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마크로스'의 아버지, 메카닉 디자인의 신 카와모리 쇼지 감독 특별 인터뷰

등록일 2023년10월26일 1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메카닉 디자인의 신', '마크로스 시리즈의 아버지' 카와모리 쇼지. '마크로스'로 20대에 감독 데뷔한 이래 여전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메카닉 디자이너로 군림 중인 천재 크리에이터로, 그가 감독을 맡은 '마크로스'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로봇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하나이다.


'마크로스' 외에도 '사이버 포뮬러',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등 그가 메카닉 디자인, 설정 등으로 참여한 다른 애니메이션들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그의 감독 데뷔작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십니까'는 일본은 물론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기념비적 작품이며, 마크로스 극장판을 보고 애니메이션, 게임업계로 뛰어든 크리에이터들도 한둘이 아니다. 사실 기자 역시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십니까' 때문에 오타쿠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카닉 디자인의 대명사와 같은 크리에이터라 게임 개발에도 많이 참여했는데, 그가 관여한 게임들 중에는 '에이스컴뱃', '아머드코어' 시리즈 등 게이머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히트작이 많다.

 



 

카와모리 쇼지의 대표작인 '마크로스' 시리즈는 오랫동안 일본 외 서비스가 되지 않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어 왔는데, 2021년 글로벌 전개가 가능해져 국내 정식 소개를 기대하는 팬이 많던 상황.

 

'마크로스 프론티어' TV 시리즈가 IPTV와 OTT로 정식 소개된 데 이어 최근 열린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서는 '마크로스 플러스'와 '마크로스 프론티어' 극장판이 상영되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게임포커스에서는 10년 전 카와모리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당시는 '마크로스' 권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마크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남아 있다.

 



 

게임포커스 창립 13주년을 맞아, BIAF '마크로스' 시리즈 상영에 맞춰 다시 한국을 찾은 카와모리 쇼지 감독을 다시 만나 '마크로스' 시리즈와 그가 참여한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자세히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와 나눈 대화를 옮겨 본다.

 

인터뷰 진행 및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사진 촬영: 김치형


'마크로스' 글로벌 전개로 더 다양한 시도 가능해질 것
이혁진 기자: '마크로스' 시리즈의 해외 정식 소개가 가능해진 덕에 이렇게 한국에서 상영이 되어 팬으로서 매우 기쁩니다. 감독님의 감회는 더 클 것 같은데, '마크로스' 해외 전개가 가능해진 것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마크로스' 시리즈가 해외에서 이벤트 상영 정도는 있었지만, 제대로 된 해외 영화제에서 '마크로스'가 상영되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간신히, 마침내 이 순간이 와서 감개무량하고 노력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마크로스' 시리즈로 다양한 전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깁니다.

 

말씀하신 대로 시리즈에 활기가 불어넣어질 것 같다는 기대도 생깁니다. 해외 전개가 가능해진 점이 '마크로스'라는 IP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거라 예상하시나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이번에 해외 전개가 가능해져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예산이 커지면 좋겠다'는 것일까요 역시.(웃음) 지금까지의 '마크로스'는 국내 대상 IP라 예산이 많지 않았고, 제작진에게 중노동을 시키게 되어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예산 규모가 커지면 좋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다음으로 기대되는 점이라면, 앞으로 정말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마크로스'를 봐 주신다면, 보다 더 글로벌한 스토리를 그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마크로스'는 시작부터 글로벌한 설정의 스토리입니다만 더 다양성에 대응 가능한,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다양성에 대응하면서도 보다 깊은 스토리를 묘사하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고, 그런 도전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

 

'마크로스'는 80년대 초에 이미 작중 로이 포커와 클라우디아가 연인으로 나오는 등 앞서 있던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원래 '마크로스'는 지구 안에서도 통합전쟁으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교류하고 문화가 교차한 세계관입니다. 거기에 외계인과도 접촉하고 그들에게도 고유의 문화가 있고 그런 부분에서 생기는 컬쳐 갭, 컬쳐 쇼크가 테마인 작품입니다.

 

컬쳐 쇼크와 컬쳐 갭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어떻게든 더 그려 나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BIAF에서 '마크로스' 시리즈 중 세 작품이 상영됐습니다. 그 작품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먼저 '마크로스 플러스'는 처음부터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으로 발매한 작품으로, 캐릭터 구성을 3명의 어른으로 설정하고 '가희' 설정에서도 지금까지 없던 것을 표현하자는 노림수로 '버추얼 아이돌'을 등장시킨 작품입니다.

 

신형 발키리 개발 경쟁을 둘러싼 우정과 애정, 전투도 제대로 들어간 액션 애니메이션으로 지금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다음으로 '마크로프 프론티어'는 우주 공간이라는 한걸음 밖으로 나가면 죽을 수도 있는 환경에서의 학원물을 생각해서, 지금 여기서 헤어지면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다는 크리티컬한 상황에서 전개되는 무거운 청춘러브스토리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 안에서 가희들의 우정과 라이벌,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바주라와 인간의 이종 간 커뮤니케이션까지 다양한 요소를 넣어 '제트코스터'같은 작품으로 완성한 영화들입니다.

 



 

10년전 뵈었을 때에는 마침 일본의 실제 아이돌 그룹 'AKB 48'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드시던 때였습니다. 다음 '마크로스'에서는 아이돌 그룹을 소재로 삼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실제 '마크로스 델타'에서 아이돌 그룹을 묘사하셨죠. '다음 마크로스'에 대한 구상을 하고 계실 텐데 어떤 '아이돌'의 형태를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허들이 굉장히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만들 때에는 두 사람의 가희를 설정해서 셰릴 쪽은 절대적인 인기의 은하 아이돌로, 반면에 란카는 셰릴을 동경하며 본인도 아이돌로 성장해 나가는 것으로 그려냈었죠.

 

그러자 다음 '마크로스'를 하게 되었을 때 전작처럼 두 사람의 가희를 내라는 오더가 나왔습니다. 이미 사용한 설정을 다시 쓰기는 싫어서 더 수가 많은 아이돌 그룹을 내고 그 멤버들과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처음에는 기획이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AKB 48' 애니메이션 제안이 와서 맡게 된 것이라 어쩌다 보니 구상했던 것을 '마크로스'가 아닌 'AKB 48'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게 된 셈이죠. 기획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돌 소재 애니메이션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보다는 내가 하자는 생각으로 맡았습니다. 변형 메카나 우주가 등장하지 않는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색다른 경험이었네요.

 

지금 와서 보면 '마크로스7'의 바사라같은 강렬한, 전투에 노래로 참여하는 가수부터 AI 버추얼 아이돌도 소재로 사용했고, 아이돌 그룹까지 해 버렸으니 그 다음이 정말 큰일이고 난관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줄곧 생각한 부분으로 '이거면 될까', '그럭저럭 괜찮겠다'는 정도에 그치고 '이거다' 할 돌파구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나온 다음 가희에 대한 설정의 돌파구까지는 아니지만 세계관의 돌파구는 보여서 이제 진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관에 대해서 넘어가면 나머지는 따라서 다 잘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기획안은 나왔지만 확실하게 돌파할 플랜이 나오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꽤 진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같은 경우 오리지널 기획을 할 때에는 늘 처음 생각한 기획안이 전부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면 그제서야 처음에 낸 기획안들을 넘어서는 형태가 잡히곤 합니다. '다음 마크로스'에 대해서도 간신히 그 지점에 도달하려는 시점 아닐까 합니다.

 

수년 내로는 다음 마크로스를 볼 수 있겠군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네,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감독님의 작품들은 TV 시리즈와 극장판의 내용이 달라지고, 극장판 결말에 대한 지지가 크다는 인상입니다. 인지하고 계신가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내용이 달라지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TV 시리즈를 만들 때에는 여러 구상을 해서 이렇게 하면 될까 하고 하나를 선택해 만들고 영화를 만들 때에는 그 때 고르지 않았던 안 중 다른 것을 골라 만들기 때문입니다. TV 시리즈에서 선택한 것이 나쁘고 어느 게 더 좋다기보다는, 스토리의 분기가 당연한 시대에 영화에서는 구상했던 다른 플랜을 고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해 온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역시 영화는 시간의 제약으로 길이에 대한 제한도 있고, 큰 화면에서 보여주기 좋은 이야기를 고르는 면이 있습니다. 영화판에서 짧은 시간에 스토리를 제대로 담기 위해서는 TV 시리즈와는 다른 전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기자님과 만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마크로스'는 전부 진짜 그 세계의 역사는 따로 있고 역사와 별개인, 역사를 배경으로 만든 픽션이라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초대 '마크로스'와 극장판 '사랑, 기억하십니까' 역시 같은 사건을 다룬 해석이 다른, 다른 미디어로 제작된 작품이라는 해석입니다. 가끔 '사랑, 기억하십니까'는 TV 시리즈의 극중극이라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고, 반대로 '사랑, 기억하십니까'가 정사라는 의견도 보입니다만, 사실 TV 시리즈 자체가 극중극이고, 극장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크로스' 작품은 모두 극중극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실제로는 이랬다'라는, 정사를 담아낸 작품은 없는 것인가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세계관의 실제 역사를 그렸더고 하더라도 실제 역사에서도 역사적 인물, 가령 나폴레옹에 대해서도 다양한 설, 해석, 스토리가 있어 무대, 미디어, 소설마다 다른 나폴레옹을 그리고 있잖아요? '마크로스'역시 마찬가지라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TV 시리즈에서 긴 작품을 만든다고 해도 군대 조직 등은 간략화해서 묘사하지 않으면 다 표현할 수 없고, 복잡한 조직과 사회, 관계를 모두 전달하기 어려우니 생략하는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리얼한 이야기를 담는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어디까지나 픽션을 담은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크로스' 세계관의 실제 역사와 내가 만드는 작품은 완전히 다르다는 감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죠.

 

'마크로스' 시리즈 감상과 해설, 뒷이야기
이번에 '마크로스 프론티어' 극장판을 처음 감상했습니다. 작중 노래하는 장면이 잔뜩 나오지만 뮤지컬이 아니라 '마크로스'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더군요. 이런 밸런스는 어떻게 잡으시는 건가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처음에 '마크로스'를 만들던 시절에는 뮤지컬 영화가 너무 싫었습니다. 왜 대사를 노래로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죠. 그런데 초대 '마크로스'를 만들고 미국에 갈 일이 생겼을 때, 브로드웨이 녀석들에게 불평해 주러 가 볼까 하고 가서 실제 뮤지컬을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뭐야 이거' 하고 크게 놀랐습니다.

 

이것은 '무대'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렇게 생각하니 무대와 영화, TV는 미디어가 아예 달라서 같은 것을 해서는 제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극이라면 그 한정된 공간에서 대사가 노래가 되어도 문제가 없는데, 다른 미디어에서는 다른 방법론으로 가야하지 않나 하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마크로스' TV 시리즈처럼 이야기 안에서 가수, 가수를 동경하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드라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다른 데에서는 안 하는 것이고, 다른 데서 안 한다면 오리지널리티이니 해도 되겠다고 생각해 거기서 시작한 것입니다. 초대 '마크로스' 때에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어요. 거기에서는 어디까지나 민메이가 가수가 되어서 민메이의 노래가 나오는 것이었죠.

 

차이를 느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우 어렵고 섬세한 작업입니다. 조금만 달리자면 그저 뮤지컬이나 뮤직 클립이 되어버리는데, 그렇게 되면 '마크로스'가 아니게 되니 늘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마크로스 플러스'는 예전에 봤지만, 스크린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마크로스 플러스'는 OVA로 만들 떼 '이 캐릭터 구성이나 테마라면 영화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제로 만든 작품입니다. '마크로스 프론티어'는 그 정도까지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마크로스 프론티어' 최종 극장판에서는 결국 셰릴로 정해지고 끝이 났죠. 10년 전 뵈었을 때 '란카' 미니 피규어를 선물해 주신 게 기억납니다. 감독님은 둘 중 누가 더 좋으신 것인지 궁금해지는데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콘티를 그릴 때 그 신에 그려지는 캐릭터가 좋습니다.(웃음) 늘 누군가를 그릴 때는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립니다. 그때 그때 바뀌는 것이 되니 죄송한 답변입니다만...

 

'마크로스 프론티어'의 결말에 대해서는 저의 청개구리 정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 해야겠네요. TV 시리즈를 할 때에도, 첫 극장판을 할 때에도 주변에서 '셰릴인지 란카인지 확실히 해라, 누구냐'고 엄청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정하기가 싫더라고요.

 

그런데 최종 극장판을 만들며 '이번에는 확실하게 해 볼까' 하니 이제는 '아니, 그냥 안 정하고 둬도 되지 않나' 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 반응 덕분에 제대로 결말을 낼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웃음)

 



 

'마크로스 델타'가 이번에 함께 소개되지 않아 아쉬워하는 팬이 많더군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마크로스 제로'도 AI 기술을 활용해 리마스터 발매하게 되었는데, '마크로스 제로'도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고요.

 

'마크로스 제로'는 20주년을 맞이했는데 오랜만에 보니 지금 시대에 통할 것 같은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일본에서 리마스터 버전의 시사회도 진행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고요. '제로' 쪽도 극장에 맞는 스토리이니 스크린에서 보실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마크로스7' 에서는 흥미로운 설정에 남성 가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남성 가수 설정에 다시 도전하실 생각은 없나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성인의 남성 가수 보컬리스트는 어떻게 생각해도 바사라를 넘어서는 결과물에 대한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남성그룹을 내세운다면 가능할 것 같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으니 누군가 흥미가 있다면 자유롭게 해 주시면 좋겠네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안 해주려나' 하는 이야기를 10년 동안 계속 해 오고 있는데요, 역시 지금 한다면 한국 보이그룹 쪽이 잘 통하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 감독이 한국 보이그룹 설정으로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웃음)

 

토미노 감독은 다른 사람이 만든 '건담'은 싫다, 보고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은 다르시군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남성 그룹은 제가 절대 못하는 지점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제가 하고 싶습니다.

 



 

남성 그룹이 아닌 여성 아이돌 그룹이라면 다시 하실 수도 있을까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전 안할 겁니다. 어떤 다른 형태라면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델타'에서와 같은 그룹은 안 될 겁니다. 다른 시도를 어떻게 할까가 문제가 되겠네요. 앞서 말했듯 다음 '마크로스'에 대한 허들이 너무 높습니다. 새로워야 하니까요.

 

'마크로스7'에 초대 마크로스 캐릭터들이 나와 반가웠던 기억입니다. 같은 세계관이라 전작들에 나온 캐릭터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팬도 많을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전작의 캐릭터를 신작에 내기 위한 설정이나, 창작을 일부러 하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만들다 보니 필요해서 넣는다면 문제 없겠죠.

 

전작 캐릭터를 내기로 정하고 만든 적은 없습니다. '델타'의 경우 정말 어떻게든 TV 시리즈의 인상을 바꿀 수 없을까 해서 극장판 2편은 완전 오리지널 스토리로 가면서 함장도 바꿔버리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고요.전작 캐릭터를 출연시키기 위해 만드는 것은 피하고 싶고, 만들며 생각이 나면 넣게 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기자 주: '극장판 마크로스 Δ 절대LIVE!!!!!!'에는 시리즈 인기 캐릭터 맥시밀리언 지너스가 함장으로 등장한다

 

극중극이라는 설정을 생각하면 앞서 나온 '마크로스' 작품들을 배경으로 한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올드팬들은 그런 작품을 바라기도 할 것 같은데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저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해 주면 좋겠습니다. 초대 '마크로스' TV 시리즈와 극장판처럼 미디어가 달라진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같은 미디어로 한번 더 한다는 것은 재미가 없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팬들 사이에서는 TV 시리즈에 비해 극장판에서 스토리나 연출이 좋아진다고 극장판에서 더 힘을 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TV 시리즈에서 예산이나 시간을 고려할 때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TV 시리즈에서는 가능한 한 그림에도 적당한 데까지만 힘을 줄 수 있는데 극장용에서는 그런 제한이 없으니까요.

 

TV 시리즈에서 라이브 신을 제대로 하려고 힘을 주면 예산 전부를 그 라이브 신에 써버리고 끝나버릴지도 모릅니다. 최근 작업한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U149'의 경우도 최종화라 뒤를 생각하지 않아도 가능했던 것 아닌가 싶네요. 최종화라 남은 예산을 다 투입해 주신 것 아닐까요.(웃음)

 

현실적으로 가능한 퀄리티의 디자인을 추구한다
'마크로스' 시리즈가 이어지며 배경이 되는 시대가 흐르는 설정이다 보니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을 신작의 '발키리' 디자인에서 보여주셔야 하죠. '발키리' 디자인에서 신경쓰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처음 '마크로스'를 제작할 당시, 79년에 '건담'이 나오고 3년 뒤에 만들다 보니 밀리터리 노선에서 절대로 '건담'과 차별화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럴 때 '건담'에서는 주역 메카로 등장하지 않는 비행기로 가기로 정했는데, 픽션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날 수 없는 디자인이 아닌 현실에서 날 수 있는 퀄리티의 리얼리티를 표현하려 했습니다.

 

당장 현대 기술로는 하늘을 날도록 만들기 힘든 디자인이라도 오버 테크놀로지라면 실현 가능할 것이라는 연구와 구상을 담아 디자인했고, 그 뒤에도 그 부분만은 지키려고 해 왔습니다.

 

그 부분을 바꾸면 바로 '건담'에 닮아버리게 되니까요. 그만큼 '건담'은 TV 시리즈라는 제약 내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표현한 전투신과 그런 표현에 맞는 이야기가 완성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서든 '건담'과 테마가 겹치도록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마크로스 플러스'에서는 소꿉친구나 신 기체 개발경쟁 같은 설정도 OK 하긴 했네요.(웃음)

 

10년 전 '아쿠에리온' 메카 디자인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힘들었는지를 못 듣고 말았습니다. 이 기회게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마크로스' 시리즈를 작업한 다음 다양한 메카 디자인을 했지만 '아쿠에리온' 작업을 할 때에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적당한 디자인만 생각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야 하는데 안이 나오지 않던 도중 학생 시절 '겟타로보' 페이퍼 토이를 만들어 봤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겟타로보'의 3기가 합체하는 3단 변형 메카는 장난감으로 구현하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디자인이라 중학생 시절 페이퍼 모델로 실현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 할 수 없었던 것이 생각나, 정말 완구로 실현 가능한 3기 합체 3단 변형 메카 만들면 '획기적이진 않아도 카와모리가 노력했구나' 정도는 될 것 같아서 시도해 봤습니다.

 

'마크로스'의 발키리는 그냥 3단 변형만 구현했는데 3기 합체 3단 변형을 실현하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마크로스'와는 다른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조금 있을 것 같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아쿠에리온'의 벡터 머신은 '마크로스'와 겹치지 않도록 기체 주변에 필드를 전개하는 설정으로, 배리어로 제어해 날아다닌다는 설정으로 해서 기체를 매끈하게 하기보다는 굴곡이 많도록 했죠.

 

게임인 '에이스컴뱃'의 기체를 디자인할 때에는 실제 사용되는 전투기, 가령 자위대가 운용하는 기체를 보면 현실 기체는 좀 못생겼거든요. 예산이나 생존성을 우선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전투기는 그저 멋있게만 디자인할 수는 없어서 그런 부분도 고려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에이스컴뱃'은 로봇으로 변하지 않는 순수한 전투기라는 점도 다른 점인데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에이스컴뱃'을 디자인할 때에는 디자인 퀄리티에서도 실제 전투기에 뒤쳐지면 안되니까요. 기술과 예산의 한계로 발생하는 실제 전투기의 '멋있지 않은 부분'도 표현하면서 오리지널리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엔진 위치를 독특하게 하기도 하고요.

 

VTOL(수직이착륙) 기능을 가진 기체를 디자인할 때 영국의 해리어는 구조 상 빠른 속도를 내기 힘든 디자인인데 F35는 다른 디자인으로 속도를 낼 수 있잖아요? 두 기체와 모두 다르면서 VTOL 실현을 위해 낭비되는 공간을 절약하도록 디자인해 실제 비행기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디자인을 해 내기도 하고요.

 

그런 구조적인 부분이 디자인의 영역일 것이고, 외형적인 부분은 전부 스타일링 작업이죠. 디자인과 스타일링의 차이가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조금 안타깝습니다.

 



 

로봇이나 변형 메카 디자인과 비행기 디자인 중 어느 쪽이 즐거우신가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굳이 따지자면 비행기일까요.

 

애니메이션에서는 비행기도 그렇고 변형하는 메카도 결국 실제론 그렇게 가동할 수 없는 것을 가상 공간에서 그림으로 속이는, 실제로는 못 움직이는 것을 움직이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일 겁니다. 어느 쪽도 매력적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비행기는 실제로 만들 수 없지만 변형 기체는 장난감으로 제작을 해야 하니 제대로 변형이 되도록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그 구조를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고 나머지는 스타일링, 캐릭터 디자인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오랫동안 디자인과 스타일링을 같은 의미로 썼지만 최근 깨달은 부분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새로운 IP 개발이나 세상에 남을 IP를 만들 때 엄청 중요한 부분이지만, 뭔가 획기적인 요소가 없으면 역시 오랫동안 남지 못합니다. 아류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캐릭터 디자인이 중요한 가치를 남긴다는 것을 겨우 알게 되어 그 방법론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를 모색중입니다. 간신히 차이는 말할 수 있게 됐지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결론은 아직 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터 만들어보고파, '아머드코어' 개발 초기 경험담도...
게임 개발에도 자주 참여하셨는데,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으신가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제가 한다면 시뮬레이터 계열을 좋아해서 시뮬레이터 게임이 될 텐데... 실제 나온 게임 중에는 '그란투리스모'처럼 실제 자동차 운전과 거의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처럼요. '그란투리스모' 영화를 최근 봤는데 게임 챔피언이 실제 레이싱의 레이서가 되는 내용인데 실화 배경이었죠. 다만 자동차나 항공기 등 현실에 있는 것들의 시뮬레이터는 많이 나오고 있으니 제가 한다면 가공의 탈것인데 현실에 있는 듯한 시뮬레이터 같은 것이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또 하나는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터 같은 것이 좋겠네요. 가희 시뮬레이터도 좋겠고. '이 게임을 하면 실제로 노래를 잘 하게 되는' 게임으로 가희가 되어 실제로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란투리스모' 영화는 한국에도 소개되었는데, 레이싱 영화를 많이 예상했는데 실화 배경의 게이머가 레이서가 되는 영화여서 놀라움을 줬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솔직히 실화 배경이라고 듣고 '정말이야?' 싶었습니다. 그 속도로 레이싱을 실제 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기도 하고요.

 

여담이지만 '그란투리스모' 게임 쪽의 폴리포니 디지털 야마우치 카즈노리 프로듀서(현 폴리포니 디지털 대표)는 플레이스테이션1에서 '그란투리스모'를 개발할 때 (소니 쪽에서) 3번 정도 '이건 안 된다'고 해서 기획을 다시 해 가며 애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 '그란투리스모'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시절부터 본인이 만드는 것은 리얼 시뮬레이터로 하고 싶지 레이싱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건 아니라고 했는데, 이번에 영화를 보고 '그게 이런 것을 가리킨 것이었구나' 하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발키리 시뮬레이터'나 '가희 시뮬레이터' 같은 것은 '마크로스' 게임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글로벌 타깃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란투리스모'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시뮬레이터로 실제 레이서를 키워내다니, 이런 도전이 대단하다는 느낌, 그야말로 데카르챠였습니다. 게임과 달리 실제 레이싱은 생명을 걸고 하는 것인데, 정말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몇년 전 폴리포니 디지털에 다시 가서 대형 모니터 4개에서 개발, 시연하는 것을 보니 화면이 너무 세밀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면 데이터 등을 밀리미터 단위로 계측하고 있다고 하고 보니 실제 지면의 돌기가 너무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어서 이건 제정신으로 만들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마크로스' 게임도 해외 전개가 가능해졌습니다. 더 큰 규모의 게임이 가능해졌다고 봐도 되겠죠
카와모리 쇼지 감독: 맞습니다. '마크로스' 게임은 꼭 나오면 좋겠고, 빅웨스트에서 푸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역시 시대가 많이 지났으니, 지금까지 나온 '마크로스' 게임 무엇과도 다른 유니크한 챌린지가 나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객들을 생각해서 안전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도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가령 '마크로스' VR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저도 참가하고 싶네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저희로서는 너무 이상한 게임만 아니라면 꼭 다양한 전개,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마지막 게임 관련 질문으로, '아머드코어' 시리즈, 최근의 '아머드코어6' 개발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아는데 어떤 부분에 관여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아머드코어'를 처음 기획하던 당시, 플레이스테이션1이 발매되기 전 시점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기획안을 받아봤을 때에는 지금의 '아머드코어'와는 전혀 다른, 파일럿이 로봇을 타고 적 기지로 날아가 마지막에는 로봇에서 내려 파일럿이 총으로 전투하는 스타일의 게임이었던 기억입니다.

 

그 때 받은 기획에는 메카의 팔이나 다리, 머리 등 파츠를 모두 바꿀 수 있는 게임을 하고 싶다고 되어 있었죠. CG가 게임에 도입된 시점이라 가능해진 시점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같은 생각을 하는 개발사가 잔뜩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개발사도 비슷한 시도를 했을 때, 파츠를 모두 바꾸는 식으로는 개성이 사라지니 그대로 만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이머들이 한 눈에 봐서 차이를 알 수 있는 '코어' 부분을 먼저 디자인하고 그 코어에 콕핏, 엔진, 무기를 다는 식으로, 특징적인 세팅을 한 코어를 아이덴티티로 해서 거기에 팔, 다리, 등 파츠를 다는 것으로 해서 '코어'가 차별 포인트, 특징이 되면 어떨까 하니 개발사에서도 마음에 들어해서 최종적으로 '코어'에 '아머'를 다는 '아머드코어'가 되었습니다.

 

'아머드코어'에 나오는 주력 병기는 기본적으로 제 디자인이고, 시리즈를 이어가며 차이가 나는 부분은 스타일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아머드코어6'에도 스타일링에 참가한 것으로, 변형기 디자인 등은 제가 한 것인데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보시면 아실 부분일 것 같네요.

 

가장 특기 분야는 아이돌 라이브 연출?
최근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U149' 제작에 참여하셔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네. 마지막화인 12화의 라이브 파트를 담당했습니다. 라이브신 연출은 즐거운 작업으로, 언제든지, '마크로스' 작업을 당장 하고있을 때가 아니라면 의뢰가 오면 무조건 하려고 합니다.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U149'는 SF 작품인 '마크로스'와는 룰이 다르고 세계관도 다른 현실적인 작품이죠. 캐릭터의 움직임에 대한 로직도 다르고요. 기존에 하던 작업과 다른 로직의 작업을 하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마크로스'에서는 못 하는 것을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제가 하면 보통이 아닌 것을 표현하게 되니 공통점은 나오겠지만요.

 

'마크로스'의 SF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의 라이브라는 설정에 제약이 있었겠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그 부분은 오카모토 마나부 감독과도 이야기해서 정해 나갔습니다. 감독에게 '이러이러한 것을 하고 싶다'고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는 '무리에요' 라고 해서 전반부는 현대 기술로 표현 가능한 것을 고려해 구성했고요. 후반부는 '꿈'을 그리는 것으로 묘사해 비약하자는 느낌으로 만든 것입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것은 '아이돌마스터', 이번 세계관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구성해서 완성되어 가는 감각입니다. 사실 '유리구두'는 한번 써 버리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반칙 기술 같은 것이라, 금지 기술을 늘려버린 느낌도 있습니다.(웃음)

 



 

이번에도 그랬지만, '마크로스 프론티어' 극장판의 라이브 연출도 대단했는데요. 감독님의 특기는 메카 액션 연출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아이돌 라이브 연출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카와모리 쇼지: 아이돌 라이브 연출입니다. 메카 액션은 저 말고도 잘하는 사람이 많죠. 물론 비행기 액션이라면 '탑건'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만, 로봇 액션은 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참고로 '마크로스'가 나온 것은 '탑건'이 나오기 4년 전입니다.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려한 공중전, 전투와 음악의 결합, 전투기에 좋아하는 여성을 태워서 혼나는 파일럿을 먼저 묘사한 것은 '마크로스'였습니다.

 

10년 전 뵈었을 때와 가장 달라진 환경이라면 글로벌 동시 배급이 당연한 'OTT' 시대가 되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만든 작품을 세계에 거의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게된 점에 감사한 한편, 가령 넷플릭스라면 만들어서 한번에 다 보여드리고 끝나니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저같은 경우 TV 시리즈는 만드는 도중에 생각이 바뀌며 작품에 반영되고, 그런 부분이 재미있는 요소였는데 조금 복잡한 심경입니다. 방송을 하면서 아이디어가 더 떠오르는 타입이다 보니 주변이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더 좋은 작품이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인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마크로스' 시리즈가 유명하지만 해외 정식 소개가 늦어져 못 본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런 시리즈이니 한번 보라'는 추천사를 부탁드립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마크로스' 시리즈의 특징적인 부분은 우주를 무대로, 우주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우주 스케일의 변형 메카 액션과 연애, 노래라는 세가지 요소를 가진 시리즈라는 점입니다. 이런 요소를 다 넣은 작품은 없었으므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유니크한 표현이 가능했던 시리즈입니다.

 

그 뒤에 미디어가 세분화되며 노래, 아이돌, 메카 등 각 요소에 집중한 작품으로 분화되어 '나는 아이돌을 좋아하지만 메카는 별로'라거나 '메카는 좋지만 아이돌은 필요 없다'는 사람도 늘어난 것 같습니다만, 각 요소를 좋은 스토리로 합쳤을 때 나오는 시너지, 신비한 효과, 영상과 노래, 어른들의 이야기... 그런 감각이 중독성이 있을 정도이니 꼭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한국에도 시리즈가 하나둘 소개되고 있는 도중입니다. 이것부터 보라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카와모리 쇼지 감독: 보기 편한 것은 아무래도 극장판이 짧은 시간에 콤팩트하게 다 볼 수 있고, 극장판은 특히 신경써서 기존의 '마크로스'를 몰라도 노래가 나오고 화려한 전투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것만 파악해도 볼 수 있도록 해 놨으니까요. 무엇부터 봐야 할까 신경쓰인다면 극장판 작품들부터 보시고 다른 것도 이어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표현과 스타일은 매번 바뀌지만 새계관은 연결되어 있는 시리즈입니다. 그 부분이 '건담'과 다른 점이기도 할 겁니다.

 

'마크로스 플러스'가 이번 BIAF 상영에 이어 한국에 정식 발매된다고 하더군요. 특별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 30년 전 만든 작품인데 늦어졌지만 한국에 소개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마크로스 플러스'는 OVA로 시작했지만 첫 단계부터 극장판을 만들 계획으로 설계를 하고 만든 작품입니다. 이사무와 갈드, 뮨 등 소꿉친구들이 신형 전투기 개발 경쟁을 두고 엮이는 한편으로 버추얼 아이돌, 가희를 두고 펼쳐지는 청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20대 중반이 되어 재회했지만 여전히 어른이 못 된 이들의 이야기이자, AI가 진화하는 시대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사무와 갈드의 공중전을 그리기 위해 이타노 이치로와 미국 공군기지에서 직접 연습기를 조종하는 체험을 하며 익힌 실제 공중전 감각을 재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30여년 전 작품이지만 최초의 '마크로스'는 41년 전 작품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탑건' 4년 전에 만든 작품입니다. '탑건'을 보고 '마크로스'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는데 완전히 틀린 말입니다. '탑건'이 '마크로스'같다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겁니다.

 

'마크로스 플러스'에는 AI 아이돌, 버추얼 아이돌 샤론 애플이 나오는데 30년 전 이런 설정을 구상해서 콘티를 그릴 때 스탭이 '그런 컴퓨터 아이돌에 사람들이 열광할 리 없다'며 바보취급하는 이야기를 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런 경험 덕에 새로운 것을 만들 때에는 바보취급 받는 것을 무서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금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려 노력할 테니 '마크로스' 시리즈를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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