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게 출발해 그저 그런(?) 마무리로 끝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등록일 2021년01월26일 10시38분 트위터로 보내기



 

OCN의 드라마 시리즈 '경이로운 소문'이 16화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출발은 제목처럼 '경이로운' 모습이었지만, 중반부터 무너져 내린 각본을 수습하기에 급급했던 나머지 '용두사미'스러운 마무리를 보여줬다. 마지막 화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지만, 끝이 좋으면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남들이 멀쩡히 재미있게 본 작품에 재를 뿌리는 것은 아니다. 각본가가 교체되었던 12화를 기점으로 드라마의 내용은 점차 산으로 가기 시작했고, 또 그에 따라 시청자들의 평가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12화부터 15화까지 벌려놓은 일들을 수습하기 바빴는데, 러닝타임을 악귀 '지청신'의 폭탄 돌리기로 채우려는 속셈이 너무 눈에 띄게 보였던 점이 가장 아쉽다. '결계'부터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교활한 모습에서 숙적의 강력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또 그에 비해 마무리는 너무나도 허술해 허탈한 기분까지 들더라.

 


 

극이 자랑하던 소위 '사이다 전개' 역시 중반부부터는 악재로 작용했다. 여지나 작가가 담당했던 초반부에서는 여러 시련들이 '소문'을 비롯한 카운터 일행들을 찾아오지만, 대개 한화 내에서는 마무리되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개연성을 따질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시원한 기분이 들게끔 하는 그 특유의 전개가 '경이로운 소문'을 계속 보게끔 만들었던 원동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가끔은 유치하다가도 또 때로는 갑작스럽게 감동 코드를 끼워 넣는 연출들도 '경이로운 소문'이 가진 매력이었다.

 

그러나 중반부부터 각본가가 교체되면서 '사이다 전개'의 의미를 조금은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저 벌려놓은 일들을 빠르게 마무리하기만 한다고 시청자들이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 터. 시련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그럴듯하게 멋진 마무리를 보여줘야 비로소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만 13화부터의 '경이로운 소문'은 해결이 아니라 “알고 보니 그랬다더라”라는 식으로 문제들을 얼버무리려는 경향이 강했다. 극의 진행을 위해 마음껏 등장인물들을 죽여 나가는 전개를 선택했으니, 더 이상 '사이다'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정도겠다.

 

12화를 기점으로 무너져 내리는 설정, 캐릭터의 정체성 등 '경이로운 소문'은 사실상 12화부터는 다른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 원인의 중심에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각본가의 교체와 함께 말만 되게 이어 나가면 된다는 끝말 잇기 식의 대본 집필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 전개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는데, 결국 원하는 방식대로 이끌어 나간 이야기의 결말이 어땠는지 보면 누구의 선택이 옳았던 것인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OGN 드라마 시리즈가 '용두사미'의 경향을 보여주는데, 앞으로는 극의 전체적인 만듦새에도 신경을 쓰면 좋을 듯 싶다.

 


 

물론 극의 중심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주조연에 대해서는 정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첫 주연이라는 조병규를 비롯해 김세정, 유준상, 염혜란 등 '카운터' 진영의 배우들은 물론, 악역 역시 인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다. 조금은 오글거리는 연출, 또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소문'을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겠다. 

 

시즌1에 대한 평가가 최악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이미 시즌2의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용두사미로 끝낸 시즌1의 아쉬움을 딛고 시즌2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기대를 걸어봄직도 하지만 원작에 기반했던 시즌1도 이렇다면, 오리지널리티를 첨가할 것으로 보이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시즌2에 대한 큰 기대감 보다는 한발짝 떨어져서 '소문'을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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