스타 2019에 대한 감상, 교수로서 이루고 싶은 향후 목표와 과제 등을 들어봤다.
 
정 교수는 학생들의 작품 수준이 높더라는 기자의 덕담에 "한국에서 통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작품이 해외에서도 통할 정도가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답해 시작부터 기자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다음 스텝은 글로벌화, 해외에서 상 받는 팀 많아질 것
이혁진 기자: 청강대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의 수준이 상당하더군요. 업계의 평가도 높습니다
정종필 교수: 이번 지스타에서 드러났듯 펄어비스가 재미있게 잘 하고 있죠. 제가 후진 양성을 위해 현업을 떠나던 당시에는 국내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잘 하고 있는 회사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학생들이 현업 개발보다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당시 게임업계는 학교에서 게임 개발을 가르치는 곳이 있냐, 없나도 신경을 안 쓰던 상황이었죠. 말이 안되는 것이, 사이클이 돌아가려면 누군가는 신입을 만들어 주고 공급해야 하는 거잖아아요. 제가 업계에 들어왔을 때는 신입을 회사가 키웠지만 이제는 경력만 찾고 신입을 제대로 키우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 누구의 잘못이냐를 생각해보니 저같은 1세대 개발자들의 원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내가 대학에 가서 학생들을 키우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해 현업을 떠났습니다.
 
사실 학교로 떠나실 때는 진지하게 그런 생각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었던 게 사실입니다. 아직 위기의식이 낮은 시기이기도 했고요
정종필 교수: 맞습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안믿었죠. 계속 하다보니 이제는 꽤 자랑할만큼 학생들의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무엇보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역할'을 해주길 바랐습니다. 학생들이 매우 잘해줘서 기사나 현업 개발자들의 반향을 보면 '청강대 학생들 보고 충격받았다', '나도 더 잘해야겠다'고들 하고 있습니다. 관심도 커졌습니다. 사실 처음 학교로 올 때에는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10년은 걸릴 거라고 봤는데 5년 만에 온 것 같아요.
 
업계에도 '우리가 잘 하고 있으니까 지원좀 해 달라'는 말을 하기 쉬워졌습니다.
 
넥슨에도, 이번 지스타에서 가장 주목받은 펄어비스에도 청강대 졸업생들이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번 졸업작품 발표행사는 넥슨지티의 지원이 있었죠
정종필: 맞습니다. 저번 행사는 넥슨지티에서 도와줘서 잘 치뤘습니다. 게임사들이 다른 사회적으로 좋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슬슬 후배들을 키우는 것에도 업계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전에는 제대로 된 인재를 못 길러냈으니 관심이 없었다면 이제는 관심을 좀 가져야죠. 실제 이야기를 나누는 회사도 많이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학생들에겐 돈 얼마보다도 무대, 멋진 경험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법이 바뀌어 학생들의 게임을 배포할 수 있게 되니 학생들도 고무되고 업계 반응도 좋아졌습니다.
 
자기 게임을 남들에게 보이는 게 가능해져야 게임 교육이 진정으로 가능해지는 것이죠.
 
무대, 멋진 경험...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신 건가요
정종필 교수: 그 다음 레벨은 아직 말하긴 좀 이른 감도 있습니다만, 전에도 한참 전에 말해놓고 금방 이뤄냈으니까 말해 보겠습니다.
 
학생들, 학생들의 게임을 해외에 내보내고 싶어요. 해외 게임쇼에 학생들을 보내 작품이 상도 받고 발표도 하고. 학생 개발팀 구성을 한국 학생과 유학생을 반반으로 구성해 개발팀에서 영어 발표가 가능해지도록 하고 싶고요.
 
지금도 싱가폴 등에서 와서 공부하는 학생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개발팀을 다국적으로 편성해 글로벌하게 개발하는 팀의 모습을 갖추려 합니다. 해외에서 상도 받고, 의미있는 게임도 만들고.
 
의미있는 게임은 어떤 형태를 생각하시는 건가요, 학생들의 게임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다거나...
정종필 교수: 지금은 상용화된 게임과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의미있는 게임을 학생들이 세상에 선보이게 하고 싶습니다. 사회를 반영하고 게임이란, 재미란, 게임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고, 개발팀의 주장도 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게임 말이죠.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져야할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나아가야죠. 흔히 영화를 보고 감동받았다고 하는데, 게임을 하고도 감동받는 것이 가능하잖아요. 몬스터를 잡고 파밍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경험이 없고 경력이 짧아서 그렇지만 앞으로는 점점 변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도 해외 게임쇼에서 수상할 만한 작품들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종필 교수: 승리를 할거라면 압도적으로 이겨야 합니다. 어설프게 종이 한장 차이로 이겨도 소용이 없어요.
 
청강대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비주얼, 겉모습은 이제 훌륭합니다. 다음은 내실을 다져야죠. 이 게임을 해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울음이 나더라, 감동적이더라는 감상이 나올 정도의 작품들이 나오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도 어떤 특정 방향으로는 매우 잘 만들고 있고 그 방향이 틀린 방향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더 넓고 깊어지길 바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겁니다.
 
사실 이전까지는 게임을 배포할 수 없어 게임의 영상만 세상에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뛰어나더라는 평가를 받는 게 목표가 될 수 밖에 없었죠. 기획, 시나리오 등이 뛰어나도 영상으로 보여주기 힘드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주얼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획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는 거 영상이 아니면 지스타에서 5분 정도 플레이해보는 체험이 다니까요.
 
저희가 그저 잘 가르친다고 게임을 잘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게임이 어떤 반응을 끌어내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게임을 공개할 수 있게 되어 다운로드 서비스도 되니 학생들이 별점도 신경쓰고 반응도 신경쓰고... 그래서 내년부터는 깊이가 달라질거라고 봅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업계가 내 게임을 지켜본다는 느낌, 지켜보고 있다는 액션이 부담이면서 자극이 되는 거니까요.
 
졸업작품 발표회에서 보니 확실히 게임들이 모두 시선을 잡아끄는 비주얼적 개성과 매력이 있더군요
정종필 교수: 비주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눈에 들어와야 손을 대고 싶어지는 거죠. 그렇게 손에 잡고 끝냈을 때 짧더라도 여운이 남고 좋은 게임을 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 그런 게임을 자연스럽게 만들게 될 겁니다. 졸업작품 전시회를 하는데 대기업 분들이 와서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많이 보더라고요. 학생들도 어설프게 만들면 창피하니까, 알아서 잘 할 겁니다.
 
어떻게 하면 게임을 잘 만들까 고민하니 자연스레 수준 높아져
청강대 졸업작품 전시회에 출품되는 게임들이 매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정종필 교수: 제 입버릇이 '작년의 두배'입니다. 매년 전년도의 두배 퀄리티가 목표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학생들도 놀라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작년 선배들이 너무 잘만들었더라'고 해요. 그러면 이렇게 말하죠. 너희가 그 다음해에 게임을 내는데 1년 전 게임과 수준이 같으면 안되지 않냐. 같은 수준이라는 건 퇴보했하는 의미라고요.
 
학생들도 이해하고 정말 두배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갈수록 뛰어난 인재들도 들어오고 진지하게 게임을 만드는 친구들도 오고요. 새로 오는 교수진도 유명한 분들이 속속 들어와서 산을 굴러내려가는 눈덩이가 된 것처럼 굴러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흐름이 어디까지 갈지 예상이 안됩니다.
 


 
교수님들도 그만큼 더 높은 수준의 지도를 계속 해야하는 것이고요
정종필 교수: 학생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멋진 것을 만들어주는 것, 멋진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역할입니다. 가르쳐 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환경만 만들어 주고 물을 주는 것이고 자라나는 건 학생들의 몫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열정이 너무 높아서 건강에 무리가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하고 있어서 가장 걱정되는 건 아이들의 건강입니다.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학생들이 보여주는 결과물의 수준이 계속 높아지는 비결은 단순합니다.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다른 생각 안하고 오직 게임을 잘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니까 가능한 겁니다.
 
2020년에는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신가요
정종필 교수: 솔직히 지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잘 되고 있어서 앞서 말했듯 10년 걸릴 거라고 본 것을 5년만에 해낸 상태입니다. 내년에도 계획하고 있는 뭔가가 있긴 합니다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 것 같고요.
 
졸업작품 발표회 크로니클 행사도 너무 잘 됐고, 2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법적으로 안 되던 학생들이 만든 게임 배포도 이제 해결됐습니다. 그런 멋진 일들을 더 만들려고 생각중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해외에서 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고요.
 
게임학과, 특성화고 등이 늘어나는 분위기인데, 전반적인 흐름은 어떻게 보시나요
정종필 교수: 없는 것보다는 많아지는 게 낫죠. 우리 학교가 독보적인 것도 안 좋습니다. 경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죠. 학생들이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고 매너리즘메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학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보고, 제가 우리 학생들과 경쟁할 경쟁자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곳이 나오면 좋겠어요.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곳도 있겠지마 한방에 잘할 순 없고, 한걸음씩 전진해 나가면 됩니다.
 
펄어비스가 재미있는 일 하고 있더라, 살짝 마음 움직였어
같이 일하던 김광삼 PD(전 청강대 게임콘텐츠스쿨 교수)님이 지스타 2019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보고 어떤 느낌 받으셨나요
정종필 교수: 재미있는 일 하는 곳이 없어 떠나왔는데 펄어비스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김광삼 PD도 너무 좋아 보였고.
 
저는 더 재미난 일이 있다면 언제든 그걸 하러 갈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더 재미난 학교가 있다면, 더 재미난 일이 있다면... 학생들에게도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상황이 있다면 언제든 거기로 옮겨가라고 가르치는데 제가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사실 다시 현업으로 갈 생각은 없었는데 펄어비스가 하고있는 일들을 보니 조금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물론 제가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줘야 하는 책임도 있으니까, 학교와 게임업계가 학생들을 지원해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 할 생각이고요. 마음이 움직인 건 조금만입니다.
 


 
지스타를 둘러본 느낌은 좀 어떠신가요
정종필 교수: 바빠서 많이 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을 오프라인에서 뭔가 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하는 추세니까 오프라인에서 보여주고 화제를 모으는 경향은 약해지는 감이 있죠.
 
그런데 이번에는 펄어비스가 게이머들, 개발자들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불을 지르는 역할을 해 줬습니다.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저희 학교 출신들도 펄어비스에 많이 가 있습니다만, 선배들이 와서 인사하고 후배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가 줬습니다. 긍정적인 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 매우 긍정적으로 느껴졌어요.
 
사실 올해 지스타에는 큰 기대를 안했는데 펄어비스가 크게 불을 질러줘서 작년보다 더 만족스러운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지스타에는 정 교수님이 개발에 참여한 '거상' IP를 활용한 '거상M'도 출품되었던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정종필 교수: 솔직히 내 자식이 남의 손에 들어간 기분이지만, 이건 추억 때문이니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저한테 저작권도 없고요. 제작진이 애정을 갖고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듣고 마무리하도록 하죠
정종필 교수: 기자님께 드리는 말이기도 한데, 학생들과 학생들의 작품이 더 크게 다뤄져야 합니다. 자기 작품이 주목받으면 학생들이 얼마나 두근거릴까를 생각해 보세요. 학생들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졸업해 회사에 가면 지루한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을 텐데, 여기서 이런 경험을 갖고 가면 게임 개발에 로망을 간직하게 될 겁니다. 저희가 게임 개발 초창기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고 그 로망을 계속 간직해 온 것처럼 말이죠.
 
저나 교수님들이 전수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언론에서, 업계에서 학생들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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