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갈라파고스화', 이제는 변해야 산다

등록일 2015년07월21일 13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얼마 전 넥슨의 신작 모바일게임 라인업을 소개했던 넥슨 모바일데이에서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의미 있는 말을 듣게 됐다. 바로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가 언급한 국내 게임산업의 갈라파고스화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 모바일게임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광개토태왕'에 왜 넣지 않았냐는 질문에 답한 그의 이야기 때문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되짚어 보게 된 것.

모바일게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1년경에는 많은 업체들이 저마다 아이디어를 내세운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며 색다른 개성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했다. 많은 개발사들이 이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어떤 아이디어도 소비자가 흡수했고 어떤 방식의 게임이든 유저들이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흡사 흑백만 지원하는 게임을 보다가 총천연색을 자랑하는 16비트, 32비트컬러의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의 놀랍고도 즐거운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승승장구만 하던 모바일게임 시장은 카카오 플랫폼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며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름만 다른 비슷한 게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시장이 가져야 될 고유의 자정능력을 차츰 잃어나갔다. 소위 잘나가는 게임에 다른 캐릭터와 +@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콘텐츠를 추가시켜 선보이는 비슷비슷한 게임이 늘어나자 소비자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에 이르러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다르기 시작했다. 언론 역시 이를 방관하진 않았다. 시장의 이익논리에 철저히 부합되는 게임만 만들었던 선데이토즈의 입장에서는 “왜 하필 우리가...”이라는 말이 나올 법 했을지도 모르겠다.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소비자는 거듭되는 이른바 '표절'게임에 지쳐갔고 분노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게임업체는 이러한 소비자들과 언론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게임의 규칙은 표절의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미쳐서일까? 잠시 움츠러들었던 개발사들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이 비슷한 게임을 생산해내기 시작했으며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던 소비자들과 언론들 역시 어느 샌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기 시작했다.

지금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넷마블게임즈의 '몬스터길들이기'가 성공한 이후 액션스퀘어의 '블레이드' 등이 불을 지핀 (액션)RPG류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서비스되고 있는 대부분의 RPG를 뜯어보면 이들 두 회사가 구축해놓은 기본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게임을 찾기 힘들다. 최초가 무엇이냐를 논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으로서 유사 장르의 게임의 기본 틀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끝없는 경쟁이 어느 정도 끝나자 이제는 편의성을 앞세운 '자동' 콘텐츠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에게 있어서도 엄청난 반대의견과 찬성의견이 있었던 자동 콘텐츠는 어느 샌가 국내 모바일게임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국내 온라인게임의 변화에 해외 시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플레이에 재미가 있어야 되는 게임을 결과만을 얻기 위한 작업장처럼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여론이 부정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국산 모바일게임이 한참 성장을 거듭했던 2012년,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성공하는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말이 게임업계에 수식어처럼 사용되었다. 그러나 발전이 없는 국내 모바일게임의 정체기가 심해진 요즘, 이제는 한국에서 성공하는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던 게임이 한국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자면 JRPG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이웃나라인 일본이 생각난다. 일명 '오타쿠 시장'이라고 불리는 내수 시장에 집중한 나머지 글로벌 시장을 등한시 한 일본의 기형적인 문화는 한때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것이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그러한 오타쿠 문화를 선도해온 게임 기업이 하나 둘 변화를 택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변화는 단순히 수익이라든지 주변에서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 때문만은 아니다. 변화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아직까지는 인색(吝嗇)하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게임 선진국인 일본이 겪었던 시련을 국내 시장 역시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얼마전 국내 굴지의 모바일게임 업체의 수장이 "스타트업 개발 시대는 지났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인디 개발사들은 불쾌감을 표시했고 업계인들은 현실을 직시한 발언이라고 자기 비판을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생각해보아야 될 것이 있다. 이러한 돌직구가 나오기까지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다.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돈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의 변화를 쭉 지켜본 결과 '돈 있어도' 실패하는 것이 바로 게임 산업이다. 아무리 화려한 그래픽일지라도, 아무리 엄청난 기획력을 가졌다 할 지라도 소비자에게 다가서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것을 우리는 끊임없이 보았다. 어쩌면 정답은 이미 머릿속에 있으면서도 대세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것을 애써 부정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게임업계의 긴 자아성찰의 시간을 끝낼때가 왔다. 정말로 성공하고, 살아남고 싶다면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