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게임의 대공습 본격화, 중견 퍼블리셔 '네오아레나'의 생존법은?

등록일 2015년04월03일 15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중국, 중국게임은 무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네오아레나 사업전략본부 사업개발팀 오병훈 팀장이 기자와 만나 처음 꺼낸 말이다.

철저히 규모와 속도를 추구하는 중국게임 쓰나미에 직면한 한국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크고작은 퍼블리셔들이 모두 우수한 중국게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N사 등 대형 퍼블리셔들이 수십종의 중국게임을 준비중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며 중견 퍼블리셔들도 너나할것없이 중국게임 확보에 나섰다. 중국 개발사의 한국 직접진출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국게임 확보경쟁이 격화되며 중국게임의 '몸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애플 앱스토어 매출순위 30위권에 들거나 비교적 큰 로컬마켓 순위 상위권에 오른 게임들의 수입가는 이미 1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게임을 국내에 수입해 서비스하는 것도 이젠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 퍼블리셔는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할지, 국내 중견 모바일게임 퍼블리셔로 자리잡은 네오아레나를 찾아 들어봤다.

네오아레나 사업전략본부 사업개발팀 오병훈 팀장

네오아레나는 중국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위해 기존 개발, 서비스한 게임의 수정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신작을 개발하고 중국의 비교적 작은 로컬마켓을 두루 살피며 소싱작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이가 사업전략본부 오병훈 팀장이다.

방대한 컨텐츠와 빠른 업데이트가 중국 모바일게임의 강점
오 팀장은 미국에서 열린 GDC 2015를 참관하고 왔다. 거기에서 보고 들은 중국회사들의 태도는 예전과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중국 개발사들 스탠스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한국시장을 꼭 나가야 하는 시장 중 하나로 봤다면 이제는 중국 내수시장이 워낙 좋고 수익도 많이 나고있다보니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은 회사도 있고요. 글로벌 진출을 하더라도 한국시장 자체가 그렇게 메리트가 있는 시장이 아니라 판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형 과금모델이 모바일에서 세계적으로 통한다는 게 이미 세계적 히트작들을 통해 확인이 되었습니다. 예전과 달리 중국게임을 직접 소싱하려는 미국, 유럽회사도 많이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게임을 잘 만든다, 한국회사가 게임을 잘 만든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모바일에서도 몇몇 게임은 높은 퀄리티, 화려한 그래픽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제 모바일의 특성에 맞춘 게임은 중국도 한국 못지 않게 잘 만들고 있다. 더구나 개발규모 자체가 달라 콘텐츠 양에서 한국게임은 이미 상대가 되지 않고 있다.

빈약한 콘텐츠가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에서 중국게임들과의 경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 시장 초창기에 출시된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 이후 PC온라인 시장에서 한국게임이 성공하는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고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병훈 팀장은 한국게임이 전반적으로 어렵고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제까지 만난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개인적 견해'들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중국게임과 비교하면 한국게임은 어렵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자주 듣습니다. 콘텐츠 개발 속도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고요. 한국회사들이 확장팩 수준 업데이트를 준비해서 튜닝해 내놓는 데 3개월이 걸린다면 중국은 1개월 안에 게임의 모든 걸 다 바꾸는 수준의 업데이트를 내놓습니다. 업데이트도 빠르고 피드백도 굉장히 빠르죠. 이런 규모와 속도의 열세에 한국회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가 한국 게임업계가 갖고있는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가장 평범한 '선택과 집중'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
이렇게 중국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대형 퍼블리셔들이 앞다퉈 중국게임 확보에 나서고 있는 현 상황에서 네오아레나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오 팀장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평범한 전략이 현 시점에서 최고의 전략이라고 잘라 말했다.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임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 생각에는 한국 모든 퍼블리셔들이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많은 게임을 많은 시장에 선보이기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거죠. 다른 많은 업체들이 그런 형태로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우리고 마찬가지입니다. N사가 2~30개의 게임을 준비해 뒀다고 하지만 국내 시장에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게임을 내놓는 건 제살 깎아먹기입니다. 우리같이 N사들과는 규모가 다른 중견 업체라면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서 될만한 게임을 잘 골라 서비스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시점입니다"

글로벌 원빌드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게 네오아레나의 생각이다. 원빌드를 해서 좋을 게임이 있고 그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춰 개별 버전을 튜닝하는 게 더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 현재는 전자보다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네오아레나는 각각의 나라에 맞게 게임을 튜닝하는 한편 각 나라 사정을 잘 아는 현지 퍼블리셔들과의 협력에도 적극 나섰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에도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한다.

네오아레나가 향후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동남아와 북미다. 북미 경제상황이 호전되며 모바일 게임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 오병훈 팀장의 분석.

"베트남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필리핀도 모바일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시장으로 어떻게든 공략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요. 향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예정도 갖고 있습니다. 신생 퍼블리셔로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북미 시장입니다.  작년 연말 기준 북미시장에 여유가 생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GDC에서 확인한 것이,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일반 직장인들이 일을 하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모바일 게임을 하는 건 무척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과시간 중 게임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하면서도 여유시간이 좀 늘어났다는 거죠."

"웹게임 접속률과 모바일 게임 접속이 늘고 있습니다. 북미에 호황이 올거라는 기대가 생기고 있고 자연스럽게 모바일게임 결제가 증가할 거라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북미시장은 놓쳐서는 안되는 시장으로 규모가 작은 퍼블리셔라도 대형 퍼블리셔들과 대등하게 붙어볼 수 있는 시장입니다. 저희도 제대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네오아레나는 앞으로도 자체 개발과 퍼블리싱 게임 확보를 병행할 생각이다. 중국 게임 확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지만 일찍부터 중국에 주목하고 살펴온 경험을 살려 승부할 계획이다.

"중국게임이 우리 시장에도 더 많이 들어올거고 잘 될거라 봅니다. 예전과 달리 모든 퍼블리셔들이 소싱 인력을 중국에 상주시키고 소싱을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중국에서 나오는 수많은 게임 중 앱스토어 순위권에 들고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성공을 거두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인 게 사실이죠. 굉장히 좋은 게임들이 많이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현 상황에서 중국게임들을 가져오는 것은 확실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한국에선 그 누구도 이름을 모를 처음 들어보는 회사들이 엄청난 퀄리티의 게임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둘이 아닙니다. 그 동안 쌓은 개발사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에서 묻히는 게임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서구권에서도 갈수록 중국게임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입니다. 중국게임은 물량 자체가 다르고 퀄리티가 세계 수준에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회사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게 큽니다. 한국 퍼블리셔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고요. 예전처럼 중국 개발사나 퍼블리셔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다들 실감하고 있을 겁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게임 시장, 유연하게 대처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 하에서 네오아레나가 취할 전략은 '전략을 확정짓지 않는다'에 가깝다. 유연하게 대처하며 규모가 작은 회사이기에 가능한 빠른 의사결정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굉장히 작은 조직입니다. 작은 조직인만큼 빨리 변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가 있죠. 대표님을 중심으로 타이트하게 조직을 운영하면서 대응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사업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입니다. 퍼블리셔로서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네오아레나라는 이름을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로확실하게 인지시키고 싶습니다

사실 서두에서 중국게임이 무섭다고 했는데 이미 승부는 난 것 같기도 합니다. 게임사업이 개발, 마케팅에서 규모의 싸움이 된 이상 중국시장과 한국시장은 중국게임에 내 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상황에서 북미와 유럽이 활로가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미, 유럽에 가면 차이가 없습니다. 유저 성향도 크게 다르고 한국, 중국의 대기업이나 우리나 북미 유저들에게는 차이가 없는 회사가 됩니다. 거기에서 승부를 보면서 국내사업과 국외사업을 모두 열심히 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기자는 2015년 말에는 중국게임이 한국 모바일 게임시장 각종 차트를 장악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엔씨소프트와의 상호지분투자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그 시기가 9월 경, 더 빠른 시기에 올 것이라 진단했다.

본진을 내주고 멀티에서 승부를 볼 것이냐, 끝까지 본진과 앞마당을 사수하기 위해 싸울 것이냐. 네오아레나의 해답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잘 해야 한다는 너무나 뻔하지만 비장한 것이었다.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은 지났다. 이제 잘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본격 생존경쟁의 시대다. 네오아레나가 이 힘든 시기를 헤쳐내고 글로벌 무대에서도 모바일 퍼블리셔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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