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넥슨 '블루 아카이브' 김용하 PD, "한때의 '붐'이 아닌, 보다 길게 이어지는 게임 되도록 노력할 것"

등록일 2023년03월02일 11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그동안 일본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국내 게임사들에게 일종의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주요 게임사들이 자사의 대표 게임들을 꾸준히 선보였지만 장기간 좋은 성적을 내는 게임은 없었습니다. 호성적을 거두더라도 '반짝' 하고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과 일본 시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그저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을 적당히 로컬라이징 해서 '끼워 맞추기' 식으로 진출한 결과였습니다.

 

특히,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게임이 없는 이유로 ▲일본 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 ▲다른 게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게임 퀄리티 부재 등 크게 두 가지가 꼽힙니다. 물론 국내 게임사들은 MMORPG 장르에 대한 노하우가 있지만, 일본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선호되는 장르는 아닙니다.

 

일본 시장은 '몬스터 스트라이크', '퍼즐앤드래곤' 등의 캐주얼 게임과 '페이트/그랜드 오더' 등 팬층이 매우 두터운 서브컬처 게임들이 장기간 상위권을 독식하는 다소 고착화된 시장입니다. 신작, 더군다나 인지도가 부족한 오리지널 IP라면 성적을 내기 정말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 시장에서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와 '원신'을 시작으로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 '헤븐 번즈 레드' 등의 개성과 높은 퀄리티를 함께 갖춘 서브컬처 게임들도 상위권에서 순항하면서 세대교체가 조금씩 일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에서도 통할 서브컬처 게임'으로 개발 시작된 '블루 아카이브',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다

이 가운데 '블루 아카이브'도 2년 전 일본 시장 공략을 천명하며 선 출시 되었습니다. 국내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블루 아카이브'의 첫 기획 자체가 '일본에서도 통하는 서브컬처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는 서비스 초반 준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다만, 첫 걸음은 잘 내딛었으나 이후 최적화 및 안정성 문제와 콘텐츠 부재 등의 이유로 하향 안정화 단계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게임이 다시 이목을 끌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까지는 약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스타 2021'에서 열린 김용하 PD의 강연 중
 

최근 '블루 아카이브'는 무사히 일본 서비스 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5주년을 기점으로 지표가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네 번째 PV와 '최종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매 스토리 업데이트마다 호평을 이끌어내며 최근에는 기어코 일본 iOS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2차 창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또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된 신생 IP가 여러 신흥 경쟁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착화된 일본 시장 공략에 '성공' 했다는 것도 국내 게임업계에 여러 모로 인사이트를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2년에 걸쳐 다수의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도 높은 인기와 단단한 팬층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블루 아카이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공동 인터뷰가 성사됐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는 '블루 아카이브'의 얼굴마담인 '용하모토=상' 김용하 총괄 PD, 그리고 게임의 일본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박병림 PD입니다. 두 개발자는 'AGF 2022' 등 오프라인 현장에서 팬들과 소통하는가 하면, 1주년 기념 온라인 방송에도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 바 있죠.

 

인터뷰를 통해 김용하 총괄 PD와 박병림 PD가 생각하는 게임의 흥행 포인트, 그리고 향후 계획과 그동안의 서비스 간 들었던 소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첨부된 이미지 중 일부 스토리와 관련된 이미지가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 부탁드립니다.

 

좌측부터 넥슨게임즈 박병림 PD, 김용하 총괄 PD
 

#최근 열린 2주년 행사 감격스러워...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들과 이루어낸 결과물 뜻깊다

 

그동안 일본 시장 공략을 목표로 진출했던 게임들은 많았지만 '블루 아카이브'처럼 두드러지게 성과를 낸 게임은 많지 않았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용하: 지난 1월 말에 게임의 서비스 2주년 기념 행사를 했었습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유저들과 만나고 또 저희가 준비해온 것들을 함께 보는 자리였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2주년이라는 큰 마일스톤을 기념하기 위해 작년, 그 전부터 준비해왔던 것들이거든요.

 

저희 모두 다같이 힘을 모아 작업했던 것들을 게임을 즐겨 주시는 '선생님'들과 함께 보며 즐길 수 있다는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웠습니다. 이런 순간들을 앞으로도 만들어 나가겠다는 '각오'도 한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운영 또 개발 측면에서 어려움도 겪긴 했지만, 작년에 새로운 선생님들도 많이 와 주셨고 또 새로운 이벤트도 해 나가면서 많은 성장을 이루어 낸 것 같습니다. 그 결실을 1월에 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감사한 마음을 안고 열심히 개발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박병림: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감사한 마음이 크죠. 키워드로 표현하면 '감동'과 '감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처음 출시 했을 때부터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런데 저희의 준비가 부족했고, 지난 2년은 그것을 가다듬는 시간이었습니다. 2년 동안 업데이트를 하나하나 해 나가며 '단계를 하나씩 올라가자'고 이야기 했어요.

 

저희가 저희 계획대로만 한다고 결과가 무조건 좋을 수는 없잖아요. 운도 따라야 하고, 퍼블리셔의 도움과 유저 분들의 변함 없는 지지 등이 필요해요.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감사하게도 지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김용하 PD님은 소위 '성공한 덕후'로 불리우십니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꿈을 이루어 냈는데 이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가 있으신가요

김용하: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면서 '조금씩 잘 해나가고 있다', '열심히 살아 왔구나'라는 자신감을 되찾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목표를 다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기 때문에 이후 어떤 것들을 잘 해나가야 할지, 어떤 것들을 잘 할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덧붙이면, 오래 전부터 함께 해온 동료들과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뜻깊은 것 같아요. 팀을 꾸릴 때 함께 오래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길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닦아 나가자고도 했고요. 10년 이상 함께한 분들과 이런 성과를 이루어 내서 더 의미가 있고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더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

 

박병림: 일본 선 출시는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었어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개발자로서 이루고 싶은 '로망'이기도 하죠. 아키하바라 역에 내가 참여한 게임의 광고가 걸리거나, 아키하바라 라디오 회관, 아미아미(amiami)에 우리가 만든 게임의 피규어가 전시되는 것들 말이죠.

 

항상 다른 IP가 그렇게 전시되었던 것을 보다가, 우리가 참여한 IP가 실제로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게 되네?’ 라는 느낌이었죠.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구요.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님, 김인 아트 디렉터님 등 모두가 '자기만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로 생각하고 계셨을 것 같아요. 그것이 채워졌다는 점이 감개무량 하죠.

 



 

#'미래시'는 현상 유지, PC 클라이언트는 고민 중이지만 '홀드' 상태

 

일부 통상 픽업을 당기면서 '미래시'를 6개월 가량으로 좁혔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부연 설명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용하: 줄여도 문제, 그냥 둬도 문제이긴 해요. 너무 간격이 길다고 하실 수도 있고, 줄이면 줄이는 대로 그만큼 성장 압박이 생길 수 있어요. 어떻게 스트레스를 높이지 않으면서 줄여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지금과 같이 줄이게 됐습니다.

 

우선 목표 대로는 줄였는데, 이것보다 더 줄이기는 물리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권역의 차이도 있고 갑자기 무언가를 조정해야 할 때 간격도 필요합니다. 완전히 똑같이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6개월 기준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는 상태로 해 나갈 겁니다.

 



 

아직 업데이트 되지 않은 학생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또 '사쿠라코'의 일명 '각오의 복장' 등도 화제를 모았고요. 더불어 '모브'들도 정말 매력적인데 이러한 학생들의 '실장' 가능성은 있나요

김용하: 우선 저희에게는 모든 학생들이 다 소중합니다. (웃음) 다만, 저희는 큰 틀에서의 스토리 전개, 비중, 계획에 따라 1년치를 미리 스케쥴을 잡아 놔요. 이 시점에는 어느 학원이, 어떤 학생이 등장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큰 그림'을 그리고 맞춰 나가는 식입니다.

 

또 아직 업데이트 되지 않은 학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떻게 또 어느 시점에 업데이트 할 것인지 고민이 큽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신규 학생들이 나와 줘야 다음 전개도 이루어질 수 있고요. 심지어 시즈널 이벤트도 있고, 요스타 측에서 먼저 의견을 주기도 합니다. 그 밸런스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브' 캐릭터들의 '실장'에 대한 이야기는 저희도 잘 알고 있어요. 또 '나오면 재미 있겠다'라고 생각해요. 다만 '모브'에게 미안하게도 '앞 차가 빠져야 뒷 차가 빠질 수 있다'는 느낌이네요.

 



 

그렇다면, '각오의 복장'을 한 '마리' 등 두 PD님께서는 만들어 보고 싶은 '이격' 학생이 있을까요

김용하: 개인적인 욕망을 너무 투사하면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자제하고 있어요. (웃음) 또 제가 이런 의견을 내면 시나리오 디렉터 아저씨(양주영 디렉터)에게 혼나기 때문에 저는 말을 자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웃음)

 

박병림: 말씀하신 것처럼 미실장 캐릭터가 많이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미 실장된 캐릭터들의 다른 복장을 보고 싶을 수도 있어요. 결국 '밸런스를 잘 찾아야 한다'는 거죠.

 

''각오의 복장'을 어떻게 게임에 구현할 수 있을까' 등의 논의는 사실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적은 없어요. 하지만 선생님 분들의 반응이 있다 보니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나 상상은 팀원 분들이 개인적으로, 또 개발자니까 다들 해보셨을 것 같아요.

 

저희가 업데이트의 큰 개요를 정하고 가긴 하지만 라이브라는 것은 결국 '살아있는'거거든요. 큰 개요는 아래로 내려가지만 또 실무자 분들을 통해 밑에서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블루 아카이브'의 PC 클라이언트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요.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김용하: PC 클라이언트는 지난 해에도 이야기가 나와서 고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적 문제, 운영, 법, 계약 이슈 등이 있어서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단순히 'PC에서 돌아가는 빌드를 만든다' 이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많아요. 또 최근 '최종장' 업데이트도 있었기 때문에 현재는 '홀드' 상태입니다. 관심은 있고 또 고려 중이지만 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박병림: 최근 '헤븐 번즈 레드'가 PC 버전으로도 출시되었죠. 또 '카운터사이드'의 PC 버전도 '스팀'에 올라와 있고요. 직접 해보니 쾌적하고 정말 좋더군요. 우리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게임의 안정성 이슈가 있었다 보니, 모바일 빌드의 안정성을 갖고 난 뒤에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 서버 '총력전'의 티어 별 인원수 상한이 늘어났는데 다른 서버에서는 관련 계획이 있으신가요

박병림: 감사하게도 액티브 유저 수가 늘다 보니, 저희가 의도한 경쟁에서의 압력보다 더 과하게 되어 티어 별 인원수의 상한을 늘리게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이든 타 글로벌 지역이든 필요 이상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판단되면 어느 시점에는 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최근 열린 '시로&쿠로' 총력전은 일본 서버 대비 3레벨이나 낮고 장비 티어도 부족했음에도 상당히 경쟁이 치열했죠. 타이밍이 조금 빠르게 올 수도 있을 겁니다.

 



 

#게임 외적 콘텐츠도 계속 도전... 새로운 것을 하나씩 보여드릴 것

 

일본, 글로벌 서버를 함께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 일본 서버 쪽이 4컷 만화 등 게임 외적 콘텐츠가 더 많은 것으로 느껴지는데요. 이러한 콘텐츠들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요

김용하: 아무래도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이유도 있고, 게임 외적 전개의 인프라가 (일본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큰 것 같아요. 또 일본 퍼블리셔인 요스타가 그런 것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기도 하고요. 일본에서 오는 콘텐츠가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일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전개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우선 똑같은 콘텐츠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고민했는데,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어요. 권역 별로 콘텐츠들을 조금씩 다르게 전개하는 것이 전체 IP를 봤을 때 보다 풍부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같은 것을 '재연'하는 것 외에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상품화도 게임의 론칭 당시부터 머천다이즈(굿즈)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었고요. 하나씩 해결해 나간 끝에 작년에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한 번 해봤으니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북미 지역은 잘 챙기지 못하고 있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른 권역에서도 해당 권역 별로 매리트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갈 겁니다.

 





 

'장난스런☆스트레이트'와 같은 만우절 이벤트는 준비하고 계신지, 또 인기가 높은 캐릭터들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는 정기적으로 선보일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용하: 유튜브 영상 콘텐츠는 일본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파이프라인이 잘 갖춰진 콘텐츠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여의치 않은 것이, 성우 섭외의 문제부터 꾸준한 콘텐츠 제작 인프라 환경까지 아직 덜 갖춰져 있는 상태입니다. 단발성 이벤트로는 해봄 직 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업데이트, 게임 외적 전개 사이에서 시간을 쪼개 작업을 해 나가기 때문에 항상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유저 분들의 반응이 좋았던 '사운드 아카이브'와 같은 공연, 이벤트를 기대해볼 수도 있을까요

박병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논의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김용하: 작곡가 분들과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못했던 것을 보여드릴 수 있기도 하고요. 올해에도 뭔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같은 것을 하면 재미 없으니 어떻게 다르게 할지,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의 인지도와 팬들의 지지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해외와 같은 국내에서의 활발한 오프라인 이벤트 계획은 있으신지, 또 이러한 지지에 대한 소감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김용하: 게임을 즐겨 주시는 분들, 그리고 특히 2차 창작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 커요. 결국 유저 분들과 2차 창작을 하시는 분들 모두가 IP 생태계를 꾸려 나가는 구성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경계가 얇기도 하고요. 이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저도 행사에 나가서 물건을 사기도 하고 구경도 하게 되더군요.

 

다만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유통망, 소매점, 제작사, 인식 등을 모두 포함해서 IP의 본격적인 전개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 인프라가 아직 덜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저희는 계속 해 나가야 했고 그 결과물이 작년에 보여드린 것들이었습니다.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도 한 번 해봤으니 다음은 올해가 '타이밍'이지 않을까 싶어요. 더 많은 굿즈, 이벤트들을 준비해서 보여드리려 합니다.

 



 

유저 분들이 만드는 굿즈와 2차 창작 및 저작권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용하: 2차 창작 가이드도 앞서 언급한 제도적 인프라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2차 창작과 함께 하는 가이드라인이 딱히 명문화 되어 있지는 않아요. 어떻게 다듬으면 좋을지 논의 중입니다.

 

사실 상업적 판매, 동인 활동으로서의 판매 경계가 모호해요. 몇 개까지 팔면 상업적인지, 온라인 판매는 상업적인지, 온라인 폼으로 수주를 받는 것은 괜찮은지 등 어려운 영역이 있습니다. 실제 창작하는 분들의 의욕을 꺾으면 안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동반자로서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브컬처' 장르는 개발자-유저 간 경계 얇아... 2차 창작과 '밈' 적극 수용

 

김용하 PD님에게 '용하모토=칸'이라는 '밈'이 생겼고 또 본인도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발자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용하: 서브컬처는 다른 장르에 비해 소비층과 실제 개발진의 거리가 보다 가까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만드는 입장에서도 팬의 마음으로 만들고 있거든요. 시나리오 라이터, 원화가, 프로그래머 등 구성원 모두가 결과물을 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냈구나' 하고 스스로 즐기며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계가 얇은 장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희도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을 항상 모니터링 하곤 합니다. 또 거기서 나오는 새로운 ‘밈’을 거리낌 없이 받아 들이는 편입니다. 개발자 관련 '밈'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도중에, '아예 나가서 사진을 찍는 건 어떨까?'라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괜찮나?' 싶으면서도 하면 유저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았어요.

 

그렇게 (청계천)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즐거워해 주신다면, 또 재미있으면 된 것 아닌가 싶어요. 또 제 개인적인 인기보다는 게임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의 화제성에 도움이 된다면 OK'라는 생각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2차 창작 작가들에 대한 섭외가 활발하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이처럼 파격적인 노선과 기조는 어떻게 결정하시게 되었나요

김용하: 일본 퍼블리셔(요스타)는 외부 작가들을 통한 공식 일러스트 발주, 상품화 디자인에 익숙해요. 그래서 저희도 거리낌 없이 외부 발주를 믿고 맡기는 편입니다. 특히 인게임에 들어가는 외부 작가의 일러스트는 조금 더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분들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스타를 통해 섭외 되는 분도 계시고, 다양한 방식으로 일러스트를 발주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블루 아카이브'의 일면들을 그분들을 통해 보여드릴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해요. 결과물도 만족스럽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라는 IP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알고 있는 분들 위주로 작업을 했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면서 일이 아닌 개인적으로 하던 분들이 작업을 맡는 경우도 있고요. 보다 퀄리티 높고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어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저 분들은 작가들을 '잡아온다'고 표현 하시던데요. 보다 자세한 섭외 과정이 궁금합니다. PD님이 직접 작가들을 눈 여겨 보는 경우도 있나요

김용하: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죠. (웃음) 처음에 게임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화풍이 맞는 분들 위주로 접촉했고요. 하지만 이후에는 요스타를 통해 인연이 생기는 경우, 팬아트를 그리다 함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 하지만 일로 하지는 않는 분도 계시고요. 여러 케이스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 일러스트, 소재를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이 늘어난다는 느낌이라 기쁜 일이라고 봅니다.

 

'블루 아카이브'를 '코믹 마켓' 현장에서 보셨을 때 어떠셨는지 소감이 궁금합니다. '봇치 더 록!'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소문이 자자 한데요

김용하: '봇치 더 록!' 작가님의 작품은 구매하지 못했어요. (웃음) '블루 아카이브'의 서비스 초기부터 팬 아트를 그려 주시던 분들이 부스를 내고, 또 다른 팬 분들이 작품을 사가는 것을 보니 감개무량 했습니다. 저희를 믿고 계속 2차 창작을 해주셨고, 또 그 분들이 인지도를 얻어 잘 되는 것을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고요. 감사함과 책임감을 함께 느끼는 자리였습니다.

 

박병림: '코믹 마켓'의 참가 부스 수가 늘어난 것을 보면서 굉장히 보람차고, 또 칭찬이라고 느꼈습니다. 특히나 당시에 '최종편'을 준비하느라 약간 지쳐 있었는데 굉장히 큰 격려가 됐어요. 좋아해 주시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의 기조는 언제나 '학원 X 청춘 X 밀리터리'

 

초기 분위기와 달리 최근에는 어두운 이야기도 전개되면서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 싶은 감상을 느끼는데요. 여전히 '블루 아카이브'는 그 방향성이 '학원 X 청춘 X 밀리터리' 그대로인가요

김용하: 그렇습니다. 다만 저희가 늘 같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없고, 또 여러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기조는 청량하고 명량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빌드 업'을 쌓아 '해피 엔딩'을 보여드기 위한 이야기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서비스가 길게 이어져야 하므로 여러 이야기들을 그 안에서 여러 변주로 보여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전체 기조는 변함 없이 이어질 겁니다.

 



 

최근 메모리 관련 이슈가 있었는데요. '손패 고정' 기능의 도입과 관련이 있었던 것인가요

박병림: '손패 고정' 기능을 가져와서 메모리 이슈가 생긴 것은 아니었어요. 기능을 테스트하는 내부 QA용 서버에서 없었던 문제가 라이브 서버에서 생겼는데, 알고 보니 로비의 배너 이미지들이 쌓여서 메모리 이슈를 만들어 낸 것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저희도 '손패 고정' 기능이 도입된 후 발생한 문제라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편의 기능의 경우 업데이트 할 때 김용하 총괄 PD님을 비롯한 개발자 분들이 조심해서 체크가 되었는데, 미처 QA와 라이브 서버의 차이를 체크하지 못했던 거죠. 앞으로 두 가지 환경을 동일하게 해서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김용하: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 하면서도, 당겨올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갖고 오면 무조건 좋다'며 타협을 하게 됐죠. 쓸 수 있는 시간과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자원, 마감 압박 사이에서 타협을 하다 보니 테스트를 하지 못해 문제가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편의기능을 당겨 오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때의 '붐'이 아닌, 보다 길게 이어지는 '블루 아카이브'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두 분이 갖고 있는 2023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박병림: 우선 2주년의 목표는 '최종편'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2023년에는 '최종편' 이후 어떻게 해야 지금의 화제성과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해야 살아남기 위한 내외적 지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는 것 자체가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용하: 한국, 일본, 글로벌이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우선 일본은 '최종장' 이후 다음 빌드 업을 쌓아가기 위한 단계를 이어 나갈 겁니다. 물론 지금은 '블루 아카이브'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한때 붐으로 끝나는 IP가 아니라 보다 길게 이어져 나가야 한다고 봐요. ‘페이트’ 시리즈에 준하는, 또 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또 그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는 한 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및 글로벌에서는 '최종장'을 앞으로 해야 하죠. 일본에서도 준비 과정을 거쳐 '붐 업'을 했으니, 마찬가지로 예열부터 '최종장'에 다다르는 구간을 잘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만과 북미 등 타 권역에서도 실망하시지 않도록 충실히 준비해서 새로운 유저 분들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족할 수 있고, 또 그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박병림: 그동안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음에도 지지해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종편'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종편', 그리고 그 이후로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용하: 여기 인터뷰에 오신 기자 분들 모두가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 하시고 계신데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 서비스를 해 온 것이 정말 감개무량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껴 주신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유저 분들의 기대감이 높다는 것을 겸허히 느끼고 있어요.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올해도 열심히 서비스를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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